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와트에서 약 13킬로미터 떨어진 롤루오스유적 지역을 아내와 탐방했다. 롤루오스지역은 앙코르 역사상 가장 오래된 유적군들이 즐비했다. 이 지역에는 롤레이, 쁘레아 코, 바꽁이 있다. 우리는 순서대로 롤레이부터 찾아갔다. 그 옛날에는 물이 흐르는 수상 사원이라고 하는데 이제는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아마 당시에는 바다 위에 메루산을 상징하듯이 저수지 중간에 사원을 건립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롤레이는 후대의 앙코르와트와 달리 벽돌로 짓고 외장은 회반죽으로 바르고 그 위에 조각을 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벽돌만 앙상하게 보이고 그 화려했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지금은 비계를 이용하여 보수에 한창이다.
아내와 나는 아무런 말없이 둘러보기 시작했다.
문득 고려말 선비인 길재의 시조 '오백 년 도읍지를'에 나오는 시가 생각났다.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네
어즈버 태평 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천년의 세월을 의젓하게 보내면서 수많은 역사적 데이터를 가진 롤레이! 장대한 세월 속에 숱한 풍상을 겪으며 생긴 쓰라린 상처를 감춘 지 천년! 이 한 마디 단어로 가슴을 울리고도 남았다.
나는 아내에게
"앙코르에 오면 처음에 룰루오스 유적 군부터 봐야 하겠구나"
"처음에 앙코르 톰을 보고 다음에 앙코르와트, 이후에 롤루오스유적군을 보니 세월을 거꾸로 본 셈이다"라고 말했다.
나와 아내는 다음 유적 군인 쁘레아 꼬(Preah Ko)에 도착했다.
쁘레아 꼬는 현재 발굴된 유적군중에 가장 오래된 사원이라고 한다. 단단한 기단 위에 6개의 탑들이 좌우 대칭을 이루며 나란히 서있는데 역시 메루산을 상징하듯이 가운데 탑이 우뚝 솟아올랐다.
나는 아내에게 "자기야 여기좀 봐! 여기는 사자꼬리도 다 있네. 다른 곳은 사자 꼬리가 모두 잘렸는데..."라고 말했다.
앞으로 점점 무너져 내리고 황폐화가 가속화되는 것만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도 더욱 측은한 점은 바로
쁘레아 꼬에 도착하자마자 현지 어린아이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점이다. 8-9세 정도의 어린아이들인데 조금 한 물건을 보여주며 사달라고 졸랐다. 물건들은 실로 만든 팔찌 같은 것들인데 하나같이 조악했다. 나는 어린아이들을 위하여 물건을 사주는 것 보다 차라리 1달러 정도를 손에 쥐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 아이들의 미래를 위하여 어떠한 동정심도 보여줘서는 안 된다는 마음이 있었고 캄보디아 어른들도 싫어하다고 한다. 나라가 빈곤하니 어린이들이 여행객을 상대로 구걸 비슷한 상행위로 하루 생활을 영위하다고 하니 참으로 갑갑한 마음이었다.
"1달러" 하며 물건을 보여줬다
나는 "나중에"라고 대충 둘러되고 쁘레아 코로 걸어갔는데 한국 어린이 같은 정확한 발음과 억양으로 "나중에'
하고 물러섰다. 정말 구경을 다하고 승용차로 올라타는 순간 아까 그 어린이가 재빨리 내 앞에 와서 '사주세요"하는데 나도 모르게 거절하면서 차에 탔다. 다음 여행지인 바꽁으로 향하면서 그냥 1달러나 줄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승용차 기사는 "잘했어요. 주면 안 돼요"하는 말에 겨우 나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그 아이는 생김새가 꼭 한국 아이 같아서 더욱 마음이 아팠다.
우리 마침내 바꽁에 도착했다. 바꽁은 크메르 제국의 최초 피라미드 사원으로 앙코르 와트와 같이 해자에 물이 흐르고 그 위 돌다리 건너니 바꽁의 사원이 정면으로 눈에 들어왔다.
주변에 몇몇 여행객들이 보였다. 참으로 고즈넉한 분위기였다.
바꽁 사원
해자 앞에서 본 바꽁 사원
아내와 나는 천천히 계단을 올라섰다. 층별로 기단 끝에는 코끼리상이 있었다. 촛대처럼 우뚝 솟은 최상층까지 올라와보니 울창한 열대우림으로 뒤덮인 롤루오스유적군이 눈앞에 펼쳐졌다.
나는 위대한 크메르 제국의 시작점에 서 있었다. 크메르 제국은 여기에서 출발하여 그 유명한 앙코르와트, 앙코르 톰을 세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내와 인증샷을 찍고 싶었는데 나름 포토 존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 몇몇 여행객이 있었는데 마치 광고 모델을 촬영하는 것같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하면서 여러 샷을 찍고 있었다. 나는 한참 후에나 겨우 사진 한 장 찍을 수 있었다.
우리는 바꽁사원의 담 밖으로 유유히 흐르는 해자를 보면서 아내에게 말했다 "자기야 여기 오기를 참 잘했다. 여기를 언제 와봐"
바꽁 뒷편에는 불교 절들이 보였다. 힌두교사원이었는데...절이 있네... 길 건너편에는 어린 동자승들의 염불외우는 소리가 잠들어있는 바꽁을 계속 깨우는 듯 하였다.
나는 호기심으로 동자승 공부방으로 다가서려고 하니 "꽝"하는 소리와 함께 창문닫는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