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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학선 Jul 05. 2019

세비야, 지난날 '유럽의 수도'라는 명성을 찾아서...

스페인 여행

안달루시아 지방에 있는 세비야로 가기 위해 마드리드의 아토차역에 도착했다. 역 내부로 들어가는데 보안검색이 공항 수준만큼 삼엄함을 느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토차역에서 2004.3월 아침 출근길에 폭탄테러로 191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사망했다고 한다. 전 세계는 경악했고 스페인 전체를 슬픔에 빠트린 충격적인 역사를 가진 아토차역이라고 한다.  


전형적인 유럽풍의 아름답게 지은 역 외부와 열대 식물원 같은 내부 모습을 보고 유럽인들은 역 하나를 만들어도 이렇게 웅장하고 멋지게 만드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문득 4년 전 프랑스 여행할 때 가본 오르세 미술관이 연상되었다(원래 오르세 미술관의 건물은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개최를 맞이해 오를레앙 철도가 건설한 철도역이자 호텔이었다고 하는데 1986년에 미술관으로 개관하였다).  중앙에 넓게 뚫인 창과 좌우로 길게 뻗은 벽(회랑같이)이 비슷해서 혹시 이 역 건물도 후대에 오르세미술관같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술적인 가치가 충분하다.

아토차 역  전경


아토차역  내부









아토차역 플랫폼

우리는 10시에 아토차역을 출발하여 2시간 30분 후 세비야 산타 후 스타 역에 도착했다. 한산하고 조용한 역이었다. 5월 중순에는 관광객들이 많이 오지 않는 시즌이 아닌가 하는 착각도 들었다. 도착 직후 느끼는 세비야의 날씨는 마치 서울에서 제주도에 온 느낌... 마드리드가 초여름이었다면 세비야는 무더운 한여름이었다.

세비야 산타 후 스타 역

 우리는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시에르페스 거리에 들어섰다. 세비야의 거리는 파스텔 톤의 다채로운 색감이 있는 거리였고 현지인들을 위한 미용실, 식료품점과 관광객들을 위한 각종 기념품점들이 뒤섞여 있었다 여러 구경거리를 보면서 세비야 시청을 지나자마자 저 멀리에 그 유명한 세비야 대성당의 히랄다탑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야 세비야에 왔다는 느낌이 왔다.    

시에르 페스 거리


시청사 앞.. 중앙에 히랄다탑이 보인다

산타 후스타역에서 느꼈던 한산함과 달리 세비야 대성당 주변에 수많은 관광객들이 넘쳐났다.     

세비야 대성당 입구

우리는 세비야 대성당 입장은 내일로 예약되어 있어 오늘은 대성당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다. 세비야는 생각보다 작은 도시였다. 주요 관광지로는 세비야 대성당과 히랄다탑, 과달키비르 강변의 황금의 탑, 이슬람 왕궁이었던 알카사르, 1929년 라틴아메리카 박람회장으로 건축된 스페인 광장이 대표적이고,

시간이 있는 여행자들은 스페인 대항해 시대의 지도와 문서들이 보관된 인디아스 고문서관, 희대의 바람둥이 돈 조바니의 실제 모델인 돈 미겔 마냐라가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며 봉사와 신앙의 길을 걸으며 만든 병원인 자선병원,  2011년 완공된 초현대적 건축물인 '메트로폴 파라솔' 등을 만날 수 있다.


나는 우선 유대인 골목인 산타크루스 지구 내의 집을 구경하였다. 가이드북에는 상세하게 유대인 골목-생명의 골목-도냐 엘비라 광장 등등으로 동선을 소개해주지만 지도만 봐서는  미로와 같은  좁은 길들을  쉽게 찾아 다닐 수 없었다.

나는 "그냥 돌아보자. 힘들게 일일이 확인하고 다닐 필요가 없을 것 같아"하고 아내에게 말하면서 "대충 보고 점심먹자! 벌써 2시네"라고 말했다.

세비야 대성당 주변에는 유명한 맛집들이 많다. 우리 부부는 'BAR GIRALDA(히랄다)' 노상 테이블에 앉았다. 종업원이 보여주는 메뉴판을 잘 이해할 수 없어 인터넷 검색 도움을 받아 겨우 몇 가지 음식을 주문했다. 선 타는 갈증부터 해소하기 위해 맥주부터 달라고 했다. 음식이 하나둘씩 나오면서 아내는 배가 고팠는지 아니면 본전(음식값 28.6유로) 생각이 났는지 열심히 먹었지만 나는 별 생각이 없었다. 나에게 스페인 음식이란 '무엇이든 좋다는 느낌이 없었다.'


세비야 태양의 빛은 무척이나 뜨거웠다. 황금의 탑(Torre de Ore)으로  가기 위해 세비야 대성당을 지나 과달키비르 강변으로 향했다. 1220년 이슬람교도가 과달키비르 강을 통과하는 배를 검문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12각형의 탑인데 강 건너에 '은의 탑'을 지어 두탑을 쇠사슬로 이어서 쉽게 배가 통과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지에 보관된 세비야 옛 그림을 보니 탑만 덜렁 있었던 것이 아니고 강변에 세운 커다란 성채와 연결된 감시탑으로 보이기도 했다. 우리는 입장료(1인당 3유로)를 내고 안으로 들어가서 옥상까지 올라갔다. 나름 세비야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강에는 유람선이 띄어져 있다. 길거리에 연세 많으신 노인들이  처음에는 황금의 탑 관광객인줄 알았는데 모두들 유람선으로 간 것 같다. 어쩐지 황금의 탑에 올라 온 관광객은 많지 않았다. 앞에서 사진만 찍고 간 것이다.      

황금의 탑
황금의 탑에서 바라본 히랄다탑


황금의 탑 내부, 해양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산 델모 다리에서 본 과달키비르 강변

아내는 황금의 탑에서 나온 뒤 앞에 보이는 다리(산 델모 다리)에  가서 사진을 찍어보자고 제안했다. 다리에서 바라본 과달키비르 강은 시원하고 평온했다. 평범한 다리지만 사진 찍기 좋은 프랑스 파리의 퐁네프다리와 같이 앞 베란다형 공간도 있었다. 이 강은 역사적으로 1492년 콜럼버스가 스페인 왕실과 산타페 협약을 맺고 인도를 찾으러 출항했던 곳이며 1519년 마젤란이 세계일주 항해를 떠나던 자리였다. 세비야는 콜럼버스 탐험이래  신대륙에서 가져온 황금이 넘쳐났던 곳이라고 한다. 일설에서는 이러한 황금을 보관했던 곳이 '황금의 탑'이었다고도 한다.


우리는 다시 스페인 광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작년에 로마의 스페인 광장에 가보고 여기가 왜 스페인 광장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마드리드의 스페인 광장에 이어서 세비야에도 스페인 광장이 있다. 우리나라도 대한민국 내에 여러 곳곳에 대한민국 광장이 있다면 좀 우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세비야의 스페인 광장이 스페인에서 가장 크고 제일 아름답다고 한다. 반원형으로 좌우 정확한 균형감 있는 건축물인데 1929년 라틴 아메리카 박람회 용도로 세비야 최고의 건축가인 아니발 곤살레스에 의해 지워졌다고 한다. 뙤약볕의 세비야에서 태양을 피하는 법. 여기 스페인 광장이 최고였다.

C5번 버스 내부

 나는 스페인 광장을 끝까지 돌아보고 아내에게 "오늘 너무 덥다. 호텔에 가서 좀 쉬었다가 선선해지면 다시 오자"하고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아내도 얼굴에 땀방울이 흐른다. 광장 밖 세비야 대학으로 걸어 나왔다. 호텔까지 가는 소형 C5번 버스 타고 거리를 지나는데 정말로 버스 1대 겨우 지나가는 길로 달리고 있었다. 우리는 순간순간 조마조마한 마음이었지만 현지인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버스의 길을 내주고 있었다. 참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되었다.

오후 5시 50분경 호텔에 들어온 우리 부부는 쉽게 오침(?)에 들어갔다. 쾌적한 방에서 모처럼 단잠을 잔 느낌 이다.

 

메트로폴 파라솔 1층

아뿔싸! 눈을 떠보니 저녁 9시 30분이 넘었다. 우리는 재빨리 호텔 밖으로 나와 호텔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커다란 와플 모양의 전망대 '메트로폴 파라솔'로 달려갔다. 너무 늦은 시간인데 입장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한 마음이었다. 다행히 폐장시간까지 15분 남았다고 한다. 몇몇 외국 관광객이 입장권을 사는 모습을 보고 나도 포기하지 않고 매표소에서 입장권(1인당 3유로)을 사서 간신히 파라솔 전망대로 올라갔다(저녁 10시 16분).

2011년 완공된 메트로폴 파라솔은 2004년 국제현상공모에 선정된 독일의 건축가가 위르겐 마이어가 만든 세계 최대의 목조 건축물인데 하늘에서 보면 우주생물체 같은 유선형 형태의 건축물이다. 지상 3층의  70m 높이로 또 다른 별명으로 '안달루시아 버섯(las Setas)라고 불린다고 한다. 우리 부부는 전망대 위에 좁은 산책길을 한 바퀴 돌면서 사진을 찍는데 사진기 뷰 파인드 안에 밝게 빛나는 세비야 대성당과 하랄다탑이 선명하게 보였다. 입장권에는 음료도 1잔 무료로 준다고 쓰여있는데 이미 영업은 끝난 것 같다. 우리는 "잠을 좀 덜 잘 껄... 왜 못 일어났지?" 하는 아쉬움과 자책감을 느끼면서 낮에 보았던 스페인 광장의 야경을 보기로 했다.

메트로폴 파라솔 1층 입구
메트로폴 파라솔 옥상에 본 야경. 멀리 세비야 성당과 히랄다탑이 보인다
메트로폴 파라솔 옥상에 걷는 길

어차피 늦었는데 "택시 타고 갑시다"하고 아내에 말했다.   

택시는 바로 스페인 광장 입구까지 데려다주었다(요금 4.85유로). 다행히 스페인 광장의 야경은 꺼지지 않았다.  너무 늦게 달려온 우리 부부는 안도감과 함께 아름다운 스페인 광장의 밤을 즐기기 시작했다. 인적은 드물었지만 마차의 말발굽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스페인 광장 야경


스페인 광장

우리 부부는 밤늦게 호텔에서 나와서 많이 당황했지만 나름대로 메트로폴 파라솔의 야경, 스페인 광장의 야경을 볼 수 있어서 무척 다행스러웠고 오늘의 여행에 감사함까지 느꼈다. 아내도 아름다운 야경을 보면서 무척이나 행복한 표정이다.   

어느새 시간은 12시로 호텔로 가야 할 시간이다. 밤은 늦었는데 가는 길은 조명등으로 환하고 거리의 관광객들은 술로 밤을 지새우는 것 같다. 음식점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떠들썩하고 종업원들은 분주하다. 서양의 여행문화인 것 같다. 대부분의 서양인들도 우리와 같이 여행에 앞서 많은 고민, 많은 계획,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오늘 여행을 왔을 것이다.

이들은 오늘 하루의 뜻깊은 여행의 기쁨과 추억을 되새기는 모습이 나와 다르지 않았다.


 세비야의 밤은 이들 서양인 관광객들 때문에 잠을 못 이루고 있다. 아직도 세비야 대성당과 히랄다탑의 야경은 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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