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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안다리 Nov 10. 2022

가끔은 화려해도 괜찮아

여자 아이들은 바비 인형에게 꽂혀서 자기가 공주님이 된 것처럼 착각을 하고 

바비 인형에게 감정을 이입하며 왕자님을 기다리는 놀이를 하는 어린 시절이 꼭 한 번씩은 있는 것 같다. 

옷은 꼭 공주 드레스를 입어야 하는데 그것을 입고도 부끄러울 줄을 모르기에 어린아이일 것이다. 

그 옷과 자기 손에 들고 다니는 바비 인형이 슬슬 부끄러워지기 시작하면 생각과 몸이 많이 자랐다는 증거가 된다. 


어렸을 때 나도 언니와 앉아서 바비 인형을 꾸미면서 놀았던 기억이 난다. 예쁘게 화장도 해주고 반짝이는 드레스를 입혀 주면서 나도 크면 이렇게 화려하고 예쁘게 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이런 공주병은 사라지고 나는 수수한 것을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다. 

이게 진짜 내 모습이었나 보다. 

화려하게 꾸미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고 편한 것을 좋아한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는 머리를 아주 짧게 자른 적이 있었는데 아예 남자아이처럼 하고 다니면 어떨까 생각도 해 봤지만 그건 또 너무 튀는 일이라 부담스러워서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냥 짧은 머리, 티셔츠, 반바지가 나에게 어울리고 편했다. 

중고등학교를 지나면서도 그냥 이런 수수한 모습의 나로 사는 것이 좋았고 친구들이 화장을 하기 시작하고 짧은 치마에 액세서리로 꾸미기 시작해도 나는 그저 심드렁하게 쳐다보고만 있었다. 구경을 하는 게 직접 그 안에 들어가 꾸미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 편하고 재밌었다. 


그런데 왜 이런 수수함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니 사실은 자신감의 문제였다는 생각이 든다. 외모가 예쁘지 않고 특히나 치열이 고르지 않아서 앞니가 툭 튀어나와있는 내 외모는 세상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결코 관심받을 수 있는 좋은 외모가 아니었다. 비교적 마른 편으로 살아왔지만  하체 비만이라서 상체 사이즈와 하체 사이즈가 달라 뭔가 몸이 불균형한 사람 같았다. 눈은 또 얼마나 작은지. 예 쁘고 쌍꺼풀 진 큰 눈이 대세인 이 세상에서 나 같은 눈을 가진 사람은 어디 내놓을 수 없는 외모처럼 느껴져 왔다. 결국 이런 낮은 자존감이 나를 수수하고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 수수하게 튀지 않게 옷을 입고 꾸미지 않은 듯하게 있으면서 시선을 받지 않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보니 그것이 취향으로 자리 잡혀서 늘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다 위기가 찾아왔다. 한 세미나를 듣게 되었는데  중간에 파티를 한다고 한다. 예쁜 드레스를 도네이션 받아와서 하나씩 골라 입으란다. 화려한 장식품들로 치장하고 최대한 예쁘게 파티장에 가는 신데렐라처럼 하고 오라고 하는데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뭔가 어색하고 힘들게 느껴졌다. 여자들은 모여서 어떤 옷을 입을지 어떻게 화장을 할지 머리 모양을 어떻게 바꿀지 얘기하면서 깔깔거리며 난리도 아니다. 

서로 화장을 해주며 이것을 바를까 저 색깔이 더 좋을까 신이 나 있다. 

나는 그 속에 있는 게 불편했다. 화려하고 예쁜 것은 왜 인지 나랑은 어울리는 것이 아닌 것 같아서 대충 평소보다는 조금 꾸민 듯한 느낌만 주고서 혼자 따로 노는 게 편하다. 


그러다가 생각해 보았다. 왜 나는 이런 시간을 불편해하는 거지? 화려하게 꾸미면 좀 어때? 내 눈도 코도 입도 턱도 몸매도 세상의 기준으로 봤을 때는 예쁜 편은 못되긴 하다. 나이가 40이 넘어가면서는 머리숱도 얼마나 줄어드는지 좀 초라해 보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뭐 어때? 세상의 기준에 못 미친다 해도 그냥 나니까 내 모습을 사랑해 주면 되지. 


주최 측이 마련한 세상 화려한 귀걸이와 목걸이를 하고 여자들이 치장하는 틈으로 파고들었다. 평소에 바르지도  않는 밝은 색의 립스틱과 진한 눈 화장에 볼터치로 힘을 팍팍 주어 봤다. 이런 내 얼굴이 어색하고 이상한지 아이들은 와서 엄마 눈에 뭘 칠한 거야? 한다. 


하지만 가끔은 화려해져 봐도 괜찮지 않을까?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인정하면서 예쁘게! 화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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