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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dcat혜진 Feb 04. 2016

일상과 상상,
현실과 소설의 경계 어디쯤에서...

-일상과 소설 어디쯤에서...

20130702





 “창대는 물을 수 있는 것과 물을 수 없는 것,
 대답 할 수 있는 것과 대답 할 수 없는 것을 뒤섞지 않았다.
 창대는 섬에서 태어나서, 서 너 권의 책을 읽었을 뿐이지만
 고요히 들여다보아서 사물의 속을 아는 자였다.” 

- 김훈 ‘흑산’ 중




 물을 수 있는 것과 물을 수 없는 것, 대답할 수 있는 것과 대답할 수 없는 것. 그런 것들을 판단해서 뒤섞지 않는 능력이 내게는 없는 모양이다. 


 이건 왜 못하는 건지, 이건 왜 조금 더 하지 않는 건지 궁금해서 묻고 싶어지는 요즘이다. 고작 서 너 권의 책을 읽었을 뿐인데도 고요히 사물의 속을 아는 사람은 흔치 않다. 그런 흔치 않은 사람이 되라는 말이 아닌데, 그저 책 속에 있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일인데도 늘 그건 내 헛된 희망으로만 끝나는 기분이다. 


 한 동안 잊고 있었던, 내가 이 일을 하기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떠올라서 힘들어지는 오늘이었다. 내가 끝낸 일이 거기서 끝이 아니라, 제3자의 손을 거쳐서 나온 결과로 평가 받게 되면 난 늘 한숨 같은 먹먹함이 가슴 안에 들어찬다. 그래서 힘든 것이다.


 뭐라도 전부 사람의 일이라, 내가 먼저 이해하고, 포용하면 된다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일도 이젠 제법 익숙해질 법도 한데 절대로 그러기가 쉽지 않다. 아마 일생을 그럴 것 같아서 더 피곤한 마음이다.


 말없이 그저 주는 대로 받고, 뿌린 대로 거두고, 자연의 순리만 어긋나지 않으면 결과를 볼 수 있는 것이 농사라 했던가. 그 또한 사람의 일이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지금 보다는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상적인 희망이라도 해도 어쩔 수 없겠지만, 내게는 이제 사람으로 힘들어지는 일은 참으로 벅차니까, 그런 희망이라도 가져야 하는 것이다.


 꿋꿋하게 버티다가도 가끔은 휘어지고, 유연하게 대처하기로 마음먹는다. 햇살이 따가운 곳에서 묵묵하고도 기쁘게 일하는 사람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곳에는 적어도 사람으로 인한 상처는 조금이라도 덜 할 테니까. 


 오늘도 자고 나면 결과가 뭔지 모를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갈 것 같아서 벌써부터 마음이 공허함으로 들어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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