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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안다리 Nov 18. 2022

비교

나름 나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며 건강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해왔다. 

세상은 외모 지상주의에 자본주의로 가득 차 있어서 외모가 화려하고 예쁘지 않으면, 돈이 많이 없으면, 

마치 그다지 이 세상에서 중요하지 않은 사람처럼 거짓 메시지들을 준다.  


하지만 난 그래도 그런 거에 영향을 많이 받지 않아. 

난 그냥 나야!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소중히 여겨 줄 거야.  


이런 나의 생각을 고수하며 남들이야 아무리 비싼 옷 비싼 차를 추구하며 산다 해도 난 나만의 가치관으로 즐겁게 살아간다고 생각해 왔는데.. 

 어느 날 내 마음 깊은 곳들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내가 얼마나 나와 남들을 비교하며 살아왔는가를 보게 되었다.  

어렸을 때는 주로 언니와 나를 비교하며 살았던 듯하다. 나보다 더 예쁘고 여리여리한 우리 언니는 공부도 잘했다. 나도 공부를 못한 편은 아니었지만 항상 언니보다는 좀 아래였다. 언니는 반장 부반장도 했었는데 나는 선거까지는 나갔으나 뽑혀 본 적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내 시선은 은근히 언니와 나를 비교해 왔다. 

그러나 그냥 더 예뻐서, 공부를 더 잘해서일까? 뭔가 이게 다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더 오래전 시간으로 되돌아 내면 여행을 해 보니 어렸을 때의 상황이 생각난다. 

우리 고향은 경북 경주였는데 부모님은 서울 근교에서 빵집을 하시게 되어 일찍이 고향을 떠나셨다. 

그러나 자리가 아직 덜 잡힌 상황이셔서 그랬는지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언니는 데려가시고 아직 어리고 손이 많이 가는 나는 데려가지 않으셨다. 

나는 시골에 남아 할머니 할아버지와 지내게 되었는데 할아버지는 손주를 그다지 예뻐하는 스타일이 아니셨다. 그보다는 본인의 외출, 사회생활이 더 소중하셨던 듯하다. 

한 번은 친구가 학습지 같은 것을 하는 것을 보고서 나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서 할아버지에게 나도 학습지를 시켜 달라고 졸랐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그런 게 뭔지 몰라도 졸라 대면서 따라오는 내가 많이  귀찮으셨다. 할아버지가 집 대문에서 나와 길 가로 걸어 나가는 골목 옆은 자갈이 쌓여 있었는데 징징대며 따라오는 내가 귀찮으신 나머지 돌을 던지면서 쫓아오지 말라고 위협을 하시기까지 했다. 그날 나는 어린아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상처를 입어서 혼자 옥상에 앉아서 훌쩍거리며 울고 있었다. 할머니는 나를 찾다가 그곳에서 발견하고서 왜 그러냐며 달래 주셨지만 차마 할아버지가 돌까지 던지면서 나를 쫓아내려 하셨다고는 말하지 못했다. 

그렇게 시골집에서 혼자 살면서 어린 내 마음에는 왜 엄마 아빠는 언니는 데려가고 나는 데려가지 않았을까 하는 질문이 자리 잡았을 것이다. 어쩌면 밤마다 혼자서 그 생각을 되뇌었는지도 모르겠다. 


왜 언니는 선택받았고 난 아닌 거지?


5살쯤 되었을 때인가 드디어 서울 근교에 와서 가족들과 함께 살게 되었다. 아빠 엄마 언니와 함께 살게 된 첫날 내게 느껴졌던 낯선 감정들이 아직도 생각이 난다. 

나의 부모님, 친언니와 이제 함께 살게 된 건데 기쁘고 좋은 것보다는 낯설고 어색했다. 

마치 남의 집에 얹혀살게 된 것처럼.  하지만 어린아이들이 그렇듯이 그런 감정도 잠시, 나는 곳 새 집과 새 환경에 적응했고 우리 가족도 진짜 가족 같아졌다. 그렇게 그냥 가족들과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내면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것은  


“왜 언니는 선택받았고 난 아니지?”  


내가 선택받지 못한 사람이라는 비교 의식이었나 보다.  이후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우리 집은 강남 8 학군이라 불리는 곳으로 이사를 갔고  나는 그곳에서 초 중 고를 다 졸업했다. 자라나다 보니 내가 사는 곳이 강남 8 학군이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다. 친구들은 비교적 부유했다. 비싼 메이커 청바지를 쉽게 사 입고 주말이면 압구정동에 놀러 가 캐스팅 명함을 받아 오기도 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홀로 코딱지만 한 작은 미용실을 하시는 어머니와 경제사정이 여유롭지 못했던 우리 가족은 위축되고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일부러 비교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내 마음속 안에는 자연스레 그들과 나를 비교하는 시선이 자리 잡았고 괜찮아 난 나야 하면서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했던 생각들은 누가 봐도 비교되는 환경 속에서 위축되지 않으려 했던 바둥거림이었나보다. 이렇게 내면의 여행을 마치고 보니 그래도 그런 내가 대견해진다. 비교당하고 비교할 수밖에 없는가정, 사회 환경 안에서 영향받지 않으려고 했던 많은 노력들… 


수고했어.  잘했어. 

나를 칭찬하고 안아주며 내면 여행을 끝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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