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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dcat혜진 Mar 04. 2016

영화 '동주'에는 우리가 있다.

모든 시대의 '청춘'은 다르지 않다.

20160221





붉은 이마에 싸늘한 달이 서리어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

발걸음을 멈추어
살그머니 앳된 손을 잡으며
‘늬는 자라 무엇이 되려니’

‘사람이 되지’
아우의 설은 진정코 설은 대답이다

슬며시 잡았던 손을 놓고
아우의 얼굴을 다시 들여다본다

싸늘한 달이 붉은 이마에 젖어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

-윤동주 ‘아우의 인상화’




흑백 장면 속, 젊은 한 남자가 있다.


시집을 좋아하고, 시인을 동경하는 평범한 남자. 조국을 잃고 먼 타국에서 ‘이념’과 ‘사상’이라는 시대의 소용돌이가 자신을 둘러싸고 있음에도 글을 사랑하고 문학을 사랑한 남자. 자신이 가진 배움만큼 잃어버린 조국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현실에 대한 불안함을 가진…, 어쩌면 요즘의 젊은이들과 비슷한 고민을 했던 남자.


부끄러움을 알고 시대를 슬퍼했던 남자는 내면의 마음들을 단어로 한 글자씩 또박또박 써내려간다. 스스로를 감추고 모른 채하기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한 마디씩 풀어내어 타인의 마음에도 이유모를 쓸쓸함, 안타까움, 부끄러움, 순수함, 아름다움, 자기반성 같은 내밀한 감정을 이끌어내었다.


암울했던 시대를 틈타서 그 속에 동참했던 시인도 아니었고, 불편했던 시대에 동참하지 못하고 방관만하는 시인도 아니었다. 마지막까지 사람과 시인 사이에서 고민하고 또 고민했던 남자. 남자는 스스로가 시인이 아니라 말했지만, 죽어서는 진정한 ‘詩人’이 되었다.


남자가 살아있을 때는 결코 가질 수 없었던 시집 제목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하늘을 바라보고, 별을 헤아리고, 바람을 느끼며 시를 썼던 그는 그렇게 죽어서야 우리에게 다가왔다.


보는 내내 흑백 영상 속의 그의 말과 구절들이 내가 아는 글자와 말이라서 감사할 정도였다. 하나의 획도 놓치지 않고, 바로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고마울 정도로 그의 말과 글들은 다행이었다. 영상 속에 다른 언어를 쓰는 여자가 ‘한국어를 읽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한 그 장면에 얼마나 동감하였는지 모른다.


단조로운 그 흑백의 장면들은 일제강점기의 ‘시인 윤동주’만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영화 '동주' 에서 등장한 가족사진

남자는 분명 ‘윤동주’이면서 ‘윤시인’이었지만, 누군가가 무척이나 믿고 아꼈던 사람이고, 또 오빠였고, 형이었으며, 아들이었다.


그래서 오빠나 형, 아들로서 살았던 그도 보였다. 그를 보며 고민하는 가족과 가족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어 하지 않는 평범한 남자가 보였다. 기차에서 어머니께서 싸주신 메밀전병을 먹던 아들도, 잠든 어린 동생의 손을 곱게 잡아주던 형도, 사촌을 걱정하며 함께하지 못하여 괴로워하는 남자도, 모두 그였다.


그는 다른 한 편으로는 방황하며 아파하는 그 시대의 청춘이었다.


가족과 시대를 방관하고 싶어 했으나 그럴 수 없었고, 잠시나마 그런 생각을 했던 자신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지금의 우리와 다르지 않은 모습들이 덧입혀지고, 단조롭던 흑백의 영상은 다시 단단한 슬픔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그 남자는 지금까지도 모든 사람에게 기억되고 사랑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 진정 부끄러운 일이지.’


그 말을 들었을 때, 남자는 흔들리는 눈으로 생각했다. 자신이 진정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인지…. 또 마지막까지 생각했을 것이다.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 되자고….


나 또한 그 남자의 시를 보며 생각했다.


나는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인지. 이 시절의 고민을 ‘알고 있다.’고 해서 부끄럽지 않은 사람은 아닐 텐데. 나는 이 시절의 고민을 ‘방관하고 싶어.’ 하고 있지는 않는지…. 나는 ‘아우의 자화상’에 나오는 ‘슬픈 그림’이 되는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 해 본다.





영화 속에서 시가 나오는 장면 중, 저는 저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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