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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 Aire Aug 26. 2020

아파트, 가격만 싸다고 급매는 아니다

<제18편> 중소기업 월급쟁이, 강남아파트 투자로 조기은퇴하다

그렇게 두 번째 아파트 등기까지 완료되고, 2010년 봄에 기존 임차임과 전세 재계약을 했다. 보증금 3,000만원을 올리는 대신에 너덜너덜한 문짝이 겨우 매달려 있는 싱크대를 교체해 주었다. 새로운 세입자를 구했다면 복비로 지출했을 돈인데, 이걸로 싱크대를 바꿔주기로 한 것이다.


내 아파트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새 싱크대가 2년 만에 그렇게 또 망가질 줄은 몰랐다. 역시 세입자는 내 맘 같지 않았다.


2년 후에도, 그리고 다시 2년 후에도 전세 보증금을 2,000만원씩 올려 받았다. 5년 사이에 전세 보증금 인상분으로 총 7,000만원을 회수했다.




아쉽게도 기대했던 주변 개발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건물 외벽에 화려한 조감도가 잠시 걸리기도 했다. 하지만 유진상가는 여전히 예전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었다. 주변 재개발은 기약이 없었다. 매매 시세 역시 큰 변동이 없었다. 1층 거래는 2010년 2억 3,250만원 이후 5년 동안 한 건도 없었다.


집에 가는 길에 홍은동 아파트가 보일 때마다 아내와 마을버스에서 긴급 비상 대책 회의를 했다.


“합정동 균촉지구 거기도 나 중학교 다닐 때는 아무것도 아니었거든. 지금은 자이 건물 엄청 높은 거 짓고 있던데, 여기는 왜 이러는지 모르겠네.”

“고층 건물을 짓는 개발이 쉽지 않은가 봐.”

“유진상가에도 계획대로 48층 건물 생기고 마트랑 영화관 들어오면 3억도 넘을 텐데 말이야.”

“이렇게 동네 개발 말고 용산이나 상암 같이 큰 개발 주변에 투자해야 하나 봐.”

“역시 싸다고 급매는 아니었어.”

“그래, 투자로는 비싸더라도 좋은 물건을 사는 게 맞는 거 같아.”

“저층을 사놓고서 그동안 로열층 시세를 우리 자산으로 착각하고 있었네.”

“근데 이거 언제 팔 거야?”

“전세가 올라서 투자금도 계속 회수하고 있으니깐 조금 더 있어보자. 당장 팔 이유도 없잖아.”


2년마다 전세금 올려 받고 이걸로 다음 투자를 준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조금 더 버티면서 기회를 보기로 했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그렇게 전세금으로 계속 이어나간 투자들이 모여 어떤 놀라운 결과를 가져올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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