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편> 중소기업 월급쟁이, 강남아파트 투자로 조기은퇴하다
부동산 투자를 시작하기 전에 주식 투자를 시도해 본 적이 있었다.
대치동 작은 사무실에서 근무할 때였다. 점심시간마다 전 직원 5명 가운데 3명이, 그것도 회사 대표, 팀장, 과장이 컴퓨터로 주식 그래프만 보고 있었다. 뭔가를 사고팔고, 몇 분 사이에 수익이 났다며 환호를 지르는 모습에 매혹되었다.
욕심부리지 말고
자네도 하루에 10만원씩만 벌어 봐.
달콤한 속삭임에 넘어갔다. 증권사 지점까지 나를 데리고 가서 주식계좌 개설을 도와줬다. 계좌만 만들었는데도 벌써 재테크를 하는 느낌이었다. 토익 만점 상금으로 받은 100만원 중 50만원을 계좌에 넣고 시작했다. 갑자기 세계 경제를 걱정해야 하는 책임감이 몰려들었고, 어느새 기업 분석 전문가가 된 기분이었다.
‘하루에 딱 10만원씩만 벌자. 매달 180만원 월급만큼만 벌면 되는 거야.’
꿈에 부풀었다. 중국으로부터 오는 화물선을 한강에 띄우겠다는 회사의 주식도 사보고, 국내 SF영화가 미국에 진출한다고 해서 그것도 샀다. 처음 듣는 IT기업과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를 사보기도 했다.
딱 일주일 만에 40만원을 잃었다.
주식을 했던 그 일주일은 마치 도박에 중독된 것 같았다. 실시간으로 오르고 내리는 가격과 그래프를 보고 있자니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100원만 올라도 세상 더없이 기뻤고 50원만 내려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내가 사기만 하면 내리고, 손해를 보면서 팔면 바로 올랐다. 거래 수수료만 계속 나가고 있었다. 증권사에서 내 계좌를 훔쳐보고 있다가 일부러 골탕 먹이는 것 같았다.
만약 이때 원금 50만원이 500만원이 되고 5,000만원이 되었다면 지금까지 계속 주식 투자만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내 능력의 한계와 투자 성향을 잘 알고 있다. 지금쯤 크게 잃어서 수억원의 빚만 남았거나, 잘해야 그저 용돈 버는 수준에 머물렀을 것이다.
다행이다.
첫 주식 투자에서 80%의 원금 손실 경험은 지금까지도 주식을 쳐다보지도 않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