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말 대잔치 대신 내 안의 평온함을 확인하다...
궁금했다. 수면 내시경을 하려고 약(아마도 프로포폴)을 맞으면 헛소리를 할까? 1박2일이었나 암튼 한 예능에서 수면 내시경을 하고 잠이 깨기전에 무의식 중에 헛소리를 하던 개그맨 김준호를 본 뒤부터...
그래서 보통은 건강검진 중에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들어가지 않는데 이번엔 가지고 검진을 받았다. 잠깐잠깐 침대에 두거나 바구니에 두면 되니 크게 방해가 되진 않았지만, 뭔가 건강검진에 집중하지 못하는 느낌이기도 하고... 살짝 귀찮기도.
대망의 수면 내시경. 가스를 제거한다는 약을 마시고 이것저것 체크한 후 팔에 바늘을 꽂고 대망의(?) 수면 내시경 돌입. 침대에 누워 몸을 새우마냥 살짝 접고 입에 무언가를 물었다. 입을 계속 벌릴 수 있도록 해주는 그것 말이다.
잠을 유도하는 약이 밀려 들어온다. ...이 즈음 몇해 전이 떠올렀다. 보통은 술도 약도 안 하니 주사를 맞으면 채 열을 셀 세도 없이 잠이 드는 편인데 왠지 그때는 불쾌한 그것(내시경)이 입에 들어올 때까지 잠이 들지 않아 웩웩~을 연발하다 잠이 들었고 이후 수면 내시경을 할때마다 플래시백 마냥 그때가 떠오르는데.
이번에도 아니나 다를까 그날을 떠올리며 살짝 긴장하는 사이... 기억이 끊겼다. 그렇다. 이번엔 참 잘도 약에 취해 혼절한 것이다. 어두컴컴한 커텐 사이에서 눈을 뜨자 귀신같이 다가오는 직원. 가만히 누워 있었는데 깬걸 어떻게 알았지? 그정도 약이면 자는 시간이 똑같은가? 암튼 살짝 어질한 기운과 함께 간단한 설명을 듣고 나와 건강검진은 마무리.
이번 건강검진의 꽃. 고음질 녹음(feat. LG V30) 앱으로 콘서트 아닌 아무말 대잔치(아님 헛소리?)를 기대하며 찬찬히 들어봤다. 침대 밑에 내려놓고 녹음한거라 큰 소리로 녹음된 건 아니지만, 침을 삼켜가며 쭉 들어봤는데... 왠걸. 너무 조용하다. 분명 준비 시점에 오간 얘기도 내시경이 위를 헤집고 있을 때의 딸깍거림도 포착이 되어 있는데 내 입은 계속 침묵 상태. 내시경이 들어간 시점 만이 아니다. 아주 짧은 수면(-_- 10분도 안 재워주다니...) 와중에도 헛소리보단 꿀잠인지 참 잘도 잔다. 소리도 없이...
너무 기대가 컸던걸까? 막 헛소리에 아무말 대잔치로 내 치부를 드러내는 내 은밀한 속내를 기대했는데. 사실 너무 노골적으로 이상한 소리할까봐 걱정도 했었는데... 왜 그렇게 잠만 잔거니. 하아. 내년에도 다시 도전해봐야 하나? 내안의 내가 들려주는 아무말 대잔치에 귀기울이기...
...그보다 10kg은 빼고 오라는 의사선생님의 따끔한 한마디를 어떻게 이뤄낼 수 있을까...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