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안다리 Jan 21. 2023

신라면과 김밥

 

해외에서 살다 보니 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비교적 한정적이다.

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한정적인 데에는 물론 나의 부족한 음식 솜씨도 한몫을 하긴 한다.  

솜씨가 뛰어난 집들은 해외에 살더라도 집에서 콩국수도 해 먹고 뼈해장국 같은 것도 끓여 먹는다.

어떻게 저런 걸 만들어 먹지? 싶은 것들을 척척 해내는 집들도 있는데

우리 집은 나의 짧은 음식 솜씨로 인해서 비교적 간단한 한국 음식들을 해 먹는 편이다.


그중에서 그래도 자주 해 먹는 것은 김밥이다. 아이들이 좋아하기도 하고 재료도 비교적 구하기가 쉽다.

처음엔 단무지를 구하기가 힘들었지만 엄청난 K-Food 열풍으로 인해서 이제는 태국 마트에서 쉽게 단무지를 살 수가 있어서 비교적 제대로 된 모습의 김밥을 만들 수가 있다.

그마나도 나의 김밥은 거의 기본적인 재료들만 들어간다.  

소시지, 단무지, 오이, 당근, 계란이 주 재료이고 가끔 맛살이 추가되곤 한다.

그래도 아이들은 김밥을 만들어 주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김밥을 먹을 때는 항상 신라면을 끓여서 함께 먹는다.

한국 식품의 인기로 인해서 요즘 태국에서는 편의점에서도 쉽게 한국 라면들을 구입할 수가 있다.

우리 집에는 거의 항상 신라면이 구비되어 있다.


김밥과 라면의 조합이란.. 정말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환상의 조합일 것이다.

어느 날 김밥을 만들고 라면을 끓여서 맛있게 먹으려는 찰나..

남편이 2층에서 내려온다.  

같이 먹어요! 하는데 쓱 보더니 “괜찮아” 하면서 나가버린다.  


우리에게는 좀 익숙한 상황이다. 태국인인 남편은 김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편하게 만드는 음식이 김밥과 떡볶이인데 남편은 이 둘을 다 별로 좋아하지 않다 보니

메뉴가 자기 스타일이 아니면 밖에 나가서 태국 음식을 사 먹곤 한다.

이럴 때면 좀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든다.

함께 즐겁게 먹으면 좋으련만 굳이 저렇게 나가서 먹어야 하나?


결혼 상대를 정한다는 것은 이 상대와 결혼했을 때의 장점과 단점 중에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누구와 결혼을 하든 당연히 장단점이 존재한다.

국제결혼을 한다는 것은 그 장단점이 더 확연히 구분이 된다는 생각이 드는데

단연 음식에 대한 문제가 그렇다.


가끔 된장찌개를 끓이면 “와 이 맛이야!” 하면서 함께 먹을 누군가가 있었으면 싶다.

그러나 남편도, 외국에서 태어나 자란 우리 아이들도 된장찌개를 좋아하지 않는다.

결국 끓여서 나 혼자 먹는다.


함께 음식에 대한 정서를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것, 그것이 내 배우자와 자녀를 포함한다는 것은 좀 쓸쓸하고 아쉬워진다.


고향의 음식, 그리운 맛들을 함께 그리워하고 나눌 수 있다는 것 중요한 부분인데 그 부분을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채울 수 없다니.

아쉬움이 큰 부분이다.

그러나 그것은 남편도 마찬가지 일 것 같다.

자기 어머니가 해 주셨던 음식들, 맛난 태국 가정식을 난 집에서 해주지 못한다.

어차피 태국은 외식 문화라서 자주 사다가 먹긴 하지만 그래도 남편의 정서에 맞는 음식을 해주지 못한다는 아쉬움은 서로 같은 것 같다.


그래서 마음먹고 태국 음식을 만들어 보았다. 똠얌꿍, 똠카까이 등등 나도 좋아하고 남편도 좋아하는 것들로 만들려는 시도를 해 보았다.

완전히 맛있는 태국식은 아닐지 몰라도 그나마 흉내를 낸 티는 날까?

남편이 불쌍한지 먹어주어서 다행이다.

 

서로의 입에 꼭 맞는 고향 음식을 만들어 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흉내라도 내려는 노력은 사랑이 아닐까?

아쉬움은 아쉬움대로 사랑은 사랑대로 그렇게 우리는 가족이다.

작가의 이전글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