Episode 40 | 미국에서 첫 수술 (1)
수술전 1~2주
수술을 결정하고 여러반 수술 관렴 상담을 하게 되었다. 담당 간호사(Nurse Practitioner)와 수술 절차관련해서 30분 상담, 마취팀과 30분 상담, 수술 하루전 일정 공유 등 수차례 통화와 Video Visit을 하면서 수술전 관리를 받았다. Stanford Medicine의 모든 일정 및 정리는 My Health 앱으로 아주 자세히 요약되어 이루어진다. 반면 서울대병원은 앱 보다는 종이로 출력해서 일정을 알려주고, 콜센터로 전화해야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어 있어 나로써는 앱이 더 편했다.
수술 하루 전날과 수술 당일 피부에 있는 세균을 제거하기 위해 특별한 비누 (DYNA-HEX 4)로 샤워를 하게 한다. 샤워후 로션을 바르면 안되는데 몸이 건조했다.
수술 당일 - Pre Operation
약속이 아침 8시15분이라 일찌감치 집에서 나섰다. 사실 밤잠도 설쳤기에 일찍 일어나서 출발했다. 500 Pasteur Drive 빌딩 2층은 한층이 모두 수술을 위한 층이다. 웅장한 로비를 지나 2층으로 이동하니 수술 체크인할 수 있었다. 여러가지 서류에 싸인을 하고 나서 대기실에 앉았다. 대기실에는 큰 화면이 있었는데, 환자별 수술 상태를 나타내주는 전광판이였다. 환자이름 대신 환자번호로만 보였고 (한국은 이름에 별이 들어있지만, 예를들면 홍*동), 전광판에 보이는 수술방 개수(보라색)가 대충 30여개는 되어 보였고, 이날 수술환자는 대충 110명 정도 되어 보였다.
체크인시 받은 나의 번호는 24번 수술방(Op 24) 아래 놓여 있었고, 같은 방에서 이날 4명의 환자가 수술할 예정인듯 하다. 나 보다 일찍 수술중인 환자가 있었는지 초록색으로 수술이 진행중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1시간 가량 기다리니 (대기실은 에어콘이 너무 쌔게 틀어져 있어서 안그래도 긴장되었는데 더 오돌오돌 떨었다.) 프랑스 악센트가 쌘 간호사가 Pre Operation을 위해 나를 수술 대기실로 대리고 갔다. (이때 아내에게 수슬 잘 받고 오겠다고 포옹하고 헤어졌는데, 그 이후에도 아내를 볼 수 있게 해주어서 큰 도움이 되었다.) 꼬불꼬불한 복도를 거치고나니 Patient Bay 50에 배정되었다. 간호사가 걸어가면서 시덥지 않은 농담 건냈는데, 시큰둥하게 받아쳤다.
베드에 앉자마자 또 다른 남자 간호사 (큰 컴퓨터가 붙은 일체형 의자로 이동하면서), 전체적으로 수술 일정을 확인해 주었다. Bay 49와 50을 담당하는 듯 나와 다른 환자를 번갈아 가면서 체크했다. 환자복으로 갈아 입고, 기본적인 준비(혈압, 산소포화도 등)을 진행하였다.
IV담당 간호사가 수술용 IV (수술용 바늘은 일반 바늘보다 굵어서 더욱 아프다)를 손목에 꽂았고, 또 다시 그 프랑스 간호사가와서 간단한 제모를 진행했다. 제모하면서 머리도 깍아야 한다는 시덥지 않은 농담에 이번에는 긴장이 풀린다. 기본적인 준비를 마치자 Bay 50 담당 간호사가 아내를 불러주었다. 수술 대기실로 아내를 불러주니 마음이 편해졌다. 한국에서는 수술 대기실과 회복실에는 보호자가 같이 있을 수 없으나, 미국 병원은 1명의 보호자에 한해 수술대기실에서 함께 대기가 가능했다.
이후 마취팀에서 여러명이 왔다 가더니 나의 마취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수술은 마취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주된 상담은 두가지 였는데, 수술 중 마취와 수술 후 통증관리관련 마취였다. 수술 중에는 전신마취를 진행할 것이고, 여러번 경험이 있어서 익숙했다. 부작용도 없다고 알려주었다. 수술 후 통증관리 관련해서는 약간의 혼선이 있었다. 처음엔 삽관을 통해 통증을 몇일동안 완화시키는 시술을 이야기 하다가 나의 경우 당일수술퇴원이라 알려줬더니, 내부적으로 회의하고 나서 결국 신경 위치에 약물을 투여하여 수술 초기 12시간만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바꾸었다. 마취과 의사가 왔고, 마사지 체어처럼 생긴 의자에 등을 활짝 열고 기대었다. 의사는 등쪽에 척추를 꼼꼼히 만지더니 정교하게 마취약을 주사하는것이 느껴졌다. 몸 안쪽 장기의 통증을 완화하는 시술이라 그런지 마취되는 느낌이 없다. 하지만 집에 와서 12시간쯤 지난 후에 이 약효과가 서서히 빠지면서 어마무시한 통증을 느꼈다
담당 교수님이 잠시 다녀가셨다. 수술에 대해 간단히 브리핑하고 수술방에서 보자고 하신다. 갑작스럽게 방문하셔서 꼭 질문하고 싶은 내용을 물어보지 못했다. 다행이 이어서 교수님 팀 레지던트가 다녀갔다. 아까 못했던 질문, PET 결과를 보셨냐고 문의했더니 봤다고 하면서 그 결과에 대해 한번 더 교수님하고 상의해 본다고 하였다. (하지만 그 이후로 수술전까지 PET 결과를 듣지는 못했다.)
어쨌거나 Pre Operation을 2시간 가량 진행했고, 10명 넘는 의료진들이 내 베드에 다녀간 듯 하다. 각각의 팀이 각각의 수술전 프로세스를 놓치지 않고 잘 진행한 듯 보였다. 한국과 비교하면 절차가 크게 다르지 않으나 위에서 이야기한 Bay 개념의 공간이 미국병원이 훨씬 크고 공간감이 있어서 심적으로 안정되었고, 아내를 수술 직전까지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한국 병원은 커튼으로 옆칸이 막혀있고, 그 공간은 좁고, 전체적인 분위기도 훨씬 더 삭막하다.
2편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