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힘을 믿으며 살아갈 모두에게
매일같이 도파민에 저려져 살다 보니 마치 동영상의 시대에 살고 있는 듯하지만, 우리는 아니 인류는 선사시대부터 그려서 자신의 생각을 전해고 글자가 생긴 후에는 글을 써서 생각을 나누며 공동체를 꾸려왔습니다. 저도 손에 뭔가를 쥐기 시작하면서 크레용으로 끄적이고 나뭇가지로 흙바닥에 무언가를 표현했었겠죠. 기억이 나지 않는 글자를 배워가던 그 시기에 글을 쓰는 흉내부터 냈을 거고요.
그런 처음의 글쓰기를 거쳐 지금도 무언가를 쓰고 있습니다.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업무적으로 글을 쓰기도 하지만, 관심 있는 이야기를 블로그에 풀어놓고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끄적이기에 글 이상의 방법을 잘 모르기도 하고요. 혹자는 몸으로 그림으로 음악으로 영상으로 표현하겠지만, 저는 글이 제일 편하거든요. 물론 그렇게 끄적여봐도 글을 쓰는 실력이 팍팍 늘어나는 건 아니지만, 쓰면 조금은 나아지는 듯하고 또 나아지지 않으면 또 어떻습니까. 뽐내기 위한 글이 아닌 걸.ㅎ
그런 글이 살아 숨 쉬는 곳. 오늘 경복궁 옆에 있는 유스퀘이크에서 열린 브런치 10주년 팝업 전시 작가의 꿈에 다녀왔습니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브런치는 글의 힘을 믿는 이들이 모여 만들고 10년을 운영해 온 곳으로 글 대신 동영상에 눈을 뺏긴 요즘도 글의 힘을 믿는 사람들, 글에서 힘을 얻는 사람들이 찾는 글쓰기 플랫폼입니다. 단순한 글쓰기를 넘어 일상을 다룬 수필부터 상상력을 가미한 소설까지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가 온라인을 벗어나 책으로 출간되기까지의 긴 여정의 동반자이기도 했죠.
글의 힘에 의지해 살아오던 평범한 이들이 작가의 삶을 살아가게 만든 곳. 꼭 출판을 하지 않더라도 브런치에 생각을 담고 표현하는 모두가 작가라 불려도 무방한 곳이라 지금 이 시간에도 브런치에서 누군가의 삶을 만나 라이킷을 누르며 응원을 보내고 계실 텐데요. 그런 브런치의 10년을 돌아보게 하는 전시였어서 더 흥미롭게 다녀왔는데요. 가을이 묻어나기 시작한 10월의 어느 날과 잘 어울린 유스퀘이크의 공간을 잘 나눠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더라고요.
1층에 있는 별관 같이 보이는 건물에선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걸어온 10년의 이야기. 브런치를 통해 만들어진 볼륨과 그 볼륨 보다 더 클 브런치 세상을 돌아보며 나의 글쓰기를 돌아보게 했고. 본건물 2층에 오르면 브런치를 통해 작가가 된 이들이 출간한 책과 몇몇 작가의 이야기.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할 책을 가지진 않았지만, 꿈을 가진 100인의 브런치 작가의 글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전시회를 찾은 방문객도 글의 힘을 믿는 이들이라 그런지 꼼꼼하게 읽어 보시더라고요. 대망의 3층은 자신의 생각을 실제로 글로 써보는 곳이었는데 10가지 주제에 대한 나의 이야기를 적는 곳이라 저도 적어서 붙여놓고 왔습니다.
브런치의 이야기, 그런 브런치를 통해 작가가 된 모두의 이야기, 그들의 이야기를 만난 후 나의 이야기를 글로 남기는 경험까지.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품고 있는 미션을 직접 체험해 가는 흐름이 참 좋더군요. 세심한 기획이라고 생각되기도 했고요. 10월 19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팝업. 브런치의 과거와 현재를 조망하는 공간이자 브런치 작가들의 만든 글맛나는 잔치이고, 동시에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글의 힘에 관심이 있는 이들을 위한 시간이었는데요. 혹시 관심이 있으시면 다녀와보세요.^^
글을 쓰는 건 어려운 일일까요? 나는 안 써봐서라고 손에 펜을 쥐거나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길 망설이고 계세요? 누구에게 보여줄 목적으로 글을 쓰는 건 조금 더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내 이야기를 내 생각을 써내려 가는 건 사실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그건 제가 직접 체험한 경험이니 믿어주세요. 그렇게 쓴 글이 누군가에 보이면 또 다른 얘기가 되지만, 짧은 끄적임이 긴 글이 되고 경험들이 조금씩 쌓이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온전히 내 생각을 담고 다듬어 가면서 글의 힘을 경험하게 되실 거예요. 그런 순간들이 모인 덕분에 브런치도 10주년을 맞이할 수 있었을 텐데 텍스트힙 같은 단어가 아니라도 글은 인류 역사와 함께 힘을 발휘해 왔으니. 짧은 글부터 시작해 보시면 어떨까요?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후루룩 남겨보는 오늘의 이야기도 두서없지만, 그게 또 내 글이라 생각하며 브런치 10주년에 다시 박수를 보내봅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