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라우마
엄마와 헤어지고 할머니 집에서 지낸 지
1년쯤 지나 학교에 들어갔다.
할머니는
밭머리에서 울고 있는 나에게,
저녁밥 먹다 우는 나에게
매타작을 했다.
그리고 늘 말했다.
“ 엄마가 찾아오면 도망 와서 어른들에게
바로 일러줘야 한다.
안 그러면 엄마한테 가서 학교도 못 다닌다.”
학교 가는 길, 공중전화에서
엄마에게 몇 번 전화를 걸었지만
“여보세요”
하는 엄마 목소리에
할머니의 목소리가 겹쳐 들려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매일 엄마가 나를
데리러 와주는 상상을 했다.
어느 날은 장미를 들고 서 있는 엄마,
어느 날은 케이크를 들고 서 있는 엄마.
⸻
햇빛이 쨍쨍한 어느 날 오후.
학교가 파하고 가는 길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엄마였다.
“소영아!”
순간
뒤로 몸을 돌렸다.
“소영아, 왜 그래. 엄마야.”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다시 다가가 손을 잡았다.
“소영아, 엄마랑 다시 집에 같이 가자.”
할머니댁에 있던 삼촌은,
엄마와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소영아 엄마 터미널에 가 있을 테니까
준비해서 나와.”
빨간색 책가방을 매고
대문 쪽을 바라보았다.
파란색 츄리닝을 입고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삼촌이 보였다.
신발을 신으며 직감했다.
저 대문은
나갈 수 없을 것 같아.
대문을 지나치려는데
삼촌이 나를 잡았다.
“너 엄마한테 가고 싶어?”
“응.”
퍽—
삼촌의 커다란 손이
내 작은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
“엄마한테 가고 싶어?”
“응.”
퍽—
또 한 번.
계속 묻는 삼촌에게
응 이라고 대답했다.
10차례 넘게
때리다 삼촌은
대문 안으로 나를
밀었다.
그날 저녁, 퉁퉁 부은 얼굴에
벌어지지 않는 입으로
겨우 밥을 욱여넣을 때,
삼촌이 할머니에게
“내가 끝까지 얘 안 보냈다니까.”
라고 자랑스레 웃으며 말하는 걸 들었을 때,
“그래도 이렇게까지 때리면 쓰냐.”
라며 밉지 않은 눈으로
삼촌에게 눈을 흘기는 할머니를 봤을 때,
나는 조용히 수저를 내려놓았다.
⸻
그날 이후
삼촌은
내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지금도,
그 아이는 삼촌을 용서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