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편> 중소기업 월급쟁이, 강남아파트 투자로 조기은퇴하다
이어서 파크리오 1단지 물건을 보러 갔다. 다시 10분 넘게 걸어갔다. 105동 앞에서 조금 기다리니 젊은 집주인이 왔다. 계속 전세만 줬기 때문에 집 상태가 궁금해서 같이 보고 싶다고 했다. 전세 준 집에 매도인과 매수인이 같이 보러 가는 어색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거실 앞에 펼쳐진 웅장한 모습의 롯데월드타워 모습은 압도적이었다. 상하좌우 막힘없는 파노라마 같은 거실 뷰는 그동안 봤던 모든 아파트 중에서 단연 최고였다. 저 멀리 삼성역 코엑스 건물까지도 보였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주방 베란다에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한강뷰가 펼쳐졌다. 강변역 테크노타워 건물이 푸른 한강에 비치고 있었다.
그래, 이 집이구나!
소름이 돋았다. 집에도 인연이 있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꼼꼼하게 집을 살폈다. 세입자가 5년이나 살아서 그런지 살림살이가 많았다. 조금이라도 공간만 있으면 거기까지도 빼곡하게 물건들이 가득 차 있었다. 싱크대 문짝은 박살이 나 있었고, 마루도 손상된 곳이 많았다.
괜찮았다. 앞뒤 베란다 전망에 마음을 빼앗겨서 그런 사소한 문제들은 하나도 눈에 안 들어왔다. 집 상태는 100점 만점 중에 90점 이상은 되었다.
거실 베란다 샷시를 열어보니 저 아래 초록색의 2호선 지하철이 지나가고 있었다.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롯데월드타워 건물과 함께 어우러져 마치 뉴욕 브루클린의 어느 동네 같았고, 런던 카나리 워프에 온 느낌이었다.
“우와 집 너무 좋다. 새 아파트가 정말 좋네.”
아내 역시 나와 같은 감동을 받았으리라. 1층으로 내려오자마자 집주인에게는 들리지 않도록 애를 쓰며 상기된 얼굴로 감탄사를 소곤소곤 터트리는 아내의 표정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집 좋지? 이 집으로 계약할까? 저기 지하철역까지는 30초면 가겠는데?”
“그래. 이걸로 하자. 우리가 평생 여기서 살면 되지 뭐. 시세 안 올라도 상관없을 정도로 참 좋네.”
“실거래가 보니깐 몇 년 바닥 찍고 이제 살짝 오르려고 하는 순간 같거든. 시도는 해보겠지만 안 깎아줘도 그냥 계약하자. 1단지 고층 물건 구하기도 쉽지 않을 거 같아서 그래. 집주인 인상도 좋네.”
“근데 7억이 넘는 거라 좀 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