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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dcat혜진 Feb 03. 2016

일상과 상상,
현실과 소설의 경계 어디쯤에서...

-일상과 소설 어디쯤에서...

20130610





 서로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며 웃고 떠들고 대화를 나누고
술을 나눠 마시는 그 자리에 여행자와 여행지의 사람이라는 구분은 없었다.
 경계가 허물어진 그곳에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공유하는 ‘우리’만이 있었다. 

 -김재은, 허지혜 「한 달쯤 라다크」 중




 친구가 그렇게 썼다. 여행과 관련하여 사람들은 두 종류라고. 여행하는 사람과 여행하는 사람을 부러워하는 사람.


 아마도 요즘 난 후자라서 열심히 여행서적만 뒤적거리는 중일 것이다. 멀리 멀리 어딘지도 모를 곳을 여행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다. 대체 여기가 어디쯤인지도 모를 정도로 감이 오지 않는 그 곳에, 그 공간에, 그 시간을 보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내 것이 될 수 없는데도 늘 사막을 헤매면서 오아시스를 찾는 사람처럼 허덕거린다. 그리고 신기루 같은 환상을 쫓아서 한 번씩 머나먼 공상을 펼치고는 한다. 내 마음의 여행이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잠깐인데도 영원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어제 통화를 할 때 그녀의 목소리는 참 좋았다. 멀리 자작나무 숲을 거닐고, 민통선을 넘고, 또 설악산을 오르내린 그녀의 건강한 목소리가 좋았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의 이야기와 보내온 한 장의 사진, 초록색이 영롱한 그녀의 말투까지. 그런 그녀에게 다음에는 꼭 함께 하자며 말하는 내 목소리는 어땠을까.


 일상이 사막처럼 느껴지는 사람의 목소리였을까. 

신기루를 쫓지만 결국 사막 한 가운데 서 있는 아주 먼 목소리의 나였을까.


 오랜만에 번화가를 둘러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서점에서 책을 보고, 옷 구경을 하고, 필요한 물건들을 집어 들었다가 다시 놓고. 뭘 하고 있는 건지 길을 걸으며 생각했지만, 잘 모르겠다. 마음속의 조급함은 줄었는데, 어느새 그 공간 안에 들어차버린 허전함을 어쩌면 좋을지 잘 모르겠다. 


 이 별에서 나고 자라면서도 아직도 모르는 수많은 의문점. 다 풀고 갈 수는 없으며, 다 가지고 갈 수도 없으니 그저 사는 동안에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느끼고, 더 많이 생각하고 싶다. 그리고 그런 나를 가끔씩 이해해주는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


 지금 나에게 부족하지는 않지만, 많지도 않은 것은 비단 돈뿐만이 아니다. 생각, 생각, 그리고 또 생각. 부족하지도, 그렇다고 많지도 않은 나의 생각들.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한다면 과연 채워질까….


 누군가가 구해주기를 바랄만큼 뻔뻔하지는 않으니, 나는 나를 구하기 위해 이 생각들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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