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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안다리 Jul 27. 2023

존재해 줘서 고마워!!

며칠 동안 심한 스트레스로 힘들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플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러다가 아이의 픽업시간이 다 되어 학교 앞에 가서 아이의 이름을 선생님에게 말하고

딸이 걸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 멀리서 걸어 나오는 것이 보이는데 뭐가 즐거운지 생글생글 웃으면서 걸어 나온다.

중간에 보이는 모든 선생님들에게 인사를 하면서도 웃음은 얼굴에서 떠나가지를 않는다.

그 아이가 미소를 머금으며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보는데 순간 그 기쁨이 나에게 전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는 스트레스가 사라락 하고 지워지는 듯한 느낌마저도 들었다.

그 아이의 기쁨이 나의 스트레스를 치유해 준 것이다.


아이의 존재에 대해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첫 아이를 낳고 나서 엄마와 아빠로서의 삶을 살기 시작할 때 우리는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힘들줄이야!!


갓난아기는 혼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어떤 능력도 가지고 있지 못했다.

먹기, 자기, 입기, 싸기 등등 모든 것들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연약한 존재로 태어난다.

전적인 돌봄을 받아야 하는 가장 미약한 존재가 바로 갓난아기가 아닐까?

그 아기를 위해서 우리는 헌신하고 또 헌신했다.

3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는 아기를 위해서 잠을 설치며 젖을 먹였고

혹시라도 감염이 될까 아이에게 사용하는 모든 것들을 깨끗이 소독했다.

(우리 집에는 신식 젖병 소독기나 건조기 같은 것들은 전혀 없었다.)

이 아기가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전인격적으로 돌보며 아기를 키운 것이다.

아기가 자라나서 엄마나 아빠에게 아주 작은 것이라도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기까지

계속 무조건적인 헌신을 쏟아야 한 명의 인간으로 자라난다.


그러나 그래도 감사하고 기뻤다.

이 아기가 우리와 함께 있음에 대해서.

뭘 해줘서가 아니라 그냥 그 존재가 고맙고 감사했다.

줘서.. 잘 싸줘서.. 잘 울어줘서.. 잘 먹어줘서.

그냥 잘 존재해 줘서 그것만으로도 기쁘고 감사했다.


생각해 보니 나도 그랬겠다 싶다.

갓난아기로 태어났을 때 나라는 사람이 자라도록 돌보아준 부모님의 헌신이 아니었다면

내가 한 명의 성인으로 자랄 수 없었을 것.

그리고 우리 부모님도 기뻐했겠지.

그저 나라는 사람의 존재 자체를.

뭘 해줘서가 아니라 그냥 존재 자체로 인해서.  


오늘 우리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존재해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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