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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dcat혜진 Feb 10. 2016

일상과 상상,
현실과 소설의 경계 어디쯤에서...

현실과 소설 어디쯤에서...

20131108




 …우리는 평상시에도 늘 이 깊고 깊은 우주 한구석에 조용히 침몰해 있어.

 창문 하나 없는 잠수함처럼.

 …분명 거대한 함선이 틀림없지만, 그 거리에서 보면 정말로 별처럼 조그만 형태로 밖에는 안 보여. 키를 잃고 조난당한 배 위에서 북극성을 바라보듯 서로가 서로에게 별이 되는 거리. 불을 끄고, 태양빛이 반사되는 각도를 세심하게 조절해서 어둠 속으로 서서히 모습을 감추고 나면 그나마도 육안으로는 알아보기 힘들어.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여기가 잠수함보다 훨씬 더 갑갑한 곳 일거야. 


- 배명훈 ‘청혼’ 중




 ‘신의 궤도’를 처음 읽었을 때와 같았다.


 뭔가 타오르는 불꽃, 혹은 섬광처럼 스치는 장면들과는 반대로 가라앉는 감정들. 기분이 썩 좋으면서도 나른하게 눈물겨운 이야기. 


 요즘의 내 생활은 매일의 반복. 부담스러운 낮의 시작, 밤의 끝. 눈을 감으며 엎드릴 때는 기분이 묘했다. 이 책이 처음부터 끝까지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글이라서 더욱 그러했는지도 모르겠다. 손끝만 부딪치면 쉽게 전달되는 그 순간의 문자들과 의미들이 아니라 누군가를 떠올리며 계속 말을 이어나가는, 그래서 ‘나는 이렇게 너에게 이 글을 보낸다.’는 신호여서 그러했을 것이다.


 우주에서의 몇 초는 얼마만큼의 거리를 넘어 오는지를 설명하는 글을 읽다가 울컥.  

 사람과의 거리는 그 보다 얼마나 가까울까, 혹은 얼마나 더 멀기도 할까, 또 한 번 울컥.


 목이 메어오는 이상한 증상을 겪으며 책을 덮었다. 흔들리는 버스, 흔들리는 풍경, 바람에 날리는 수많은 낙엽들과 함께 흩어지는 별들처럼 부서져 내리는 것들은 내일이 아니고 단지 오늘…. 


 …부서지는 것은 당신이 아닌 나, 이미 부서진 것은 누구도 아닌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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