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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드 Jun 13. 2023

잘 넘어지지 않게 됐다.

보통의 평범한 남아 1이었던 시절. 종종 넘어지곤 했다. 몸을 쓰며 노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 시절의 놀이라는 게 십중팔구는 달리거나 서로 엉겨 노는 거였으니 넘어진다는 건 당연했던 일. 새로운 곳에 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더 넘어지곤 했다. 낯선 곳을 탐험하고 낯선 이를 탐구하고 낯선 세상에 호기심 어린 더듬이를 뻗치던 작은 아이에게 세상은 돌발 변수 가득한 곳이었으니.


...그런데 문득 마지막으로 넘어진 게 언제였던가를 떠올려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몇 달, 아니 몇 년은 족히 된듯하다. 남아 1이던 시절보다 조심성이 많아진 걸까? 세상을 조금 더 많이 알게 돼서일까? 글쎄. 그냥 돌아보면 여전히 남아 1일뿐인데. 덩치가 조금 커졌다고 해도 잘 움츠러들고 작은 눈망울일망정 세상을 둘러보기 바쁜 어른이일 뿐인데 안 넘어지는 건 왜일까?


그리고 보니 마지막으로 달려본 게 언젠가 싶다. 불안정한 세상에 발을 딛고 사는 불안정한 존재여서인지 언젠가부터 달리기보다 걷는 사람이 됐다. 세상을 다 가지겠다는 욕심은 없었지만, 세계 정복을 꿈꾸던(?) 남아 1은 어느새 달리기보다 내 앞에 놓인 누군가가 닦아 놨음직한 길의 궤적을 따라 걷고만 있는 듯하다. 새로운 곳으로 새로운 사람들을 향해 달려 봄직할 때도 걷기만 하는 걸 보면 남아 1은 성장한 걸까? 노쇠해 가는 걸까?


다시 달리고 싶긴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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