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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안다리 Jun 27. 2023

왜 그땐 몰랐을까?

자꾸 비슷한 꿈을 꾸다가 잠에서 깬다. 

꿈에서 아이를 잃어버려서 당황하거나 

무언가 상황이 꼬이고 해결이 안 되어서 안절부절못하다가 잠에서 깬다. 

하루는 집에 동네 남자아이들이 들어와 위협을 하는데

누구를 불러서 도와달라고 해야 할지 몰라 놀라고 두려워하다가 잠에서 깨었다. 

계속 이런 꿈을 꾸다가 깨다 보니 

조용히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불안해하고 있는지 체크해 보았다. 


남편이 잠시 한국으로 훈련을 받기 위해서 떠난 지 한 달이 좀 넘었다. 

총 3개월의 훈련 중에서 이제 1/3 정도가 지난 것이다. 

서로 다른 나라에 오랫동안 떨어져 있게 된 것은 처음인지라 

마음이 자꾸 불안하고 그것이 꿈에 반영이 되는가 보다. 


그래도 남편은 이제 곧 돌아온다. 

돌아올 날짜의 비행기표는 이미 예약이 되어 있다.

남편이 집에 돌아오고 우리는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런 생각들로 불안에서 깨어난 나의 마음을 추스르다 보니 문득 어머니가 생각이 난다. 

7살 어느 날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셨다. 

어린 두 딸을 남겨둔 채로 아버지를 갑자기 여의고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

나는 지금 남편이 언제 돌아오거라는 정해진 날짜가 있고 언제든지 필요하면 연락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삶의 안정감이었던 아버지를 사별하고 엄마는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을까? 

아마도 내가 불안과 두려움으로 잠에서 깬 날 보다 훨씬 더 셀 수 없는 날을 잠에서 깨어야 했을지도…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선생님은 가정환경에 대해서 조사하는 작문을 하게 했다. 

나는 첫 줄에 


“나는 엄마를 좋아하지 않는다.”


라고 적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면담을 할 때 보니 선생님은 거기에 두 줄을 좍좍 그어 놓으셨었다. 

아버지를 대신해서 생계를 책임지고 가정을 이끌어 나가셔야 했던 엄마는 

갑자기 직업 전선에 뛰어들어 해보지 않은 많은 일들을 감당해야 했다. 

엄마는 바빴고 피곤해 보였다.

자연스레 우리와 나누는 시간도 대화도 거의 없었다. 

그저 의식주를 책임져 주는 것이 엄마가 할 수 있는 다였던 것 같다. 

그것조차도 많이 버거웠을 텐데.. 

엄마는 책임감 있게 언니와 나의 삶을 돌보고 책임져 주었다. 


하지만 왜 그땐 몰랐을까?

엄마가 마주하고 있었을 두려움과 불안함들을.

나는 그저 바쁜 엄마를 싫어하는 투정 부리는 딸에 불과했다. 

30년이 지난 지금 남편의 부재로 내가 느끼는 불안과 두려움을 통해서야 

난 엄마의 예전 상황을 이해하게 되었다. 


왜 그땐 몰랐을까? 

엄마는 가장 가까운 딸들조차도 이해해 줄 수 없는 외로움과 두려움에 얼마나 많은 밤을 설쳐야 했을까?


엄마.. 미안해요. 그땐 정말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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