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주택을 산 지 1년 반 정도 되었다.
그런데 우리 집 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것도 한 군데가 아닌 여러 군데..
안방에 생긴 것은 보기 안 좋을 정도로 좀 크고 두껍기까지 하다.
우리 집은 총 400여 채의 2층짜리 단독 주택들이 들어올 수 있는 큰 단지 안에 있다.
우리가 이곳으로 이사를 왔을 때 총 1/3 정도의 집이 지어진 상태였고
그 이후로 계속 건축이 이어져서 현재는 반 정도는 지어진 듯하다.
그래서 동네에 있다 보면 우리는 집이 지어져 가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볼 수 있다.
땅을 다지는 가 싶더니 시멘트가 부어지고, 기둥이 세워지더니 지붕이 올려진다.
앙상하던 지붕에 기와를 한 장 한 장 올려 예쁜 지붕이 만들어지면
벽돌을 쌓아서 벽을 하나하나 만들고 그 벽 위로 시멘트를 곱게 섞어
미장이라는 작업을 하는데 한 참을 서서 팔을 돌리며 매끄러운 벽의 형태를 만들어간다.
미장이 다 끝나면 창문, 방문 등등이 끼워지기 시작하고
얼마 안 가 페인트를 칠하고 나면 예쁜 집이 거의 완성이 된다.
우리가 동네에 집을 보러 왔을 때는 이렇게 예쁜 모습으로 완성이 되어 있을 때인데
그 안에 벽돌이 똑바로 잘 쌓아졌는지, 수도관은 잘 시공되었는지, 전기는 문제가 없는지 겉만 봐서는 상태를 다 알아내기가 어렵다.
지금 우리가 산 이 집을 보러 왔을 때도 집의 외관과 주택 단지의 분위기, 위치 등등이 마음에 들어서 구입을 결정했다. 벽 속 안의 상태는 볼 수 없었다.
그러나 1년 여의 시간을 지나고 나니 벽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남편은 건축 경험이 좀 있다 보니 금이 간 벽을 살피면서 나름대로 진단을 해본다.
아무래도 마지막 벽을 완성하는 미장 단계에서 시멘트와 모래 등을 섞는 비율에 문제가 있는 듯하다고 한다. 그 금은 벽 안쪽까지 난 것이 아니라 겉면만 얇게 간 정도라서 집 자체의 큰 문제라도 보기는 어렵고 그냥 시멘트를 좀 사다가 덧 바르고 페인트 칠을 새로 하면 다시 매끈하고 보기 좋은 벽으로 고칠 수 있는 정도의 가벼운 문제였다.
보기는 좀 안 좋은 상태이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우리는 외관만을 보고서 집을 선택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진짜 속내가 드러나게 되는 것이 꼭 사람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국에서 살아오는 동안 우리에게는 많은 동료, 많은 친구가 생겼는데 어떤 사람은 10년이 넘게, 어떤 사람은 최근 몇 년간 알아온 사이이다.
처음에는 어떤 사람인지 외모로만 판단하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나가다 보면
이 사람의 진짜 면모들이 보이기 시작하기 마련이다.
실망을 하기도 하고 생각보다 기대감이 생기기도 하는데
오랫동안 이 사람들을 겪어보면서 내가 내린 결론은
누구도 장점만 있는 사람은 없고, 또 단점만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
어떤 사람은 장점이 조금 많더라도 단점도 꼭 있다.
처음엔 잘 알 수 없더라도 함께한 시간이 지나다 보면 결국엔 겉으로 보이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어쩌나 싶을 정도로 단점 투성이다.
어디 내놓기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엉망인 듯해 보이지만
저런 면도 있었어? 하는 장점을 아주 가끔이나마 보여준다.
그것 역시도 초반에는 알기가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 보면 알게 되는 것.
그래서 사람을 볼 때 너무 성급하게 판단하고 단정 지어 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느낀다.
우리는 우리가 산 이 집을 좋아한다.
비록 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지만 충분히 손 볼 수 있는 거니까.
손 보고 나면 다시 또 예전의 벽으로 돌아갈 것이다.
사람들에게도 시간을 더 주고 싶다.
내면에 간 금들이 회복되고 단점이 드러나더라도 장점이 더 개발될 소망을 가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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