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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학선 Jul 24. 2019

세비야, 그 보물섬으로 간다

스페인 여행

5월의 세비야의 하늘은 무척이나 맑고 푸르렀다. 마치 하얀 도화지에 수채화 물감을 뿌린 듯하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세비아(Sevilla)는 과달키비르 강어귀에 있는 항구도시로 이슬람교도들이 스페인을 지배했을 당시 수도였으며 스페인이 신대륙 탐험시 역사적으로 가장 중심지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지금도 과거의 찬란했던 영광을 뒤로하고 미래의 무한한 가치에 도전하는 젊음의 도시 세비야.

나는 그 길을  걷고 싶었다.


 세비야에는 '우리를 미쳤다고 생각할 정도로 거대한 성당을 짓자!'라고 외치면서 지은 당대 세계 최대 규모의 '세비야 대성당'이 있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궁전 중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이슬람 소왕국이 있던 '알카사르', 중세 때부터 부유한 유대인이 주로 살던 유대인지구(Juderia)인 '산타크루스 지구'가 있는 아름다운 도시이면서 한편으로는 테마파크와 같은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세비야 대성당 정면

우리는 세비야 대성당 입장시간 11시 30분 이전에 바로 앞에 있는 알카사르(Sevilla Alcazar)부터 관람하기로 했다. 알카사르를 입장할 수 있는 '사자의 문' 앞에 아침일찍부터 많은 여행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입장권(1인당 11.5유로)은 비교적 비싼 편이었다. 여행 계획을 하면서 그라나다에 있는 '알람브라 궁전'과 매우 비슷하여 '미리 보는 알람브라 궁전(나스르 궁전)' 혹은 '미니 알람브라 궁전'이라 불려서 비용을 떠나 한번 들어가고 싶었다.      

알카사르 사자의 문 앞

원래 알카사르(Alcazar)의 뜻은 정관사 AL(알)과 성(castle)이나 궁전을 뜻하는 cazar가 결합한 아랍어인데 이제는 스페인어가 되었다.  알카사르 하면 '왕이 사는 궁전'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런데 스페인에는 알카사르라는 궁전이 많다. 세비야뿐만 아니라 톨레도, 코르도바, 세고비아에도 있다고 한다. 모두 아랍 이슬람인들이 점령했을 시기에 지어진 것 같다.

여기 세비야 알카사르는 이슬람 소왕국이던 세비야 타이파 시대(11세기)에 처음 지워진 후 14세기 스페인의 카스티야 왕국의 페드로 1세가 페드로 궁전을 지었는데 무데하르 양식을 살리면서 고딕과 르네상스 양식의 기둥과 아치들을 절묘하게 결합하여 스페인 건축사에 빛나는 건축물로 남기게 되었다고 한다(이재환 저. 베스트 오브 스페인 101. 참조)

알카사르 사냥의 정원
알카사르 사자의 정원

알카사르는 사자의 문을 통과하고 사냥의 정원으로 들어서야만  화려한 이슬람 문화의 걸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정교한 조각과 화려한 색채로 지워진 알카사르...'도대체 너는 누구니?'라고 할 정도로 완벽했다. 건물마다 천장마다 기학적으로 이루어진 설계와 무늬와 장식은 경이로울 정도로 현란했다.     

우리 부부는 이사벨 1세 여왕이 신대륙의 탐험자들을 접견하던 제독관을 시작으로 이사벨 여왕의 유일한 아들이었던 왕자 후안의 방, 물을 중심으로 한 이슬람 양식의 특유의 기다란 연못과 화단이 있는 소녀의 안뜰, 목재 돔 천장의 별무늬가 그려진 대사의 방을 거쳐 알카사르의 최고의 걸작품은 돈 페드로 1세의 궁전을 볼 수 있었다.  

알카사르 '페드로 1세 궁전'
알카사르 '대사의 방'
알카사르 '말발굽 모양의 아치가 있는 왕의 침실'

밖으로 나와보니 로마 신화 속의 상업과 교역의 신  메르쿠리우스 조각상이 있는 연못을 중심으로 기다란 통로 같은 회랑'그루 데스크 갤러리'를 걸으면서 무데하르 양식의 정원을 바라보았다.


문득 여기가 우리 집이라면 아침 신선한 공기와 꽃내음을 맡으면서 아름다운 하늘을 담은 정원 분수의 시원한 물소리를 듣고 마치 철학자처럼  "이 세상에서 소중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 '라고 말하고 싶다. 벽돌 하나에도 장식 하나에도 대충 한 것이 하나도 없는 그야말로 '인간이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까지의 최선'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고 싶었다.    

알카사르 '메르쿠리오 연못'
알카사르 '고딕 궁전'
알카사르 '마리아 데 파디야의 목욕탕'
알카사르 '그루 데스크 갤러리'
알카사르 '베가 잉클란 후작 정원'

신비로운 이슬람 문화의 깊은 바닷속을 겨우 헤쳐 나온 듯이 알카사르 관람을 마치고 바로 세비야 대성당으로 향했다. 입구에는 여전히 많은 여행자들이 입장하려고 대기하고 있었으나 우리는 인터넷 예약 입장권을 제시하니까 바로 입장하라고 한다. 남들 앞에 괜히 기분 좋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은 제단 또는 후빌레오(교황의 특사) 제단
아르페 성궤
주 제단과 성가대석 사이
성 안토니오 예배당 (성 안토니오의 견신화)

세비야 대성당은 너무나 압도적이어서 더 이상 짧은 글 솜씨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한눈에 들어온 세계 최대의 규모인 주 제단(Capilla Mayor)은 80년 만에 완성하였다고 하는데 금빛의 목제 재단으로 하나하나 조각마다 너무나 섬세하고 화려해서 눈이 부실 정도였다.  주 제단 앞에는 성가대석이 있는데 엄숙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공간이지만 이 또한 화려함을 간직할 정도였다.


이곳에는 다른 성당과 달리 성직자가 아닌 자의 묘가 있는데 바로 '콜럼버스의 묘'이다. 수많은 여행자들이 세비야 대성당을 꼭 한번 오고 싶은 이유 중에 하나이다. 설명으로는 4명의 왕이 콜럼버스의 관을 운구하는 모습이라고 한다.

그런데 앞의 왕은 얼굴을 당당하게 들고 있는 반면에 뒤에 있는 2명의 왕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다. 그 이유로는 앞에 있는 2명의 왕은 콜럼버스를 도와준 왕이고 뒤의 2명의 왕은 도와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관을 내려놓지 않고 들고 있는 모습은 콜럼버스 생전에 "다시는 스페인 땅을 밟지 않겠다"는 유언 때문이라고 한다.  

콜럼버스의 묘

대성당의 동쪽은 가톨릭과 무관한 이슬람의 유산인 '히랄다 탑'이 있다. 높이 104미터의 종탑이다. 원래 이슬람 모스크가 있던 터에 세비야 대성당을 지웠기 때문이란다.

 대성당 내부 관람 후 연결되어 있는 하라다 탑으로 올라갔다.

이탑은 1번부터 34까지 표지판 번호를 보며 올라가는 데 계단이 없고 경사로로 되어있다. 그 이유로는 왕들은 걸어가지 않고 말을 타고 올라갔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비야 대성당을 나온 후 성 살바도로 성당으로 갔다. "천주교 신자도 아닌데 너무 성당만 가는 거 아냐?"라고 하면 아내는 "유럽여행은 성당 여행이라고 할 정도이다'라고 한다. 나는 한국에서 출발 전에 여행 블로그 내용 등을 참고하여 인터넷으로 세비야 대성당, 히랄다탑, 성 살바도르 성당 3종 통합권을 구매하였다.


성 살바도르 성당으로 가는 길에 아직도 태양의 열기는 식지 않았는지 다소 피곤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어딘가 무조건 앉고 싶었다.

한국의 젊은 아가씨들도 피곤한지 의자에 앉아서 나를 빼꼼 쳐다본다.


나는 성당에서 받은 한국어판 안내서 표지를 보니 '스페인 바로크 양식 보물'이라고 쓰여 있다.

여행 가이드북에도 소개되어 있지 않는 성 살바도르 성당은 '2천 년 이상의 역사가 담긴 웅장한 규모와 멋진 예술문화유산으로 세비야 교구 내 두 번째로 중요한 성당이자 유럽 내 가장 아름다운 성당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라고 안내서에서 소개되어 있다.

나는 성당의 6군데의 제단은 꼼꼼히 살펴보았다. 이 성당은 세비야 성당과 마찬가지로 이슬람 모스크를 허물고 건축된 것이다. 예수의 수난을 표현한 성체 제단, 성녀 로시오 제단, 성녀 나나 제단, 물의 마리아 제단, 사랑의 예수 제단, 대 예배당으로 성당 내부는 온통 황금빛으로 화려한 제단으로 둘러져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단지 통합권때문에 가본 성 살바도르 성당은  뜻하지 않게 세비야 대성당에 이어서 또 하나의 보물섬을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성 살바도르 성당 정면


에수의 수난, 성체 제단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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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 대성당 기념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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