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싱크대 밑으로 물이 줄줄 새어 나온다.
주방이 온통 물바다가 된 것을 설거지가 끝나고 나서야 발견했다.
한바탕 물을 닦아내고 젖은 물건들을 치우는 난리를 겪고서야 원인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찾기가 어려워서 기술자를 불러야 하나 고민했는데 다행히 다음 날 아침에 어디서 물이 세고 있었는지 찾을 수가 있었다.
남편은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싱크대에서 사용한 물이 집 밖 하수구로 들어가는 파이프가 이물질로 좁아져서 그런 것 같다고 하면서 파이프와 하수구 입구를 청소해야 한다고 했다.
일요일 오후에 남편은 단단히 마음을 먹고 아들과 함께 대작업을 시작했다.
하수구 입구와 파이프를 청소하기 위해서 하수구 뚜껑을 열었는데
참을 수 없는 악취가 올라온다.
단독 주택에 살다 보니 여러 가지로 손이 가는 부분이 정말 많다.
하수구 뚜껑을 열어보니 정말로 오랫동안 쌓인 음식물이나 오염 물질들로 파이프에서 하수구로 물이 떨어지는 곳이 꽉 막혀 있었다.
그냥 옆에 서 있기도 힘든 그곳에서 남편은 두 시간 정도 청소를 했다.
오염 물질들을 뜰로 걷어내고 다 쓰레기 봉지에 담아서 갖다 버리는데
옆에는 하수구에서 올라오는 바퀴벌레들이 왔다 갔다 한다.
파이프안의 오염된 부분들까지 낡은 옷걸이를 가지고 직접 쑤셔서 다 청소해 내고 나니
싱크대에서 사용하는 물들이 시원하게 하수구로 빠져나간다.
작업 끝!
온몸이 더러워진 아들과 남편은 급하게 하수구 뚜껑을 닫고서 씻으러 집 안으로 들어갔다.
옆에서 남편이 하수구의 더러운 것들을 하나하나 청소하는 것을 보니 여러 감정들이 스쳐갔다. 손과 발이 더러워지는 것을 참으며 그 고된 작업을 두 시간이나 악취 속에서 쭈그리고 해내는 남편의 모습에서 ‘가장의 책임감’이 느껴졌다.
이 가족의 가장으로서 오물이 튀어도 가족을 위해서 희생하며 끝까지 주어진 일을 해내는 그의 모습에서 숭고함 마저도 느껴진다.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니까.
남편을 생각하면 항상
‘우리 남편은 매일 늦잠을 자’
‘너무 느려, 답답해’
‘자기가 좋아하는 운동 하느라 바빠서 가족을 소홀히 해’
이런 얘기를 많이 해왔다.
여러 가지 불만들이 쌓여서 그냥 내 남편은 이런 사람으로 정의해 버린 것 같다.
하지만 오늘 그가 보여준 모습은 남편 마음속 깊은 곳에 가지고 있는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었다.
악취와 오물 속에서 하수구 청소를 하는 남편을 보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작은 것들에만 집중하고 진짜 이 사람 속에 있는 가치 있는 것을 알아봐 주지 못한 아내의 속 좁은 눈이 보였다.
겉으로 보이는 작은 것들에만 집중하다가 소중한 큰 것을 놓쳐버렸던 것이다.
앞으로는 조금 더 좋은 아내가 되어주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사람들 안에 있는 진짜 소중한 것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작은 것에 집중하다가 큰 것을 놓쳐버리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