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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dcat혜진 Feb 01. 2016

일상과 상상,
현실과 소설의 경계 어디쯤에서...

일상과 소설 어디쯤에서...

20130519




 겨울이 가야 봄이 오는 것이 아니고,
겨울의 숲이 봄을 기다리는 것도 아니었다.
숲은 계절을 기다리지 않았고,
겨울의 한복판에 봄이 이미 와서 뿌옇게 서려 있었다. 

 -김훈 ‘내 젊은 날의 숲’ 중




 되씹어야 하는 문체, 라고 친구는 표현했다. 서점에 나열된 책들을 뒤적이며 그랬다. 


 그래서 별로라고 했다. 친구에게는 김훈 작가의 문체가 읽는 순간 한 번에 이해되거나 가슴에 ‘쿵’하고 닿는 글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사실 나는 그런 비슷한 이유 때문에 김훈 작가의 글을 좋아한다. 


 ‘칼의 노래’, ‘현의 노래’, ‘남한산성’을 읽다가 역사적 사건의 본질 외에 그 속에 섞인 다른 것들이 보였다. 사실은 거대한 사건이나, 크게 기록되는 인물들보다 더 중요한 순간과 인간들이 있는 것 같아서 한 참을 읽다가도, 다시 몇 장 앞을 뒤적이기 일쑤였다. 


 ‘공무도하’, ‘흑산’, ‘내 젊은 날의 숲’도 마찬가지였다. 


 인물과 인물, 그리고 사건과 사건들을 이야기하면서도 지독하게 발을 담그고 있는 우울함, 회색, 안개 같은 것들이 책속에서 흩어져 있어서 몇 번이고 그 속을 다시 헤집고 뒤집어 보면서 곱씹어버리게 만들고는 했다. 그래서 책장에서 김훈 작가의 책을 다시 꺼내어 읽는 날은 그런 것들이 내 기분이나 감정에 섞여 있는 날이 많다.


 어떤 날은 언제였는지도 모를 정도로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던 감정들이 다시 내 기억 속에서 파도치듯이 밀려와 나를 덮칠 때가 있다.


 그 파도에 떠밀려 넘어지느냐, 아니면 그 파도에 휩쓸려 그대로 둥둥 떠다니느냐는 순전히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끔은 그 감정의 파도에 휩쓸려서 저 멀리까지 나갈 때도 있는 것 같다. 둥둥 떠 다니다보면 어느새 나만 아는 무인도로 갈지도 모를 일이니까. 그 곳에서 아무도 모르게 안식과 평화를 얻을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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