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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dcat혜진 Jan 27. 2016

일상과 상상,
현실과 소설의 경계 어디쯤에서...

-일상 어디쯤에서...

  20130421






야구에 재미를 붙인 후부터 생긴 여러 가지 증상들.


하나, 사람의 이름을 봤을 때 야구 선수들과 연관 시킨다. 예를 들어 사우나 하러 들어갈 때 매표소 직원의 이름표에 류상수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고, ‘그래, 김상수가 아니고 류상수였여. 류중일 감독의 숨겨진 아들이었던 거지. 그래서 요즘 그렇게 수비도 못하고 타율이 엉망이어도 유격수 자리에서 안 쫓겨나는 거야.’ 라고 말하며 키득거리고 있었다. 이윽고 화들짝 놀라는 나와 내 말에 동감하며 함께 화들짝 놀란 친구. 우린 ‘야친인증’을 그렇게 하고 있었다. 하나 더 예를 들자면 지나가던 버스 앞에 ‘기아 관광’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고 눈 비비고 다시 읽어보니 ‘가야 관광’이었다는 것. 아, 이런 눈이 멀었네, 멀어버렸어. 야구에 눈이 멀었네, 멀어버렸어.


둘, 야구와 관련된 카툰 혹은 칼럼들을 재미삼아 읽다가 중독 증세에 빠짐. 실제로 나에게 매일매일 카톡을 보내주는 친구는 ‘야친’-이름 하야 ‘야구친구’. 각 종 경기 소식과 카툰 그리고 선수 소개 기사 등등을 망라해서 아주 재미있게 전달해 주는 유익한 친구. (카카오톡에 소개되어있는 플러스 친구 들 중에 하나;;) 혼자 낄낄거리다가 너무 재미있는 글이 올라오면 누군가에게 당장 달려가 손 붙잡고 꼭 소개시켜주고 싶어서 안달 나게 만드는 친구. 야구장에서 봤던 ‘야구는 내 친구-베이스 볼 이즈 마이 베스트 프렌드’라는 현수막을 보며 “너무 슬프다. 아무리 그래도 야구가 가장 친한 친구라니….” 라고 웃으며 말 했던 내 모습을 반성하게 만들었던 순간. 그래. 야구는 어느새 내 가장 친한 친구 중 하나였다. 그럼, 그럼. …또르르르….


셋, 게임 관련된 용어들을 그냥그냥 주어 듣다가 어느 순간 찾아보기 시작함. 아직 ‘야덕’이 아닌 ‘야친’ 수준이라서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투수의 방어율, 팀의 승률을 계산기 두드려 가며 경기장에서 관람하는 사람들을 가끔 보면서 나는 흠칫 내 미래를 보는 것 같아서 놀라고는 했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난 앞으로도 절대 아니 그러겠소. 친구, 내가 그런다면 과감히 야구장을 끊어버리시오. 스뽀츠토토도 내 하지 않으리라…. 다짐에 다짐을 받던 내가 있었다면, 그건 레.알.참.트.루.


 하필이면 왜 야구라는 스포츠를 좋아하게 된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연인들처럼 좋은 점만 봐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제치고 보더라도 참으로 흥미로운 스포츠가 아닌가. 1위의 팀이 7할 이상의 승률을 갖기도 힘들고, 꼴찌 팀이 3할 이하의 승률을 만들기도 힘든 스포츠. 그래서 꼴찌 팀이 1위 팀을 이길 수도 있는 스포츠. 팀은 꼴찌라도 그 안에 톱타자나 투수가 존재할 수 있고, 특별한 톱타자나 투수가 없이 1위 팀이 될 수도 있는…, 좀처럼 단정 짓기 어려운 팀 스포츠. 


 나 혼자 잘 한다고 해서 절대로 성공 할 수 없으며, 때로는 내 이익을 미루고 전체를 희생할 줄도 알아야 한다. 예상치 못한 변수에 좌절하기도 하고, 내 실수가 남의 실수에 가려지기도 하고, 혹은 그 반대의 경우가 존재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와 또 다른 사람들이 꼭 함께 이루어야만 하는 것.




 야구가 그러하며, 인생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나는 매 경기마다 그렇게 내 스스로를 투영하듯이 경기를 지켜보고 응원하며 결국은 결과에 승복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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