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안녕하세요, 앤드류 킴입니다.
겨울이 떠나는 게 아쉬웠는지,
3월에 접어든 지도 절반이 지났는데 간밤에 많은 눈을 내렸네요~
개구리도 깜짝 놀랐겠습니다.
하지만 오는 봄을 막을 수는 없겠죠.
설레는 마음으로 따뜻한 봄을 기다려 봅니다.
지난 회계로 보는 세상(회보세)에서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을 다루며,
기업회생 신청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기업회생, 파산 이런 사건들은 불황의 터널에서
결과론적으로 나타나는 사건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건들은 심플하게 보면 과도한 부채 부담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결론에 이르기 전에 보이는 전조(前兆)는 무엇일까요?
네, 바로 무리한 자금 조달입니다.
건강한 기업이라면 1 금융권에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자금 조달의 구조도 깔끔하고, 조건도 단순하죠.
장부상에 기록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합니다.
그런데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은 어떨까요?
기업이 돈을 구하기 어려워지면, 단순히 금리가 높은 대출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자금 조달 방식이 점점 더 창의적(?)이 되고,
장부에서 보이지 않는 형태로 부채를 감추려는 시도들이 늘어나죠.
이렇게 복잡한 조건 속에서,
회사의 실제 채무가 장부상에 온전히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회사의 장부에 잡히지 않는 잠재적 채무를
부외부채(Off-Balance Sheet Liabilities) 합니다.
오늘의 회계로 보는 세상은 이 '부외부채'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https://news.einfomax.co.kr/news/articleView.html?idxno=4346890
롯데케미칼이 조달 대안으로 꺼내든 건 PRS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0월 미국 에틸렌글리콜(EG) 생산법인인 LCLA(Lotte Chemical Louisiana LLC) 지분 40%를 활용해 6천600억원을 조달했다.
문제는 PRS 계약이 회계상 부채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PRS는 만기 시점에 주가 변동 차익을 정산하는 구조로, 파생상품으로 분류된다.
롯데케미칼의 PRS는 만기 시점에 미매각 지분의 처분가액을 0원으로 간주해 정산하도록 설계됐다. 만기 시점까지 지분이 처분되지 않으면 롯데케미칼이 정산 부담을 질 수 있다.
아시다시피, 롯데는 유통과 석유화학을 주축으로 삼고 있는 그룹입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두 사업 모두 어려움을 겪으며 그룹 전체가 고전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유통 부문: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등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사업은 온라인 커머스 시장의 급성장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쿠팡, 네이버, 알테쉬 등의 강세 속에서 오프라인 유통망의 유지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2024년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약 4700억 원)은 10년 전(2014년 영업이익 약 1.2조 원)과 비교해 절반 이상 급감하였으며, 지속적인 점포 정리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회복이 더딘 상황입니다.
석유화학 부문: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석유화학 계열사는 글로벌 공급 과잉과 중국 기업들의 원가 경쟁력에 밀려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실제로 롯데케미칼은 2024년에 약 8900억 원 이상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이처럼 핵심 사업이 흔들리는 가운데,
롯데그룹에 대한 시장참여자들의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잠재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롯데는 2024년 11월 그룹의 상징과도 같은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하며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려 했습니다.
그런데 본업에서의 경쟁력을 끌어올리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의 자산을 담보로 신용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그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롯데케미칼은 PRS 조건의 자금조달에 나서게 됩니다.
Price Return Swap (PRS, 가격 수익 스왑)은 자산(주식, 채권 등)의 가격 변동에 따른
손익을 교환하는 '파생상품 계약'입니다.
이 계약과 관련하여 롯데케미칼이 공시한 내용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롯데케미칼의 손자회사인 LOTTE Chemical Louisiana LLC 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였고,
유상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는
이 손자회사의 지분 40%를 확보한 것으로 보입니다.
동시에 이 손자회사의 지분 40%를 기초자산으로 한 스왑계약(PRS)을 체결합니다.
누구와? 롯데케미칼과!
이 스왑계약과 관련하여 제가 주목하는 부분은
'만기일'과 '계약의 정산 방법'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먼저, 만기 내용을 보겠습니다.
계약 시 만기는 스왑 계약일로부터 5년인 29년 11월이지만,
계약일로부터 1년 경과 시점에 계약조건 재협의 조건이 붙어 있고,
조건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올해 11월까지로 스왑 계약은 종료됩니다.
즉, 1년 안에 스왑 계약이 종료가 될 수 있는 조건입니다.
다음으로 계약의 정산 방법을 보겠습니다.
이 내용은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 Exit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투자자는 손자회사의 지분 40%를
약정금액(약 6600억 원) 이상으로 팔게 되면 그 차액분을 롯데케미칼에 지급하고,
약정금액 보다 낮게 팔게 되면 그 손실분을 롯데케미칼이 보전해 주는 구조입니다.
즉, 투자자는 해당 주식의 처분에 따른 업사이드를 먹지는 못하지만
하방 리스크를 막아 원금 손실의 가능성을 회피할 수 있는 안정장치를
이 스왑계약을 통해 마련한 것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투자자는 풋옵션의 권리까지 확보한 것으로 보입니다.
위 공시를 보면
"투자자는 만기 또는 만기 이전에 언제라도 기초자산을 처분할 수 있으며"라는 문구가
그 힌트가 될 수 있겠습니다.
물론 투자자가 "풋옵션을 확보'했느냐는 어디까지나 추측의 영역입니다.
다만, 처분권의 자유를 투자자가 가지더라도 해당 주식이 처분되려면
거래 상대방이 존재해야 거래가 될 터인데 비상장 회사의 지분 40%를 감히 누가 떠 갈까요?
이러한 원금 회수의 불확실성을 투자자가 그냥 떠안았을까요?
아울러, 다음의 문구를 보면
"지배기업은 투자자의 기초자산 처분 시 기초자산 매수인을 지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짐"
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투자자가 손자회사의 지분을 매각할 때 '매수인에 대한 지정 권리'를
롯데케미칼이 지정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롯데케미칼이 이러한 매수인 지정권리를 그냥 꽁으로 얻었을 리가 없죠~
상대에게 풋옵션을 줬으니 그와 같은 권리를 확보할 수 있었겠죠.
Give and Take!
위에서 스왑 계약에 대한 주요 조건을 살펴봤는데요..
하지만, 용어도 생소하고 잘 모르겠단 말이죠.
이럴 때 저는 현금흐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생각해 봅니다.
투자자가 손자회사인 LOTTE Chemical Louisiana LLC에 약 6600억 원을 집어넣습니다.
그리고 투자자는 여차저차한 이유로 만기 혹은 그 이전에 지분 처분을 원합니다.
롯데케미칼이 나섭니다.
롯데케미칼이 직접 주머니에서 해당 투자 원금을 상환해 줍니다.
혹은
롯데케미칼이 지정하는 제3자 (예를들어, 롯데케미칼의 최대주주인 롯데지주 or 롯데의 우호세력인 재무적 투자자들)가 나서서 해당 지분을 받아줍니다.
투자자는 지분을 털고 Exit 합니다.
이제 현금흐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대해 조금 더 감이 잡히실까요?
이번 PRS에 기반한 자금조달의 경우
형식은 제3자 유상증자의 형태를 띠면서,
단기차입의 속성(만기가 1년 안에라도 도래할 수 있음)을 지닌 펀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를 취한 것은 롯데케미칼의 불안한 재무구조를 감추기 위함이지 않을까 하는
뉴스기사의 분석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유상증자의 형태를 취한 것이니, 자본은 두터워졌을 것이고
스왑계약과 관련된 회계처리는 평가손익 부분만 파생상품자산/부채로 일부만
재무제표에 반영되기 때문에 부채비율이 개선된 듯한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실제로 공시 내용의 부분을 보면 롯데케미칼은
손자회사의 유상증자와는 별개로
스왑계약을 통해 발생되는 효과로 금융수익 (약 262억)과
파생금융상품자산 340억 원을 자산으로 잡았습니다.
유상증자에 따른 자본 상승,
금융수익 및 자산 계상으로 더욱더 높은 자본 확충의 효과를 얻었습니다.
스왑계약 구조 상 롯데케미칼의 잠재적인 부담이 팍팍 느껴지는데도
재무제표에는 이런 내용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부외부채가 가지고 있는 재무제표의 착시 효과입니다.
이번 PRS 계약은 롯데케미칼이 "숫자를 예쁘게 보이게 하기 위한 회계적 착시"일 뿐,
실질적으로는 만기 시점에 커다란 재무 부담을 가져올 폭탄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겠습니다.
이번 롯데케미칼의 PRS 계약에서 가슴을 섬뜩하게 하는 것은 다음의 기사 내용입니다.
롯데케미칼의 PRS는 만기 시점에 미매각 지분의 처분가액을 0원으로 간주해 정산하도록 설계됐다. 만기 시점까지 지분이 처분되지 않으면 롯데케미칼이 정산 부담을 질 수 있다.
즉, 투자자가 해당 지분을 팔지 못하면 유상증자 원금에 대해 전액 롯데케미칼이 책임을 진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유상증자에 참여한 투자자와 같이
롯데 그룹 밖에서 투자자를 바꿔가면서 손바뀜이 있으면 그나마 괜찮을텐데
이 상환의 부담이 롯데케미칼, 혹은 롯데그룹으로 옮겨 오게 되면
그룹의 자금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기사에서는
롯데케미칼 총 차입금 10조 원에서 6600억 원의 차입금이 유의미하게 신용등급을 바꿀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는 신용평가기관의 인터뷰 내용을 언급하고 있는데요...
뱅크런이라고 아시죠~?
은행은 모든 예금자의 돈을 은행에 두고 있지 않습니다.
은행이 망하는 것은 일시에 예금자들이 몰려와 돈을 돌려달라고 하는데
돈을 내어 줄 수 없을 때, 즉, 뱅크런이 발생했을 때입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뜩이나 돈이 없는데 만기는 자꾸 다가옵니다.
차환을 해서 만기를 계속 연장할 수 있으면 다행인데
시장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순간
EOD를 선언하고 일시에 상환을 요청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롯데케미컬이 그룹에서 차지하고 있는 중요성을 감안했을 때
롯데케미컬의 위기는 롯데케미컬의 위기로만 끝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홈플러스의 회생신청도 파급력이 만만찮은데..
롯데그룹은....
아우 생각만 해도 아찔해집니다.
부디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기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PRS 계약을 통해 24년 말 기준 인식된 파생상품금융자산 약 340억 원에 대한 이야기로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파생상품금융'자산'으로 약 340억 원을 잡았다는 것은
투자자가 유상증자에 참여한 손자회사의 기업가치 대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투자자가 원금 6600억 원 이상으로 지분을 처분할 수 있고, 그 이상의 처분가액은
롯데케미칼이 수취할 수 있다고 하는 "자산"이라고 본 것이죠.
하지만, 실제 처분이 되지 않으면 어떻게 된다고요?
고스란히 롯데케미칼이 투자 원금을 내주고 손자회사의 지분을 떠 와야 합니다.
높은 가치에 팔려 투자차액분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여
파생상품금융자산을 잡았던 340억 원 어떻게 될까요?
손상처리 되건, 파생상품거래손실이 되건
손실 발생으로 재무제표의 부담을 가중시키게 됩니다.
계약 당시에는 모든 것이 아름다웠는데...
반대 스토리로 전개될 시에는 이 같은 재앙도 없죠...
재무제표에 계상된 자산이 "찐"자산인지 아닌지는 판단하는 능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투자자가 투자원금을 안전하게 보장받자고 이 거래에 참여하지는 않았을텐데요..
이 거래에 참여한 대가로 투자자는 어느 정도의 수익률을 보장받았을까요?
조달비용을 보면 롯데케미칼의 시장 평가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읽을 수 있을 텐데..
이 또한 감춤의 미학일까요?
그럼 다음 포스팅에서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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