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편> 중소기업 월급쟁이, 강남아파트 투자로 조기은퇴하다
2015년 9월, 잠실나루역으로 갔다. 단지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끝낸 후 부동산 실장님은 우리를 3단지로 안내했다.
1단지에서 공원 같은 중앙통로를 따라서 15분쯤 걸어갔다. 국내 최대 단지라서 그런지 정말 넓었다. 크고 작은 공원들도 많고 나무가 워낙 많아서 단지 자체가 거대한 공원 같았다.
헬멧 쓴 아이들이 줄지어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10여 명의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야구를 하고 있는데 테니스 공이 아니라 딱딱한 야구공이었다. 경기를 많이 해본 솜씨 같았다. 그늘에는 엄마들이 모여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와 함께 배드민턴을 치는 아빠도 보이고, 동생한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 주는 오빠의 모습도 보였다. 쭉 뻗은 중앙통로를 따라서 킥보드를 타고 씽씽 내달리는 어린아이들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처음 본 집은 3단지 고층 26평이었다. 그런데 현관 앞이 북적거렸다. 집을 잘못 찾은 줄 알았다. 다른 부동산에서 온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총 3팀이 집을 같이 봤다. 집 보는 사람 7명에 부동산 관계자들 3명까지 10명이 우르르 들어갔다.
집들이에 초대받은 것 같았다. 휴지라도 사 올걸 그랬다.
“독일 직구로 산 인덕션인데요, 이거 백화점에서는 300만원도 넘거든요.”
“베란다는 앞뒤로 모두 확장했고요. 에어컨도 2년밖에 안 되었어요.”
“B타입 작은방 베란다가 조금 더 넓은 거 아시죠?”
“이쪽으로는 올림픽공원이 보여요. 단풍 들면 정말 끝내줍니다.”
집주인은 매물 설명에 신이 나 보였다. 부동산 실장님보다 집주인이 설명을 더 많이 했다. 집 구경이 끝나고 나가려는데 집주인이 한 부동산 사장님을 불렀다.
“사장님, 저희 집은 인테리어만 3천 이상 들었거든요. 7억 5천으로 가격 올려야 할 거 같아요.”
“7억 2천에 손님 모시고 왔는데 갑자기 가격을 올리시면 저희 입장도 곤란하죠.”
“7억 5천 아니면 안 팔게요. 다음 팀들도 계속 약속이 되어 있거든요.”
신기한 광경이었다. 손님들 7명이 지켜보는 앞에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웃는 얼굴로 3,000만원을 올렸다. 한 마디로 살 사람은 많으니 비싸면 사지 말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