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사무소 9년, 그리고 2026년의 시작


2025년 역시 건설 경기 침체가 이어진 한 해였다. 코로나 이후 지속된 침체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으며, 내년에는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지만 급등한 건축비용과 막힌 대출로 인해 상황은 쉽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여 별서_main.jpg 부여별서 @갓고다건축


갓고다는 공공건축을 하지 않고 민간 프로젝트만 진행하다 보니 건설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러나, 다행히도 재작년과 작년부터 이어온 프로젝트들이 결실을 맺어, 2025년 가을에는 한 건이 착공되었고 2026년 초에는 두 건이 착공을 앞두고 있다. 일이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공사가 시작된 프로젝트들이 의도대로 잘 건축되어 다음 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건축가는 설계를 하는 사람이지만, 결국 현실에 지어진 건물이 포트폴리오가 되어 다음 프로젝트로 연결되는 중요한 결과물이 된다. 그렇기에 건축주와 협의해 만든 도면대로 건축될 수 있도록 감리를 성실히 수행할 예정이다. 특히 현장이 가까운 곳에 있어, 지난해 가을 착공된 현장은 매일 출근하며 살피고 있다.

탐미헌-main.jpg 탐미헌 @갓고다건축

최근에는 서울에 단독주택을 두 건을 진행하고 있다. 개업 이후 상가주택과 단독주택 등 주택 위주의 프로젝트를 주력으로 해왔는데, 서울에서 단독주택을 맡은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이를 계기로 단독주택이 사무소의 주력 분야가 될 수 있겠다는 희망적인 생각도 들지만, 시대의 흐름을 보면 지나친 낙관일 수도 있겠다는 우려도 있다.


과거에는 단독주택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아파트에 살던 세대가 전원주택으로 옮겨가면서 외곽에 단독주택 설계가 많았고, 2010년 전후에는 노후 생활을 위한 상가주택 붐이 일어나 많은 건물이 지어졌다. 코로나 시기에는 아파트를 팔고 같은 값으로 교외에 단독주택을 짓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 최근에는 교외뿐 아니라 도심에서도 단독주택을 짓는 사례가 있지만, 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러한 수요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아파트에서 태어나 자란 세대가 늘어나면서, 30~40대 초반의 ‘아파트 키즈’들은 단독주택에 거주할 생각이 거의 없다. 이들의 비율이 증가할수록 소규모 건축물에 거주할 사람은 줄어들고, 소규모 설계 일감도 점점 사라질 것이다. 게다가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 등 재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많은 주거지가 아파트로 변해가고 있다. 이는 소규모 필지를 원천적으로 없애는 일이자, 소규모 건축물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어두운 미래를 보여준다. 작은 필지가 남아 있어야 소규모 설계가 이어질 수 있는데, 합필된 필지는 그 싹을 잘라버린다.


따라서 2026년은 시장 변화와 수요를 지속적으로 살피며 새로운 시장을 찾아내고 비전과 목표를 수정해 나가는 해가 될 것이다. 그 시작은 부산에서의 전시기획 설치이다. 2018년 사무소의 출발도 부산에서의 공공미술이었고, 이는 사무소의 성격을 규정하는 중요한 분야였다. 2026년은 건축설계와 전시기획이 함께하는 해가 될 것이다.


2025년에는 연구의 즐거움도 있었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발주한 반포본동(반포주공1단지 아파트) 연구에 이어 신당동 연구를 진행하며 오래된 건축과 도시를 탐구하는 과정은 큰 의미가 있었다. 2021년 『경성의 아파트』 출간 이후 오래된 아파트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2026년에는 설계와 더불어 연구도 지속하며, 가능하다면 성과를 만들어내고 싶다.

부여 별서_전경2.jpg 부여별서 @갓고다건축

2019년부터 이어온 학교 강의도 이제 어느 정도 안정화되었다.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쉽고 잘 전달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다. 지난 강의에서 문제점을 찾고 개선하며 교안을 다듬어 가고 있다. 학생들에게 너무 어려운 것을 강요하지 않았는지, 눈높이를 맞추면서 꼭 알아야 할 내용을 어떻게 하면 쉽게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최근에는 건축법규와 건축설계를 강의하면서 공부한 내용이 현업 설계에도 긍정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최근 다시 고민되는 것은 AI와의 접목이다. 현업에서도 그렇지만, 이제 막 공부를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AI와 전공이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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