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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안다리 Nov 22. 2022

아들! 너의 삶을 존중해!

어느 일요일 아침 남편과 아이들과 차를 타고 함께 교회에 가고 있었다. 

교회에서 매주마다 예배가 끝나고 오후에 청소년들에게 악기를 가르쳐 준다는 소식을 들었다.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를 원하는 대로 가르쳐준다고 하니 참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차로 이동하는 동안 13살 아들에게  


“아들아 악기를 배워보면 어떨까? 

마침 이렇게 무료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게 얼마나 좋아? 

엄마 생각엔 진짜 좋은 기회인 거 같아. 

아빠가 기타를 잘 치니까 너도 기타를 배워 보는 게 어때? 

싫으면 드럼은 어떨까? 드럼을 막 치면 스트레스도 많이 풀릴 거야. 

악기를 무료로 이렇게 가르쳐 주는 데가 어딨니? 진짜 좋은 기회야. 

사람이 악기 하나 정도는 능숙하게 다루는 게 얼마나 좋은 건지 모르지? 

엄마는 꼭 악기 하나 정도는 열심히 배워 뒀으면 좋겠어. 

어때? 이번 주부터 시작해 볼래?” 


그리고 아들이 답했다.  


“그렇게 좋으면 엄마나 하지 그래?” 


그리고 보고 있던 스마트폰으로 다시 고개를 처박는다. 

으이구 이 사춘기… 

처음엔 그저 사춘기 아이들의 흔한 반응이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해 보니 제대로 능숙하게 칠 줄 악기 하나가 없어서 아쉬운 마음이 있는 것은 나지 아들이 아니다.

 

어렸을 때 여느 한국 여자아이들처럼 피아노 학원을 몇 년간 다녔었다. 하지만 그렇게 즐겁거나 애정이 생기지는 않았고 그냥 엄마가 끊어줬기 때문에 다녔다. 숙제를 해 오지 않았다고 선생님에게 여러 번 혼이 났지만 여전히 숙제로 내준 악보 연습은 해가지 않았고 피아노 실력은 전혀 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자신 있게 칠 줄 아는 곡 이라고는 학교 종이 땡땡땡 밖에는 없다. 


여러 사람들이 각자 자기가 잘 치는 악기로 연주를 하면서 하모니를 이루는 즐거움을 누릴 때 옆에서 구경만 하는 게 늘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나도 악기 하나 정도는 제대로 배워 둘 걸 하는 아쉬움이 늘 마음속에 있었다. 사실 좀 자신 있게 칠 줄 아는 악기가 하나 있기는 한데, 그것은 장구다. 대학교 사물놀이패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정말 열정적으로 장구를 배웠다. 학교 공부도 등한시하면서. 

피아노, 기타, 바이올린 보다도 내 가슴을 뛰게 했던 것은 장구였기 때문에 어디서 장구는 칠 줄 안다고 할 수 있지만 장구를 들고 다니면서 칠 기회는 별로 없다. 

그래서 늘 악기에 대한 아쉬움을 안고 살았던 엄마이기에 아들을 보면서도 

악기 하나 정도는 마스터해서 연주할 줄 알았으면,  

내가 느끼는 아쉬움을 이 아이는 느끼지 않고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나 보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아들의 말이 옳다.  


그렇게 좋으면 엄마나 하지 그래? 


그게 그렇게 좋다고 느끼면 나나 하면 된다. 

내 아이가 그런 아쉬움을 엄마처럼 느낄 거라고 지레짐작해서 강요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악기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않는 것은 아쉽지만 내 생각을 강요하지 않기로 했다. 

그 후에는 악기를 배우라는 얘기는 전혀 하지 않는다. 아들의 삶은 그 아이의 삶이고 내 삶은 내 삶이니까. 

내가 느낀 아쉬움을 아이는 전혀 개의치 않을 수도 있으니 아들의 삶과 취향을 존중해 주기로 결정한다. 


아들! 너의 삶을 존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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