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버섯은 아무 데서나 자라지 않는다. 적당한 어두움과 적당한 음습함이 있어야 작은 포자가 기다란 균사체로, 또 제법 큼직하고 화려한 독버섯이 되는 것이다. 또 그 독버섯은 산과 들에서만 피어나지 않는다.
직장인 A씨의 마음에서도 피어난다. 회사 일이 무난하게 진행되면 조직에 문제가 덜하면 회사가 그럭저럭 굴러갈 때만 해도 어디선가 날아온 포자는 그냥 포자일 뿐이다. 가끔 권태로움과 함께 포자가 성장하는 듯 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일상의 여러 사건 속에서 균사체가 다시 포자로 돌아가는 것 또한 흔한 일이다.
문제는 현실의 독버섯이 그렇듯 환경이 갖춰지면 무섭게 성장한다는 데 있다. 밝다고 생각했던 회사가 어둠에 감싸이고 뽀송했던 조직에 음습함이 찾아들면 포자는 거침없이 성장한다. 딱히 포자를 먹은 기억도 없는데 어느새 직장인 A의 마음을 가득 채워버린 독버섯.
독버섯을 상대하는 건 쉽지 않다. 만지기만 해도 죽음으로 이끌듯 강렬한 독버섯은 회사와 직장인 A, 조직과 직장인 A의 고리를 끊어버린다. 아니 끊어진 듯 둔감해지고 끊어진 듯 무심해진다. 일에서 재미를 찾을 수 없고 이전엔 몸에 잘 맞는다고 생각했던 자리가 이렇게 불편할 수가 없다.
회사가 재미없고 불편하니 일상이 흔들린다. 먹고사는 문제는 둘째치고 잠을 설치고 출근도 하지 않은 회사가 정말 가기 싫은 곳이 된다. 어쩔 수 없이 가긴 해도 일이 잘 될 리 없다. 이 모든 일의 원흉이라 생각하는 존재에 대한 원망이 커진다. 그가 날린 포자이고 그가 지금도 뿌리고 있는 포자이니 그만 없어지면 해결될 것 같다가도... 정말 그럴지에 대한 확신도 흐려져간다.
이쯤 되면 포자가 참 깊이 뿌리를 내린 건가 싶다. 독버섯엔 뿌리가 없을 테지만, 독버섯에 잠식되어 버린 직장인 A는 그 질긴 뿌리에 얽혀버린 듯하다. 어떻게 하면 빠져나갈 수 있을까. 직장인 A씨의 마음만 바꿔 먹으면 될까? 아니면 원흉부터 사라져야 해결될까? 언제 또 새로운 포자의 주인과 만날지 모르지만, 다시 작아지지 않는 포자가, 아니 독버섯이 영 신경 쓰이는 퇴근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