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편> 중소기업 월급쟁이, 강남아파트 투자로 조기은퇴하다
지하철 8호선과 올림픽공원이 가까운 파크리오 3단지 보다는 그래도 2호선 역세권인 1단지를 선택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출퇴근 시간에 걸어서 15분이면 정말 긴 시간으로 느껴질 것 같았다. 휴대폰이나 우산이라도 깜박 놓고 나왔을 경우 다시 돌아간다는 건 생각만해도 끔찍했다.
방금 본 105동 물건은 1단지 중에서도 로얄동에 고층에 확장된 물건이었다. 거실에서는 롯데월드타워와 코엑스까지 한 번에 보이고, 주방쪽에서는 한강뷰가 가능했다. 집 상태도 괜찮은 편이었다. 26평 중에서는 최고 로얄 물건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가격도 최근 실거래가 범위인 7억 초중반 안에 있는 합리적인 수준이었다. 가격 조정보다는 이 물건을 꼭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더 앞섰다.
"사장님, 이걸로 계약 하시죠."
한두 번 시도하고 가격 조정을 깨끗하게 포기하니 계약이 빠르고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사장님이 나눠준 계약서를 들고 있는 내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지금까지 들어본 계약서 중 가장 무거웠다.
마지막으로 도장을 찍기 직전에 혹시나 해서 마지막으로 던져봤다.
“저, 딱 500만원만 빼 주시면 안될까요?”
인상 좋은 집주인은 잠시 고민하더니 시원하게 대답했다.
“그럼 매매금액은 그냥 7억 3,000만원 그대로 하시고, 대신 제가 양쪽 복비를 다 부담할게요.”
말 한마디에 500만원 벌었다.
방금 출력한 등기부등본에서 집주인의 이전 매수 내역을 확인했다. 취득세와 재산세만 계산해도 이제 막 본전이 되는 시점에 고맙게도 내가 나타나 준 것이었다. 지난 5년간 마음 고생이 많았었는지 계약이 성사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매도인의 표정이 엿보였다.
집주인도 심사숙고 끝에 현명한 결정이라고 판단했으니 이 아파트를 팔았을 것이다. 나는 매수하는게 현명한 결정이라고 판단했고 그래서 샀다.
서로 마주보고 있지만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하는 매도인과 매수인. 이게 바로 부동산 계약의 매력이다. 5년 후, 10년 후 과연 누가 웃게 될지 그때는 알지 못했다.
집주인은 잘 팔았고, 나도 잘 사는 모두가 기분 좋은 거래였다.
집주인의 배려로 계약금 일부만 우선 송금하고, 열흘 후에 까치마을 아파트를 담보로 7,800만원의 대출을 실행해서 나머지 계약금을 완납했다.
만기까지 1년 남은 전세 계약의 보증금은 4억 8,000만원이었다. 당시 전세 시세는 6억 5,000만원이었다. 입주 가능한 물건이었다면 전세를 새로 놓아 투자금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대신 우리가 입주할 날짜는 1년 더 뒤로 늦춰질 것이었다. 그래서 좋게 생각했다. 이자 조금 더 내는 대신에 이제 딱 1년만 있으면 이곳 잠실로 이사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 작년에 러버덕 행사 때 여기 석촌호수에 왔었는데.’
잠실은 러버덕 같은 이벤트가 있을 때나 한 번씩 오는 곳이었다. 게다가 상암동 DMC 랜드마크 개발도 백지화되고, 단군 이래 최대 도심 개발사업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도 무산되는 가운데 초고층 랜드마크 프로젝트 중에서 유일하게 진행된 잠실 롯데월드타워. 바로 그 앞에 있는 아파트 매수 계약서를 들고 있다니, 벅차 오르는 감정과 흥분이 교차하며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