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상실
애견미용을 배운 적이 있었다.
애견학원에서는 여러 강아지 농장과 계약하고
강아지들은 하룻밤 학원에서 자면서
이틀 동안 학생들을 실습시키고 다시 농장으로 보내졌다.
“오늘은 이 아이로 하실래요?”
테이블에 올려진 아이는
몸집이 살짝 커 보이는 말티즈였다.
미용 도중 손을 내밀 때마다
고개를 숙이며 특유의 큰 왕발로
내 손을 향해 ‘툭’
하이파이브를 해주었다.
도중에 소파에 잠깐 아이를 놔두고
화장실을 갔다.
화장실에서 나오며 보니 어찌 나왔는지
아이가 화장실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는 요란을 피우지도 않았고
나에게 안기지도 않았다.
그냥 당연하다는 듯이 나를 따라다녔다.
다음 날,
학원에 도착하니 아이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강아지를 미용할 때도
소파에 올려놓아도 다시 와서
내 발밑에 쪼그리고 누워
밀려 나오는 털을 다 맞으며 잠을 자고 있었다.
선생님들과 농장에 따라가
농장주인에게
아이를 분양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주인은 터무니없는 액수를 불렀다.
나는 “아, 그럼 됐어요…”
하며 몸을 돌렸다.
주인은 말했다.
“뭐 나야 손해 볼 거 없죠.
가만 놔두면 지들끼리 알아서
새끼 빼고 돈 벌어 주고 하는데 “
뒤돌아 아이를 보았다.
아이는 철창에 매달려
나를 보고 있었다.
“그냥 아이 주세요.”
아이를 안고 나왔다.
돌아오는 차 뒷좌석에서 아이는 나에게 안겨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아이 이름은 하이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