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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T 59] 가족을 치료하지 못하는 병원

#하루에한꼭지

by 연쇄살충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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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치료하지 못하는 병원


병원의 경영상태를 진단하면 직원들과 1:1 인터뷰를 반드시 수행한다. 인터뷰 말미에, 필자가 꼭 묻는 말이 있다. ‘가족이 아프면, 우리병원으로 모시고 오는 편이세요?’ – 필자


이 질문은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지에도 반드시 포함시킨다.


아니, 이게 말이라고 하느냐고 반문하는 병원장도 계실 것이다. 당연히 가족이 아프면, 우리 병원에 와아지…

하지만, 현실은 그런거 같지 않다.


‘당연히 모시고 오죠. 부모,형제,이웃사촌까지 모두 저희 병원으로 데리고 옵니다’라고 말하는 직원들이 대부분인 병원은 드물었다.


직원 중, 남편,가족, 자제, 부모, 형제, 이웃 사촌, 친구 등을 적극적으로 데리고 오는 직원은 몇 퍼센트나 되는가? 병원장이라면 이를 면밀히 체크해보기를 권장한다. 이는 병원의 리더십 상태를 체크하는 중요한 시그널이 되기 때문이다. 주변사람을 적극적으로 병원에 모시고 오지 않는 직원은 어떤식으로든 병원이 신뢰를 심어주지 못한 상태의 결과이다.


필자가 알고 있는 3가지 이유를 나열해 본다.

가족이나 지인분에 대한 특별한 혜택(가격 등)이 없다. 이는 병원 내 자신의 존재감이 너무 작게 느껴지고, 이러한 작은 존재감을 굳이 주변 가족이나 사람들에게 들키기 싫은 마음이 생긴다.


자신의 지인이라고 소개해도, 전문의나 검사실, 병동, 외래에서 특별히 ‘아는척’을 하지 않는다. 소개를 해준 직원은 환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하고, 이렇게 되면, 다시는 주변 사람을 병원으로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게 된다.


진료 실력이나, 검사 정확도, 처방 방향이 너무 상업적이거나, 첨단 수준이 아니라서 병원을 신뢰하지 못한다.


어느 하나 결코 가볍지 않는 주제다. 지방 소도시, 중급 병원에 근무하는 직원의 말은 듣는 사람의 마음을 슬프게 한다.


“주변 사람들이 아프면 겁부터 납니다. 당연히 제가 간호사라는 걸 알고 있으니 전화를 걸어오죠. 병원으로 소개해도 혜택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데, 우리병원오라고 하지 않을 수 도 없고, 다른 병원 가라고 할 수도 없고요. 한 달에 한 번은 전화를 받습니다. 일하는 스트레스보다 이 스트레스가 더 심합니다.”


병원장의 임무는, 병원을 적극적으로 소개하지 못하는 직원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일이 생기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병원은 병을 고치기는 곳이기도 하지만, 일터이다. 직원은 직원이기전에 인간이다. 무엇보다, 자긍심이 높은 병원이 되어야겠다. 자긍심이 높은 병원이 지역에서 잘 안될 리가 있겠는가? 잘 나가는 병원이라면 대부분 가지고 있는 ‘그 병원 괜찮아’ 라는 지역 내 평판, 긍정적 입소문의 진원지는 직원이다.


#연쇄살충마 생각

일을 하다보면 여러분들이 의사 소개해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저도 제 주변의 의사들을 소개하는데 많이 고민하지만 자기 병원의 직원이 가족을 편히 모시고 올 수 있는 병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지인을 소개하지 않는 직원을 탓하기 보다는 병원의 현재 점수를 되돌아 볼 계기가 되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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