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슬로베니아에 있는 블레드호수에 도착했다. 알프스의 만년설과 빙하가 녹아서 만들어진 호수라고 한다. 마치 동화 속에서 나올만한 아름다운 호수에는 조금 한 블레드섬,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 블레드 성이 있어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우리는 옥빛의 호수 물을 보면서 배를 타고 호수 중간에 떠있는 조금 한 블레드 섬에 도착했다. 섬안에는 성모 마리아 승천 성당이 세워져 있다. 우리 부부는 성당 내에 있는 '행복의 종'을 쳐 본다. 이 종은 사랑의 행운이 온다고 해서 인기가 높다. 나는 나의 아내와 두 딸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였다. 우리는 호수 위에 있는 블레드 성에 올라가서 또 한 번 블레드 섬을 바라보았다. 환상의 블레드는 우리의 영혼까지 깨끗하게 하는 매력적인 곳이었다.
오늘 모든 일정이 끝난 후 가이드가 한 마디 하였다. "여러분 이 블레드 호수는 2킬로미터입니다. 희망하시는 분들은 멀지 않으니 한 바퀴 돌면 좋겠습니다"
나는 아내에게 "해지기 전에 한 바퀴 돌자"라고 제안하였고 아내는 흔쾌히 응했다. 사실 여행 피로가 누적되면서 좀 피곤했던 하루였다.
우리는 블레드 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호수 둘레길을 출발했다. 저녁이 되면서 가로등이 켜지고 절벽 위에 있는 블레드 성의 조명은 매우 아름다웠다. 호수의 길은 출발 시부터 편안하고 아늑했다. 그러나 가면 갈수록 길이 좁아지고 점차 길 조차도 없고... 우리 부부는 갑자기 혼란스러웠다. 갈수록 칠흑 같은 어두움에 살짝 두려움까지 들었다. 오히려 사람 소리가 먼발치에서 조금 하게 들릴 때 안도감이 들 정도로 가벼운 산택이 마치 특공대 수색 활동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나는 아내에게 "아까 가이드가 2킬로 미터라고 하지 않았어?" 나와 함께 있어도 조금 두려웠던 아내도 "이상하다 2킬로 미터라고 했는데... 왜 이리 멀지?" 나는 호수가 둥그렇게 생겼다는 것을 블레드 성에서 내려본 기억이 있어서 뒤로 가지 말고 앞으로 가자! 하고 무조건 앞으로 전진했다. 어느덧 가다 보니 인기척이 나는 카페가 보였는데 문을 닫는 시간인 것 같았다. 다시 카페를 지나서 걸음을 재촉했다. 등줄기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곳곳에 낚시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저녁 야영까지 하면서 낚시하는 사람들이다. 이제는 가로등이 보였다. 이때부터는 안심할 수 있는 구역에 도착한 것 같아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마침 절벽 위에 블레드 성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호텔로 도착 시점에 핸드폰 인터넷이 가능하게 되었다. 블레드 호수의 둘레길은 6킬로미터 또는 7킬로미터! (2가지 설) 아~~~ 이러니... 이렇게 멀지...
다음날 우리는 오스트리아 잘츠캄머굿 장크트 길겐으로 이동하여 모차르트 외가, 해발고도 1522미터의 츠뵐퍼호른산의 케이블카 탑승 등의 일정을 즐기면서 마지막 볼프강 호수 유람선에 올랐다. 참으로 이런 아름다운 세상이 있구나 하는 감탄을 하면서 옆으로 지나가는 가이드에게 어젯밤의 블레드 호수 둘레길이 생각나서 "가이드님! 블레드 호수 둘레길이 2킬로 미터가 아니고 6킬로 미터라고 하던데요!" "아니 선생님 전에도 이야기한 것 같은 데 인터넷에 써있는 것 믿지 말라고요" 짜증스런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문득 한양에 안 가본 사람이 더 한양에 대하여 아는 척하더라는 생각도 들고 가이드도 한 번 안 가봤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패키지여행을 가면 가이드가 '갑'이다. 아직도 잊지 못하는 6킬로 미터의 블레드 호수 둘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