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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학선 Jul 01. 2019

마드리드의 뜨거운 정열을 느끼고 싶었다.

스페인 여행

인천공항에서 11시 40분에 출발 예정인 대한항공 KE 613편 여객기가 천천히 활주로로 올라왔다. 안전벨트까지 매고 나서야 드디어 스페인 여행이 시작되었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머릿속이 여러 가지 잡생각으로 다소 무거웠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회사 일들... 늦깎이 대학원 생활 속에서 해결해야 하는 수많은 과제들... 나는 이와 중에도 과감하게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이제 출발점에 와 있었다. 아내와 단둘이 스페인의 여러 도시를 열차, 버스,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해야 하고 각 도시별로 수립한 여행 계획이 생각대로 이루어질지 하는 두려움과 긴장감이 교차되는 순간이었다. 혹시 처음부터 계획이 어긋나면 아내는 얼마나 불안해할까 하는 우려도 생각났다.

 마침 비행기는 나의 여러 가지 상념들에 아랑곳하지 않고 힘차게 이륙하고 있다.

순간 나도 "힘차게" 또 "주눅 들지 말고" 하는 마음을 가지고 옆에 있는 아내에게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우리 여행 잘해보자" 하는 말을 건넸다.  오랜 비행시간을 보낸 나는 드디어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 바라하스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시간만 13시간 20분으로  오후 18시이다. 이제 7시간의 시차를 극복해야 한다. 우리 부부는 공항에서 나와 노란색 공항버스에 탑승했다. 첫 목적지는 우리나라의 서울역과 같은 아토차역이다.

여기서 다시 메트로(지하철) 1호선으로 바꿔 타고 솔 광장 역 근처 호텔로 가는 것이 첫 번째 미션이었다.  나의 경우 이것이 해외여행을 할 때 가장 염려스러운 부분이었기에 출발 전부터 많은 생각을 해야 했다.

노란색 공항버스

다행히 모든 호텔 체크인까지 끝낸 우리 부부는 부랴부랴 계획된 일정대로 야께오 광장을 거쳐 솔 광장으로 달려갔다. 솔 광장은 마드리드 여행의 첫걸음으로 중앙에 곰이 산딸기(마드리뇨)를 따먹는 동상이 눈에 들어왔다.  마드리드라는 지명 이름도 아마도 마드리뇨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는 스페인 마드리드 건물 옥상에 위에 거대한 기마 동상이 있는 모습을 세계 문명기행 동영상을 통해 보면서  꼭 한번 가고 싶은 곳으로 삼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스페인에 도착하자마자 간 곳이 바로 여기 솔 광장이다.   

 우리는 다시 솔 광장에서 사진을 찍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수많은 관광객들도 사진 찍기 여념이 없었다.

솔광장

나는 영어로 Major라는 뜻을 가진 마요르(Mayor) 광장에 도착했다. 직사각형의 빨간 건물에 중간중간에 9개에 커다란 아치문이 있어서 출입이 편하게 되어있다. 1층에는 수많은 음식점, 노천카페들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해 질 무렵 한가히 앉아서 음식을 먹는 모습이 아주 평화로웠다. 유럽은 어디 나라에서도 느끼는 공통점이지만...  

마요르 광장

광장 중앙에는 펠리페 3세의 청동 기마상이 있다. 우리 부부는 사진 한 장 찍으려고 다가섰는데 동상 주변이 온통 쓰레기장이다. 동상 옆에는 대형 쓰레기통이 있다.  나는 아내에게 "스페인을 망하게 한 왕이라서 그래"하고 이야기해주니 아내는 내 말에 일리가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떡였다.    

이 마요르 광장은 역사적으로 잔인한 광기의 현장이라고 한다. 1480년대 카스티야 왕 이사벨 1세와 남편 아라곤 왕 페르난도 2세가 이슬람을 상대로 국토회복운동의 명목을 세우기 위해 당시 평화롭게 공존하던 이슬람교, 유대교, 가톨릭교를 한데 묶어 사악한 이단자 집단으로 만들 뿐 아니라 교황청과 유럽의 각 나라의 지지를 얻기 위해 종교재판을 실시하면서 이단자들을 공개적으로 화형 하였다고 한다. 1700년까지 무려 약 34만 명이 종교재판에 회부되었고 그중 3만 2천여 명이 처형당한 광기와 피의 역사가 서린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19세기 후반까지 왕실 결혼식, 투우 등 행사가 열리는 축제의 장으로 쓰였고 오늘날에는 매년 5월 15일을 전후하여  마드리드시의 수호성인 이스드로를 기념하는 축제를 열린다고 한다(이재화 저. 베스트 오브 스페인 101, 전혜진 저. 스페인 데이 참조).   우리 부부는 마드리드 일정이 2박 3일이지만 내일 톨레도 여행이 계획되어 있고 그다음 날 아침 일찍 세비야로 가야 하기 때문에 다소 촉박한 시간들이었다. 저녁식사는 비행기에서 먹은 것 같아서 생략하고 바로 마드리드 왕궁으로 향했다. 시간이 늦어서인지 문을 닫은 알무데나 성당을 지나 마드리드 왕궁에 도착했다. 마침 석양으로 붉게 물드는 왕궁을 보기 위해 알무데나 성당 계단에 앉았다.  하늘의 붉게 물든 석양과 지상의 노랗게 물든 왕궁이 서로 섞여서 '여기가 바로 태양의 도시 마드리드 야!'라로  이야기 해 주는 것 같다.


 지금 서울은 새벽 4시를 향할 것이다. 여기 마드리드는 저녁 9시를 향하는 것 같다.  이제 시차에 의한  피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마드리드 왕궁

우리 부부는 다시 마요르 광장 옆 산 미겔 시장에 도착했다. 스페인의 3대 전통 시장으로 1916년에 문을 연 시장으로 푸드코트와 같이 시장 가장자리에 간단한 테이블이 있어서 상점에서 원하는 음식을 사서 먹는 방식이었다.

산 미겔 시장

우리는 그 유명한 하몽을 먹기로 했다.

산 미겔시장 내 하몽 판매가게

하몽은 1개 팩 단위으로 포장되어 있고 가격은 22유로로 비교적 비싼 것 같다. 나는 바로 옆에 있는 가게에서 맥주 2컵을 사 와서 아내와 함께 포크도 없이 손으로 집어먹기 시작했다(손으로 먹는 것이라고 한다). 판매자의 자부심이 묻어있는 하몽이지만 내가 맛 본 하몽은 짭짤한 맛만 느껴져서 그런지  "글쎄요"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스페인에서 하몽을 맛본 것은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스페인 현지에서의 '카라스코(CARRASCO)' 하몽은 세에라 드 그레도스(Sierr de Gredos)에서 부는 계절풍과 야생 도토리를 먹여서 양육한 거대한 흑돼지인 이베리코 돼지(도축 전 3세 이상)를 수십 년 동안 건조하여 최종 포장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관리체계에 의해 생산된 하몽으로 전 세계로 수출한다고 한다.  

하몽을 다 먹고 난 후 다른 음식점을 구경하다가 오징어튀김을 먹기로 했는데 작은 한 접시에 18유로나 지불하였다. 양이나 질로 봐서 비싼 것이었다. 내 아내는 너무 기막히다는 표정이다.

우리는 다양한 스페인 음식들과 관광객들이 느끼고 있는 여행의 즐거움이 함께 어우러지는 독특한 산미겔 시장의 풍경을 뒤로하게 다시 마요르 광장으로 들어와 화려하지 않지만 다소 차분한 빛의 야경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아까 먹은 하몽과 오징어 튀김의 맛이 좀 짰었는지 갈증이 올라왔다. 가방에 남아있는 약간의 생수를 다 마시고 난 후에 마요르 광장을 벗어났다.      



낮에 갔던 솔 광장에는 엄청나게 크게 울리는 스피커 소리와 수많은 사람들이 운집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밴드 같았는데 거의 끝났무렵 같았다. 마지막 곡이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다.  아내는 '이곡이 언제껀데 아직도 유행하고 있네'하고 말하는 사이에 밴드팀이 구경하고 있는 동양 여자 아가씨를 억지로 공연장 중간에 세웠다. 이는 싸이가 동양인이니까 동양인 아가씨를 세우고 싶었던 것 같았다. 강남스타일의 말잡이 동작이 공연의 절정이었다. 익숙한 음악소리에 피곤함이 다소 풀리는 것 같다. 끝으로 공연팀 멤버들이 하나같이 아가씨에게 하는 말 "쎄쎄" 겸손하게 허리를 굽힌다.  나는 "이런..." 이들은 강남스타일을 중국 음악으로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밤 10시에도 솔광장 공연은 이어진다

아무튼 그토록 기대했던 열정의 도시 마드리드의 밤이 생각보다는 뜨겁지 않았지만 과거의 찬란했던 스페인의 영광과 오랫동안 비춰졌던 뜨거운 태양의 빛이 내 가슴속으로 깊게 투영되었던 값진 시간들이었다.    

마드리드 시의회 전경
마드리드 그란비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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