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파트타임으로 일을 했던 캠든마캣(camden market)의 액세서리 상점이 쇼디치의 백야드 마캣(back yard market)에 새로운 분점을 내었다. 백야드 마캣은 빈티지 상점들이 엄청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또한 캠든마캣의 분위기와 조금은 달랐다. 마캣의 시스템이나 장사할 자리를 셋팅하는 것은 같았다. 하지만 캠든마캣에서는 아마추어적인 물건들을 파는 사람이 많았다면, 백야드 마캣은 좀 더 완성도있는 물건들이 많았다.
사람들이 판매하는 물건들 중 나는 특히 옷을 판매하는 사람들의 상품을 유심히 보았다. 역시나 다양성을 존중하는 영국답게 독특한 상품들이 많았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두 상점이 있다. 한 상점은 한쪽면은 문안한 컬러로, 다른쪽은 화려한 동양적인 자수가 들어가있는 실크 원단으로 만들어져 있는 리버서블 재킷을 팔았다. 이 상품은 특히 동양 문화를 좋아하는 백인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또 다른 상점은 개인 의류 브랜드의 상품들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상점이었다. 기장이 긴 나시에 직접 디자인한 프린트를 세겨 넣은 상품도 있고, 스트라이프 원단으로 만든 점프 슈트도 있었다. 그의 상품들은 가격이 다소 높은데도 판매가 곧잘 되었다.
이와 같은 의류 상점들을 보면서 나도 한번 이곳에서 내가만든 옷을 판매하고 십은 생각이 들었다. 어떤 상품을 팔까?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가 동양문화를 좋아하는 유럽에서 온 관광객들이 많다는 점, 그리고 내가 쉽게 만들 수있는 구조로 되어있는 일본의 기모노 형태의 재킷을 만들어 판매하기로 결정 하였다. 기모노 형태의 패턴을 팔과 몸이 하나로 붙어있게 제작하였다. 이렇게 하면 원단을 재단 할 때 그리고 봉재 할 때 드는 시간을 최소화 할 수 있다.
그리고 원단을 찾기 위해 '울크레스트'(Woolcrest Textiles Ltd)라는 원단 상점을 방문했다. 이곳은 원단을 저렴하게 판매하기 때문에 학과 수업 과제에 필요한 원단을 사기 위해 자주 방문 하던 곳이다. 상품을 만들 적당한 원단을 찾기 시작했다. 슈트를 만들면 좋은 격자무늬 스트라이프 원단과 얇은 울 원단들이 눈에 띄였다. 고전적인 기모노 형태의 재킷에 현대 적인 슈트 원단을 추가하면 다소 부담스러운 기모노 형태의 재킷도 일상에서 부담스럽지 않게 입을 수 있겠다고 생각 되었다. 이렇게 내가 생각하는 디자인을 하나 하나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원단은 여러가지로 다양하게 시도 하였다. 실루엣은 팔꿈치를 덮는 칠부 정도 되는 팔기장에 엉덩이를 약간 덮는 총장으로 제작했다. 그리고 앞쪽은 V넥 형태로 스넵 버튼으로 열고 닫을 수있는 재킷의 형태와 앞이 닫혀있는 티셔츠 형태 두가지를 개발 했다. 그렇게 현대 감성의 기모노 재킷이 탄생했다.
백야드 마캣에서 상점을 오픈 하기위해서는 지원서가 필요했다. 지원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상품과 나에 대한 소개가 필요했다. 내가 왜 이옷을 판매 하게 되었고, 그 동안 쌓아온 경력들 같은 것 말이다. 그리고 당연히 판매 할 상품의 특징과 설명, 사진 등 이 필요하다. 이미 백야드 마캣에서 판매 하고있는 상품들과 겹치면 안되기 때문이다. 내 경력 도움이 될 만한 패션관련 경력과 내가 다니고 있는 대학의 이름을 적었다. 그리고 개발한 현대 감성의 기모노 재킷의 특성을 적었다. 내가 내세울건 유명한 패션학교에 다니는 것 밖에 없었다. 마켓에서 내 상품으로 장사를 한 경력이 없어서 허가를 해줄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했고 결과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장사를 위해서는 일주일전에 지원서를 작성해서 제출 해야되기 때문에 지원서를 제출하고 일주일이 지나야 결과를 알 수있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미리 장사를 할 준비를 해나갔다. 손님들이 옷을 입어보고 빛춰 볼 거울, 상점을 장식 할 원단, 원단을 고정할 집게, 옷을 디스플레이 할 옷걸이 등 여러 방면으로 생각하며 철저하게 준비 하려고 했다. 모든 과정을 내가 일했던 캠든 마캣의 악세서리 상점의 사장 누나가 도와 주었다. 일생에서 처음하는 장사라 좀 설례기도 하였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판매 허가 통지서를 받았다. 영국에서 나의 첫 상점 오픈이 결정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