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속의 짧은 이야기

'날개'

by Kidcat혜진

20160706





사라진 세상에서 남은 건 나뿐이었다.



-그만하자.



세상에서 존재하던 무언가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세상 자체가 사라졌다.

단 한마디의 말로 무너져 내린 우리의 세상.

과연 그 세상이 존재했던가 싶을 정도로 간단하지만 처참하게 사라져 버린다.



-알잖아. 헤어지는 편이 너한테도 좋을 거야.



남아있는 세상의 파편들이 찻잔에 남아 새까만 무언가로 둥둥 떠다닌다.

당신을 바라볼 수 없는 나의 시선은 까마득한 찻잔의 어디쯤,

그리고 낭떠러지에 서 있는 기분으로 찻잔을 한 번 저어 본다.


아직 채 식지도 않아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기억의 조각들로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하지만, 천천히 식어가는 것은 막을 수 없다.


… 막을 수 없는 그 시간의 흐름을 잠시 견뎌본다.


나는 이 세상의 무너짐을 막을 수 없다.

나는 우리의 미래를 그릴 수 없다.

나는 결국 당신을 잡을 수 없다.



-미안해. 네 잘 못은 아니야.



내 잘 못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미친놈일 거다.

그런데 미친놈 맞는가 보다.

울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찻잔 속에서 회오리처럼 돌아가던 우리라는 세상의 파편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기억의 조각들이,

함께 울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다시는 만나지 말자.



우리의 세상은 좁고 좁았다.

타인의 시선으로는 우리의 세상을 볼 수 없을 만큼.

그래서 이렇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당신은 나만 봤고, 나는 당신만 봐서.


타인의 시선으로 본 우리는,

견디기 힘든 질타, 실망, 좌절, 절망이었다.


그래서 결국,

지금 내 앞에 앉은 당신은 이 세상의 끝을 말하고 있다.


당신은 나에게 더 이상 사랑을 말하지 못한다.

나는 당신에게 더 이상 기쁨을 말하지 못한다.

당신은 나에게 세상의 종말을 알린다.

나는 당신에게서 우리의 끝을 깨닫는다.


나와 당신, 당신과 나, 우리라는 세상의 끝.



“… 울지 마.”



그 세상의 끝에서 우리는,

결국 이렇게 슬픔만 끌어안은 채 무너지고 있다.

무너진 세상의 틈 사이로 슬픔이 넘치고 넘쳐,

당신을 덮치고 말았다.



“당신이 나보다 먼저 울면 안 되잖아.”



이별을 말하던 당신이 먼저 눈물을 흘리면 반칙이다.


무너진 세상의 슬픔은 넘실거리며 찻잔으로 흐르고,

이제 나는 당신에게 위로조차 받을 수 없다.


이미 세상은 끝났고,

눈물은 시작되었고,

더 이상 우리는 없다.






우린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더 높은 곳으로만 날았지..
처음 보는 세상은 너무 아름답고 슬펐지..

우린 부서질 것을 알면서도
더 높은 곳으로만 날았지..
함께 보낸 날들은 너무 행복해서 슬펐지..

우린 차가운 바람에 아픈 날개를 서로 숨기고
약속도 다짐도 없이 시간이 멈추기만 바랬어..

우린 부서질 것을 알면서도
더 높은 곳으로만 날았지..
함께 보낸 날들은 너무 행복해서 슬펐지..

우린 서툰 날갯짓에 지친 어깨를 서로 기대고
깨지 않는 꿈속에서 영원히 꿈꾸기만 바랬어..

우린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더 높은 곳으로만 날았지..
처음 보는 세상은 너무 아름답고 슬펐지..


못(Mot) -날개-중





사랑이 그러하듯,

이별은 그 자체만으로 이미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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