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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dcat혜진 Jan 27. 2016

일상과 상상,
현실과 소설의 경계 어디쯤에서...

- 현실과 소설 어디쯤에서...

20130426





 …누군가가 내 마음을 좀 알아줬으면 싶었다. 가장 알리고 싶은 사람은 아마 지금 나처럼 울고 있을 테니까, 그렇게 그를 울려버린 나쁜 나를 누가 좀 알아서 호되게 야단이라도 쳐줬으면 좋겠다. 가슴에 맺혀버린 것이 무언지 모르겠지만, 자꾸만 응어리진 그 무언가가 눈물로 쏟아내도 풀어지지 않는다. ……
 -kidcat 「‘은해’이야기」 중


 예전에 Sufic 에서 합동 팬 북을 낼 때 썼던 원고 중에 나오는 대목이었다.

 Sufic-Super Junior Fan Fiction.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영영 모를 팬들만의 그 이름.


 나는 간혹 내가 썼던 예전 글들을 훔쳐보고는 한다. 훔쳐본다는 말은 몰래 몰래 야금야금 본다는 말이다. 몇 년 전 내가 썼던 그 이야기들을 다 기억하느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은 기억한다고 하겠지만, 그 때의 그 감정은 어떤 것이었냐고 묻는다면 난 아마 모르겠다고 대답 할 거다. 그래서 문득 아무 생각 없이 그 때의 이야기속의 그가 혹은 내가 되고 싶어져서 세심하게 더듬어보고 뿌옇게 가라앉은 망각의 먼지들을 털어내며 조심스럽게 훑어본다.


 그러다보면 항상 느끼게 되는 감정은, ‘대체 이건 내가 아닌 누구인가 라는 것이다.’ 


 짧지도 않은 제법 긴 글들을 그렇게 몇 날 며칠 공들여서 쓴 것 까지는 기억 하겠는데,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며 나온 그 글들이 대체 내 머리에서 나온 건가 싶을 때가 있다. 내 속에 저런 감성들이 들었었나 싶을 정도의 단어나 문장이 간혹 보이면 흠칫 놀란다. 물론, 이건 자랑이 절대로 아니다. 다른 누군가가 보면 굉장히 단순하고 우습게 보이는 글일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그냥 평범한 일상 속의 내가 또 다른 나를 돌아보게 할 정도의 글이 확실하다는 뜻이다.


 ‘낮의 나’가 ‘밤의 나’와 달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혹은, 그 글속의 누군가를 떠올리며 반쯤은 빙의해서 쓴다고 나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걸지도…. 어쨌든, 무작정 글을 쓰는 것에 재미를 붙여서 이것저것을 쓰다가 팬픽이라는 것을 접하고 보니 이런 무궁무진한 신세계가 없었던 것이다. 한 참 아프고, 피곤하고, 스트레스에 절어 있었을 때. 유일한 탈출구는 새벽에 자판을 치고 있을 때였으니까. 달리 생각하면 그 때의 나는 굉장히 절실했던 건지도 모른다. 


 매일 매일의 내가 똑같은 것은 죄가 아니었지만, 뭔지 모르게 많이 억울한 것은 확실 했던 것 같다.


 일종의 탈출구, 해방구, 혹은 그 이상의 무엇? 아니면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의 해답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해답에 이르기 위한 무겁지 않은 오류 정도?


 그렇게 시작했던 일이었는데, 지금 내 하드나 블로그에 제법 많은 글들이 올라온 것을 보니 나는 참 무계획을 용감하다고 생각 한 걸지도…. 아니면,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할 수 있는 것들 중 유일하게 현실적이어서 그랬던 걸지도…. 내가 쓰는 글은 분명히 Fiction 인데, 결국 그 Fiction은 너무나 현실적인 이유에서 시작 된 것이 아이러니라고 할까.


 현실, Fiction, 그리고 아이러니. …오, 제법 그럴 듯한데? 




 …개뿔, 책꽂이에 있는 여러 작가님들의 책이 마구 비웃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아…, 또 심란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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