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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쉐

마르세유 여행

by KIDAE 기대 Mar 17. 2025

 대학 2학년이 되는 해 방학을 맞이하여 학교친구와 프랑스 남부 마르쉐로 여행을 떠났다. 프랑스 남부는 처음 가는 거라 설레었다. 마르쉐는 어렸을 적 많이 시청했던 '택시'라는 뤽배송 감독의 영화의 배경인 것 밖에 몰랐다. 명절 때가 되면 이 영화가 티브이에서 방영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 한창 핫하게 떠오르던 패션디자이너 자퀴무스(JACQUEMUS)가 살고 있는 곳으로 알고 있었다. 


 유럽은 이웃 나라와 가깝기 때문에 나라 간에 이동할 때 저가 항공사 비행기를 많이 이용한다. 심지어 출퇴근도 저가 항공을 이용해 두나라는 오가는 사람도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런던에서 2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 마르쉐행 비행기를 저가 항공사를 통해 예약하였다. 그리고 숙소는 에어비엔비를 예약했다. 유럽 여행은 그 나라 사람들의 생활 깊숙이 경험하기 위해 에어비엔비를 자주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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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당일 새벽부터 지하철을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 도착 한 뒤 바로 검문대를 통과 후 탑승 수속을 기다렸다. 여행은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날씨 때문에 출발 시간이 2시간 밀렸지만 그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연착은 계속되었다. 또다시 2시간 연착, 다시 2시간 연착 반복되었다. 원래는 점심쯤 출발 예정이었으나, 저녁이 다되어서 출발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에어비엔비 호스트와 연락하며 비행기 출발 시간의 연착을 알렸다. 


  호스트는 일이 있어서 늦게까지 못 기다린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가 도착하면 친구가 체크인을 도와줄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밤늦게 도착하기 때문에 체크인에 문제가 있으면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 걱정이 되었다. 마르쉐에 도착하니 사방이 캄캄한 밤이 되었다. 다행히 호스트의 친구를 만나서 예약한 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밤늦은 시간에 도착해서 물과 맥주를 살 수 있는 곳이 없었다. 호스트의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구입할 돈을 주면 사다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친절하게 물과 맥주를 사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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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어비엔비는 정말 오래된 건물 같았다. 하지만 멋졌다. 큰 가로수가 양쪽으로 늘어선 큰 길가에 숙소 건물이 위치해 있다. 나무로 된 두껍고 큰 문을 골동품 숍에서 볼 듯한 투박한 열쇠로 열고 들어가면 오래 됐지만 탄탄해 보이는 나선형 나무 계단이 나온다. 엘리베이터가 없어 3층인 예약한 방으로 올라가기는 좀 숨이 찾지만 앤티크 한 분위기가 좋았다. 계단은 아주 단단한 대리석 같았고 검정 철제 손잡이가 계단을 고풍스럽게 장식하고 있었다. 방은 평범하게 꾸며져 있었다. 작은 방과 거실 그리고 욕실로 이루 어져이었다. 우리는 무사히 도착한 것을 축하하며 호스트의 친구가 사다준 맥주로 목을 축이고 잠을 청했다. 우여곡절 끝에 마르쉐에서의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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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에 방문해서 그런지 남부지방의 따뜻함은 느낄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 가을의 날씨와 같았던 것으로 기억난다. 오래돼서 흐릿하게 기억나지만 2박 3일의 짧은 일정에 여러 관광 명소들을 다녔다. 돌로 다져진 길은 유럽 특유의 감성이 느껴졌고, 영화 '택시'에서 봤던 길거리 풍경과 접쳐 보였다. 길을 가다가 발견한 원형 경기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아를의 원형 경기장'이라고 한다. 마르세유는 로마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로마의 문화가 남아 있다고 한다. TV에서만 봤던 로마의 콜로세움과 거이 똑같이 생겼다. 이곳은 투우 경기장으로 쓰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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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세유는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마르쉐는 항구도시 이기 때문에 우리는 꼭 해산물을 먹기로 결심을 했다. 영국에서도 날것의 해산물을 먹을 기회가 별로 없다. 한 레스토랑을 찾아 굴과 홍합, 새우등 여러 해산물 세트를 먹었다.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는 훨씬 못 미치는 퀄리티 지만 오랜만에 먹는 날것의 해산물은 정말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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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문했던 곳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유럽 지중해 문명 박물관과 고흐의 흔적이 남은 장소들이다. 유럽 지중해 문명 박물관에서는 어떤 유물을 봤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하지만 건물이 독특하고 아름다웠다. 바다와 맞닿아 있고, 건물을 둘러싼 물결 모양의 조형물은 햇빛이 비추면 바닥에 드러나는 그림자가 물 그림자과 똑같아서 바닷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내가 방문하고 얼마 안 돼서 자퀴무스라는 패션 디자이너가 이곳에서 패션쇼를 열었다. 자퀴무스는 파리 에스모드에서 패션을 공부하다가 자신과 맞지 않다고 생각하여 고향인 마르세유로 돌아와 자신의 브랜드를 성공시킨 디자이너다. 그의 컬랙션은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 특유의 감성이 잘 드러난다.

https://www.instagram.com/JACQUEMUS/


 또한 마르세유에는 고흐의 흔적들이 있다. 내가 방문한 곳은 고흐가 배경으로 그렸던 카페 그리고 그가 마지막 순간에 머물렀던 정신병원이다. '밤의 카페테라스  Terrasse  du  cafe  le  soir'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고흐의 유명한 그림의 배경의 카페는 치금은 '르 카페 반 고흐 Le Café Van Gogh'로 운영되고 있다. 내가 방문했을 때에는 문을 닫아서 카페 외관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고흐가 카페를 보고 그림을 그린 똑같은 각도로 한참 동안 보았다. 그리고 고흐와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것과 그가 그림을 그린 장소가 똑같이 남아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낮에 방문했지만 하늘을 응시하면 그림과 같은 별이 떠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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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카페테라스  Terrasse  du  cafe  le  soir>  


 다름으로 방문한 아를 정신병원의 정원은 고흐가 귀를 자른 뒤 머물렀던 정신 병원에 있다. 고흐의 작품 중 '아를 병원의 정원'이라는 작품에서 보이는 병원의 풍경이 거의 똑같이 보존되어 있다. 지금은 문화센터로 사용되고 있는 듯하다. 신기하게도 카페와 정신병원의 건물은 노란색이다. 고흐의 영향으로 색이 칠해진 건지 아니면 이 건물들이 원래 노란색 이어서 고흐가 영향을 받았는지 궁금했던 기억이 난다. 정신병원은 모르겠지만, 카페는 가림막으로 쓰인 노란 천막이 빛에 비추어 벽면을 노랗게 물들인 것을 고흐가 보고 그렸기 때문에 원래 노란색은 아니라고 들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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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건축가 '르꼬르 뷔지에'가 설계한 최초의 아파트 '유니테 다비타시옹'을 방문하였다.

너무 늦은 저녁에 방문했기 때문에 직접 눈으로 보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 방문했을 당시 아직도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것 같았다. 나중에 찾아보니 호텔, 갤러리 등 유네스코 문화유산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고 한다. 기회가 되면 한번 숙박해 보고 싶은 호텔이다. 실제로 건물의 내부를 경험해 보고 싶어 호텔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1층을 기둥으로 드러낸 '필로티' 구조가 특징이다. 현대에도 필로티 구조로 만들어진 공간을 주차용도로 사용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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츨처:https://antiegg.kr/23502/


  내가 '르꼬르 뷔지에'를 알게 된 계기는 한국에서 건축과를 수학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학기 마친 후 시각디자인 과로 전화를 하였다. 건축과를 다니는 동안에도 열심히 학교를 다녔다. 건축과 수업에서 교수님의 강의도 재미있게 듣곤 하였다. 강의 내용 중 '르꼬르 뷔지에'와 '안토니오 가우디'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때문에 유럽에 있는 동안 그들의 건축물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보려고 노력했다. 유럽에 가면 가우디의 건축물은 꼭 보러 가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리고 바르셀로나를 방문했고 지금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있다.


 이번 여행은 예상치 못하게 역사와 관련된 장소들을 많이 방문했다. 마르쉐는 역사가 현대와 함께 살아 숨 쉬는 도시인 것 같다. 추운 계절에 방문했기 때문에 마르쉐 특유의 프랑스 남부 따듯한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여 따뜻한 계절에 다시 방문하고 싶어졌다. 따뜻한 계절에 오면 지금과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만 같다. 언제 또 방문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꼭 다시 방문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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