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39 | 세번째 follow-up
8월이 되었고 3차 팔로업이 시간이 다가왔다. 이번에는 수술한 다리쪽 MRI와 흉부 CT를 찍었다. 미국 병원에서 두번째 찍는 거라 그런지, 그 절차가 익숙했다. IV를 통해 들어가는 saline의 매스꺼움과 조형제의 화끈함은 한참 투병하던 기억을 강하게 끌어올렸다.
3일 뒤 정형외과 교수님을 만났다. 다리쪽 MRI에서는 특이사항이 없었다. 근육이나 신경은 형성되지 않은 상태 그대로였고, 약간 부어있음이 발견 되었으나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방사선 치료로 인해 그을린 피부는 육안으로 다 돌아왔으나, 피부 안쪽으로 회복되지 않은 연부조직들을 보여주시면서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알려주셨다. 영상을 마우스의 스크롤로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보여주셨는데, 그 스크롤 소리 하나하나가 내몸을 잘께 쪼갠 1mm 분량이다.
어쨌거나 다리는 괜찮았다. 문제는 흉부 CT결과였다. 정형외과 교수님을 만나기 전, MRI와 CT를 찍고 나서 바로 다음날 영상판독 결과가 바로 나왔고, 병원 앱의 알림이 그날 아침에 띠링하면서 울렸다. 아내와 함께 두려워 하면서도 설마 무슨 일이 있겠냐는 막연한 안도감으로 그 결과를 아무렇지 않게 주욱 읽어갔다.
안도감은 이내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약 1cm 가량의 종양이 왼쪽 11번째 갈비뼈에 발견되었다고 한다. 영상을 판독한 의사의 추적 관찰 결과, 첫번째 follow up (작년 12월) 때부터 0.4cm 크기로 이미 존재했었고, 2번째 follow up때에도 1cm가량 존재했었다고 적어 놓았다. 하지만 두번의 영상판독에서 그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때 당시 혈액종양교수와의 만남은 1주일 뒤였으나, 영상판독 결과가 나오는 날 오후에 PET 스캔을 바로 주문해 놓으셨다.
다시 정형외과 교수님과의 만났던 시간으로 되돌아 가보면, MRI결과만 보고 오신 모양이다. CT결과를 보고 다소 놀라신듯 하다. 그 동안은 수술한 다리만 관심이 있으셨으니 그럴만도 하다. 보통 외래 체크인을 하면 진료실로 들어간다. 먼저 간호사가 간단한 키, 몸무게, 약국위치 등을 체크하고 나간뒤, 이어서 레지던트가 들어온다. 가볍게 현재 상황을 체크하고, 그 다음 레지던트와 함께 담당교수가 들어오는 순서이다. 레지던트가 다리 컨디션을 묻길래, 좋다면서 혹시 CT결과를 보았냐고 되물어 봤더니, 못 봤다고 하면서 담당교수와 살펴보고 오겠다고 한다.
담당 교수님이 그 레지던트와 함께 진료실로 들어오셨다.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하셨는지 자리에 앉자마자 CT결과를 살펴 봤고, 곧바로 수술로 제거하자고 하셨다. 그동안 아내와 나는 이 결과에 대해 긴가민가했는데, 교수님께서 바로 수술하자고 하시니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였다.
옷을 끌어 올려 옆구리와 등 쪽을 보여드렸다. 빠르게 갈비뼈를 순서대로 찾아 내려가더니, 펜으로 나의 옆구리에 그림을 그리셨다. 11번째 갈비뼈는 이쯤 되겠다면서 동그라미를 쳤고, 볼록한 부분을 찾으셨는지 직접 만져보라셨다. 손으로도 약간 볼록한 부분이 느껴진다.
수술에 대해서 빠른 브리핑을 해 주셨다. 1시간 정도 걸릴 것이고, 당일 퇴원으로 진행되는 간단한 수술이라고 설명해 주셨다. 갈비뼈를 잘라서 끊고, 병변을 포함해서 약 2cm 가량 제거한 뒤 이어 붙이면 몇 주 안에 갈비뼈가 다시 붙을 것이라고 하셨다. 수술일정은 2주뒤로 빠르게 잡혔다.
너무 빠르게 결정되어 어리둥절했지만 최대한 이성의 끈을 잡고, 어떤 상황인지, 수술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차분히 질문해 나갔다. 더불어 위에서 언급한 다리 MRI결과도 빠지지 않고 문의했으니 이성적으로 잘 대응한 듯 하다. 교수님은 나가셨고, 2주뒤 수술 관련해서 간호사와 한번 더 상담을 하고 났더니 외래가 끝났다.
쓰나미 처럼 몰아쳤던 외래를 마치니, 아내와 나는 뭔가 강하게 한방 맞은 느낌이었다. 그 동안 몸에는 암이 없었고, 작년과 올해 고생했던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가 모두 예방차원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으나, 실상은, 항암을 하는 도중에 뼈로 종양이 이미 옮겨 갔고, 강력한 항암을 했음에도 종양이 꿋꿋이 자라고 있었다.
더 암담한 것은 PET 스캔이 수술 바로 전에 잡혔는데, 아직 갈비뼈 외에 다른 곳에 더 전이가 되었는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전이 부위가 갈비뼈 한곳인지, 신체 다른곳에도 더 퍼졌는지 알 수 없다. 물론 PET결과로 갈비뼈에 있는 종양이 암이 아닐 수도 있지만, sarcoma 전문 의사의 육감으로 암을 인지한 듯 보인다.
이후에 혈액종양 교수님과도 video로 진료했고, PET 스캔을 바로 오더했다면서, 결과에 따라 항암과 방사선 치료가 추가로 필요할 수도 있겠다고 이야기 나눴다. 혈액종양 교수님은 평소에는 항상 밝게 맞이해 주셨는데, 그날은 나쁜 결과를 알려주는 상황이라 그런지, 매우 차분하게 (내가 놀라지 않게) 상황을 설명해 주셨다. PET 스캔과 수술 이후에 다시한번 보자면서 수술 후 1주 뒤로 진료스캐줄을 잡았다.
지금까지가 전이를 확인한 10일간의 상황이고, PET 스캔과 수술을 일주일 남겨둔 상황이다. 수술 관련해서 마취를 위한 30분 상담, 수술 전 30분 유의사항 등 수술을 하기 위한 몇 가지 절차 등이 남아있다.
그 10일 동안 아내와 수 없이 울고, 반대로 긍정회로를 돌리며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심하게 탔고, 지금은 다행이 정신적으로 많이 안정되었다. 미국에서는 첫번째 수술을 하게 될 것이며, 캐모포트까지 포함하면, 몸에 메스를 총 5번 대게 되었다. 이게 마지막이길 바란다. 갈비뼈에 붙은 종양이 암으로 판정나면, 골육종으로 변화될 것이며, 전이된 4기 환자가 될 것이며, 현재 연재 제목인 Myxoid Liposarcoma가 아닌 다른 sarcoma가 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