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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안다리 Dec 17. 2022

당신의 방식으로 사랑하기

어느 날 집에 태국인 친구들을 초대해서 밥을 먹었다. 

한국식으로 된장찌개와 몇 가지 반찬을 준비했다. 

난 요리를 잘 못하니까 가장 간단하면서 맛있게 먹을 수 있을 만한 것들로.

(어떤 것은 그냥 마트에서 산 거다..ㅎㅎ) 


그런데 식사를 시작하려는 때에 태국인 남편이 주방에 들어가더니 접시를 가지고 온다. 

그리고는 밥그릇 안에 있는 밥을 접시에 붓는다.  


“난 이런 밥그릇으로는 잘 못 먹겠어.” 


난 좀 짜증이 났다.   


‘왜 유난 떨고 난리야?’ 


마음속으로는 이런 불만이 쑥 올라온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남편 행동이 이해가 되긴 한다. 

보통 태국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쓰는 밥그릇 같은 우묵한 그릇을 사용하지 않고 평평하고 넓은 접시에 밥을 담아 먹는다. 

그리고 대부분 숟가락과 포크를 사용한다. 

젓가락은 국수를 먹을 때만 사용한다. 

그것도 아주 가벼운 나무젓가락이나 플라스틱 젓가락으로.


전에 한 번은 한국에 여행을 다녀온 태국인 친구가 한국에서 내내 철로 된 무거운 한국식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삼시세끼 그런 젓가락을 사용하다 보니 나중에는 손가락이 많이 아팠다고 했다. 

보통 집에 태국 사람들이 와서 식사를 같이 할 때는 젓가락을 쓸지, 포크를 쓸지 물어보는데 대부분 포크를 달라고 한다. 


그날은 왜 깜빡했는지 한국식 밥그릇에 젓가락으로 식사 세팅을 해서 아마도 태국 친구들이 좀 불편했을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나중에 들었다.  


다음 날 식사를 하다가 남편이  밥을 좀 가져다 달라고 한다. 

나는 또 익숙하게 한국식 밥그릇으로 손이 갔지만 이내 어제 불편해했던 모습이 생각나서  


‘아.. 맞아!’  


하면서 평평한 접시를 집었다. 

접시에 밥을 담아 가져다주었다. 

그것이 남편에게는 더 편한 방식이니까.  


많은 경우 내가 편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사랑해오지는 않았나 돌아보게 된다. 

내가 보기에 예쁘고 좋은 것을 선물하고, 내가 생각하기에 맛있는 메뉴를 고르는 식으로.  

이제 내 방식이 아닌 상대방이 편안함을 느끼는 방식으로 더 배려해줘야 함을 배워본다. 


당신에게 편하고 익숙한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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