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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안다리 Nov 03. 2022

이방인

어제 태국 출입국 사무소에 가서 비자를 연장하고 왔다. 또 한 번 태국에서 1년의 시간이 허락되었다. 

나는 태국에 산지 17년 되었다. 태국인 남편이 있고 두 아이도 이곳에서 낳았다. 

남편과 아이들은 태국 국적이 있지만 나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매년 출입국 사무소에 가서 비자를 연장해야 하고 매 3개월마다 리포팅을 해야 한다. 


태국에 사는 게 너무 익숙해져서 마치 내 나라에 있는 것처럼 편하게 느껴지다 가도 이렇게 출입국 사무소에서 비자를 연장할 때마다 내가 이방인이라는 것이 피부로 확인된다. 


 출입국 사무소에 매년 약 30페이지에 달하는 서류를 내고 그들이 오케이라고 말해 줄 때까지 앉아서 그 사무실에서 대기를 한다. 서류에 문제가 있거나 하면 어떻게 든 그 문제를 해결해서 비자를 연장해야 한다. 

그래야 이 나라안에 계속 있을 수 있으니까. 

이 땅은 이제 내 집과  내 가족이 있는 곳이다. 비자가 연장되지 않아서 이곳에 있을 수 없는 것은 상상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런 내 삶의 중대한 문제가 이 서류들에, 저 경찰관들의 손에 달려 있다는 게 좀 서럽기도 하다. 


난 이방인이니까. 


몇 년에 한 번씩 한국에 방문한다. 

한국에 갈 때마다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을 마주한다. 

코로나로 인해 몇 년간 한국에 갈 엄두를 못 내다가 상황이 좋아져서 지난여름 한국에 다녀왔다.  

코로나 시대 이전과는 또 다른 많은 것들을 새롭게 마주해야 했다. 그리고 워낙 한국이 첨단 국가로 발전하다 보니 이제는 음식점에서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는 첫 경험들을 해야 했다. 

한국에 있으면서 자주 해야 했던 말.. 


저.. 제가 외국에서 살다 와서 잘 모르는데요. 이것 좀 알려 주시겠어요? 


은행에 가서도, 마트에서도,  심지어  음식점에서 조차 나는 이 말을 해야 했다. 

또는 관공서에 이것저것을 문의하면서도 이 말을 자주 했나 보다.

편안해야 할 나의 고국으로 돌아가서 조차도 난 내가 이방인처럼 느껴진다.


한 번은 친척집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그 잔을 물로 씻으려 했는데 물을 어떻게 틀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싱크대에 있는 수도꼭지를 돌리기만 하면 되는 태국 집들과는 다르게 한국의 신축 집들은 또 다른 시스템으로 설치가 되어 있나 보다. 결국 그냥 커피잔을 두고서 돌아오면서 

나는 다시 한번 이방 사람처럼 느껴진다. 

태국에서는 국적과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그 문화와 오랫동안 동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태국에서도 한국에서도 결국 나는 그냥 이방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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