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근무제를 하는 회사인 덕분에 쳇바퀴는 쳇바퀴인데 살짝 변주를 줄 수 있다. 똑같은 일상에 소소한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건데 그다지 돌발적이지도 틀을 깨는 걸 좋아하지도 않는 성격이라 그런지 대체로 스스로를 쳇바퀴에 맞춰 사는 편이다.
매일 적립하듯 시간을 채우고 넘치는 시간은 미래의 어떤 시점(대개는 금요일)에 몰아서 오프를 하는 식으로 비워내는 게 그나마의 변화구일래나? 근데 그것 역시 패턴화 되어 같은 흐름의 연속인 게 나의 무심한 일상.
오늘은 그냥 조금 일찍 사무실을 나서서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집에 빠르게 가려면 바로 환승하곤 하는데... 집과는 상관없는 방향으로 애써 더 가서 굳이 억지로 시간을 더 쓰는 미련한 짓을 하기로 한 거다. 이유는 없다. 그냥 언젠가 그렇게 해봐야지 하고 스치듯 생각했던 걸 아무 이유 없이 실천에 옮긴 것뿐.
누군가는 유한한 인간의 삶에서 언제 끝날지 모를 이 하루를 최대한 노력하며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하지만, 미래가 계속될 거라 믿는 미련함으로 쳇바퀴 돌듯 이어질 내일에 대한 의미 없는 반항이나 하는 나 같은 하찮은 이는 오늘 두어 시간을 버리기로 했다.
언젠가 이 시간을 아쉬워하게 될까? 내가 아는 나라면 그렇지 않을 거 같다. 그냥 투박하게 덜컹거리는 지하철의 떨림을 몸으로 느끼고 창밖으로 바라보는 낯선 풍경의 소소한 변화에 작은 이벤트였다고 자위하며 넘어가겠지. 쳇바퀴 안에서도 무언가를 얻고 있다고 믿고 내일을 또 잘 살아갈 거라고 믿으며 그게 헛된 믿음이 되지 않게 성긴 벽돌이나마 한 개씩 쌓아가며 쳇바퀴를 다지는 게 일상이지 않았던가.
...그냥 오늘은 조금 다르게 굴러갔다 생각하면 될 일이다. 내일부터 다시 굴려보자. 쳇바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