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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학선 Jul 17. 2019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 그라나다

스페인 여행

세비야 버스역(Plaza de Armas)에서 3시간을 이동하여 그라나다 대성당 앞에 내렸다.

저녁 8시 20분이 지나도 대낮처럼 밝았다.

나는 호텔 체크인이 끝나자마자 소형 32번 노선버스를 타고 산 니콜라스 전망대에 올라가기 시작했다.

 산 니콜라스 전망대에 올라가는 이유는 그 유명한 알람브라 궁전을 멀리서 한 눈으로 조망하기 위해서인데 낮보다 밤이 더욱 아름답다고 한다.

먼발치에서 은은하게 비치는 알람브라 궁전의 야경은 그 옛날의 화려했던 영광을 보란 듯이 그 빛도 찬란했다.

 

수많은 사람들은 눈으로 구경하기보다는 사진 찍기에 바쁘다. 우리 부부도 열심히 셔터를 눌렸는데 야간 촬영은 생각보다 또는 보이는 것보다 훌륭하지 못한 것 같다. 이 멋진 광경을 카메라에 완벽하게 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사진도 찍는 위치가 있다. 포토존이라고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순서를 기다려서 찍고 있었다.

 


마침 우리도 찍으려고 하는 순간 멈짓했다.

갑자기 우리나라 패키지여행 가이드가 "00 엄마 오세요, 00 가족 오세요."라고 하면서

우리에게 찍을 기회도 안 주고 포토존을 독점하고 있어 본의아니게 한참 기다렸다. 그런데 자기 팀만 다 찍고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않고 돌아서는 가이드가 너무 어이없었다.

나는 그 가이드가 참 무례하다는 생각에 부아가 치밀었지만 오늘 밤 그라나다의 아름다운 추억을 위하여 참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 가이드가 인솔하는 일행 중 한 여성분이 "저희들 때문에 아직도 못 찍은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

제가 한 장 찍어 드릴게요"라고 하면서 사진을 찍어 주었다.


이래저래 사진을 찍고 버스보다는 걸어서 내려가기로 했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수많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는데 밤이라서 그런지 막다른 골목에도 들어가곤 했는데 스페인 내에서 거주하는 이슬람 문화의 아랍 사람들의 집단 거주지인 알바이신이라고 한다. 나는 아랍풍의 기념품점에 들어가서 1개당 1유로 하는 술잔을 사려다가 여행 중에 쉽게 깨질 것 같아 포기했다. 문득 이스탄불의 그랜드 바자르에서 본 상품들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아서 "이슬람 문화권의 상품들은 모두 같구먼..."하고 아내에게 말했다.

     

그라나다 시내 밤거리

아침 일찍 우리 부부는 1일 투어(여행업체 : 유로 자전거나라)를 위해 그라나다 시내 중앙에 있는 이사벨 라 카톨리카 광장으로 갔다.

 금년 4월 초부터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이미 알람브라 궁전 입장권이 조기 매진되어 부득이 1일 투어 상품을 이용하기로 했다. 이 여행상품은 우리 숙소 앞에 있는 그라나다 시청에서 출발하여 아랍시장(알카이 세리아), 그라나다 대성당, 어제저녁에 미리 가본 산 니콜라스 전망대, 알바이신 거리를 돌고 가장 핵심인 알람브라 궁전 관람까지 오후 5시 30분까지 계획된 상품이었다.    


30세의 젊은 투어가이드는 남자치고는 예쁜 얼굴에 여성스러운 웃음 띄고 있었다.

이사벨 라 카톨리카 광장에서 만난  1일 투어 참가자들은 대부분 젊은이들이었는데 신혼부부들, 혼자 여행 온 젊은 여성들, 사이좋은 자매, 엄마와 효도 아들, 그리고 나이 먹은 우리 부부를 포함하여 약 26명 정도였는데 모두들 밝고 행복한 표정들이었다.

이사벨 라 카톨리카 광장

우리 일행들은 아랍시장을 거쳐 그라나다 대성당 앞에 도착해서 가이드의 열띤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참으로 가이드의 설명은 귀에 쏙쏙 들어온다.

그런데 앞에서 장황하게 설명한 후 성당내부로 입장하지 않고 옆골목으로 들어가서 이사벨 여왕과 그의 남편이 묻힌 왕실예배당에 대하여 설명해 주었다.

투어가이드는 우리 일행들에게 투어 이동 중에는 화장실이 없다고 길 건너 스타벅스 화장실을 다녀온 후 바로 산 니콜라스 전망대로 간다고 한다.


나는 그라나다 대성당을 못 들어가서 못내 아쉬어하는 아내의 얼굴을 보고 화장실 가는 시간을 이용해서 잠시라도 다녀오자고 제의했다. 아내는 아주 흔쾌히 동의하고 다시 그라나다 대성당 입구에 왔다.

그라나다 대성당 입장권


나는 입장료가 1인당 5유로임에도 주저하지 않고 성당 내부를 들러보기 시작했다.  아내는 "천국을 상징하는 푸른색 돔에 있는 푸른 별을 봤네"라고 하면서 그라나다의 아주 짧은 관람에 나름대로 만족해하는 것 같았다.

나는 "아쉽다! 단체여행이라서 무단이탈할 수 없고..." 하면서 아주 빠르게 금빛으로 번쩍이는 예배당과 웅장한 기둥들을 보고 감탄하면서 동시에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그라나라 대성당 천정에 그려진 푸른별들

          

그라나다 대성당 내부

단체 일일투어지만 점심은 각자 알아서 먹고 택시는 몇몇 팀단위로  산 니콜라스 전망대에 올라왔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알람브라궁전은 대낮인데도 황혼빛이 물든 것 같다. 우리일행은 전망대를 내려오면서 알바이신 거리를 관광했는데... 아내와 함께 어제저녁 다녀온 동일한 코스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봐도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일행은 드디어 핵심 투어인 알람브라 궁전 앞에 도착했다.

나는 현지에 가서야 알람브라 궁전 투어가 크게 2가지 형태로 나누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가장 큰 차이는 나스르 궁전과 헤네랄리페이다. 이 차이는 여행 시 자유여행이나 패키지 여행자들 모두 해당된다. 일단 자유여행자는 출발 전에 입장권을 구입하지 못하면 입장이 어렵다는 점이고 패키지 투어일 경우 이런저런 이유로 아예 나스르 궁전은 스킵하고 헤네랄리페만 구경하고 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헤네랄리페를 알람브라 궁전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그라나다 여행의 핵심은 바로 나스르 궁전 관람인데 말이다. 나는 낮에 관람하는 입장권은 조기 마감으로 구입하지 못했지만 야간투어 입장권은 구입할 수 있었다.

우리 일행은 먼저 헤네랄리페부터 관람하기 시작했다. 가이드는 이곳이 천국의 정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확한 뜻은 아랍어로 '건축가의 정원'이라고 하는데 14세기에 세워진 왕가의 여름 별궁으로 사용된 곳이라고 한다.

수로의 정원
왕비의 정원

저 멀리 보이는 설산의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서부터 수로(6km 길이)를 만들어 언제든지 충분한 물을 공급받을 수 있어 수많은 꽃과 나무가 싱싱하게 자랄 수 있는 여건이 구비되어 있는 궁전이다.


우리 일행은 가장 핵심 관람지 나스르 궁전으로 이동했다. 어쩌면 천국에도 이런 궁전은 없을 거라 믿게 만드는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궁전이다(전헤진 저. 스페인 데이. p407. 참조).

또한 그라나다의 상징이며 유럽에 현존하는 이슬람 건축물 가운데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박현숙 저. 프렌즈 스페인. 포르투갈. p256. 참조). 나는 전문 여행자들의 팁과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나스르 심장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나스르 궁전 내에는 메수아르 방, 아라야네스 정원, 대사의 방, 사자의 정원, 두 자매의 방, 황제의 방, 아벤 세라 헤스의 방, 파르탈 정원으로 이어져 있다. 이 모든 건축물들이 이슬람 건축 기교로 이루어져 있다.

아라야네스 정원과 코마레스 탑
사자의 정원
두 자매의 방

알람브라는 아랍어로 '붉은 성'이라는 뜻으로 13세기 마지막 이슬람 왕조인 나스르 왕조의 무하마드 1세가 성안에 왕궁을 축성하고 그 뒤 역대 왕들이 증개축을 반복해 14세기 유수프 1세 때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되었다고 한다(박현숙 저. 프렌즈 스페인. 포르투갈. p256. 참조).


1492년 스페인 이사벨 여왕과 그의 남편 페르난도 왕이 국토회복운동으로 스페인 내에서 이슬람 민족을 완전히 내쫓을 때 알람브라도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마지막 왕 보압딜은 신하들과 함께 험한 산 길을 오르며 궁전을 향해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때 보압딜 왕의 어머니는 "알람브라를 만든 위대한 선조들도 있는데 너는 그것 하나도 지키지 못했느냐!"라고 심한 책망을 했다고 한다.       


나스르 궁전 서쪽 끝으로 가면 제일 높은 벨라의 탑(Torre de Vela)이 있는 난공불락의 요새 알카사바가 있다.  지금은 많이 파괴된 상태지만 그라나다 시내를 전망할 수 있어서 좋았다.

벨라의 탑(Torre de Vela)

우리 부부는 1일 투어를 끝내고 호텔에 들렀다가 34번 버스를 타고 집시들의 언덕으로 잘 알려진 사크로몬테(Sacromonte)로 향했다.


우리는 집시들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고 알람브라 궁전에서 바라본 사크로몬테 언덕 위에 그림같이 작은 성당에 가기 위해서 이다. 성당으로 올라가는 길은 지도(구글맵)에도 없어서 쉽지 않았다. 결국 이리저리 헤매면서 어렵게 사크로몬테 꼭대기에 있는 작은 성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성당 이름은 '산미구엘'성당이다.

산 미구엘 성당


사크로몬테 언덕위  산 미구엘 성당 앞에서 본 알람브라 궁전


성당 앞에 많은 젊은이들이 석양에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알람브라 궁전을 바라보고 있다. 이 곳은 산 니콜라스 전망대보다 훨씬 아름다운 모습을 조망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올라오기는 무척 힘들었지만 흐르는 땀방울을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이 고마웠고 우리의 행복한 여행을 기원해 주는 것 같 고마웠다. 바람마저...

           


우리 부부는 저녁 10시부터 하는 알람브라 야간투어에 가기 위해 부랴부랴 사크로몬테 언덕을 내려와야 했다. 버스를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밑으로 내려가서 저녁식사도 해야 하는데... 하는 수 없이 택시로 알람브라 궁전으로 직행하기로 했다.

 

우리 부부의 여행은 항상 긴박하고 타이트하다. 작년 이탈리아 여행, 캄보니아 앙코르와트 여행에서 스페인 여행에 이르기까지 이처럼 타이트한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부부는 나스르 궁전 옆 매점에서 다 식은 자판기 샌드위치와 음료를 구입하여 저녁식사를 대신했다. 나는 아내에게 미안해서 "우리 여행 중에 식생활이 너무  피폐한 것 한 것 같다"라고 이야기하니 아내는 웃으면서 "그래도 여행 중에 그럴 수도 있다"라고 오히려 나를 격려해주는 것 같다.   


나스르 궁전의 야간투어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전 세계 관광객들이 인터넷으로 입장권을 구입해서 저녁 10시에 모여들었다는 것부터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나는 문득 오늘만큼은 나스르 궁전에 살았던 왕족들 보다 더 아름다운 궁전을 걷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 당시에는 촛불 이외에 야간조명시설이 없었을 테니까...

잔잔하게  밝히는 조명에서 화려한 조명까지 알람브라 궁전의 밤은  어느 때보다 황홀했다.     


알람브라궁전의 추억(RECUERDOS DE LA ALHAMBRA)의 아름다운 선율을 크리스토퍼의 멋진 기타연주로

들으며...

 

   

나스르궁전에서 본 알바이신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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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 궁전 기념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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