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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dcat혜진 Jan 28. 2016

일상과 상상,
현실과 소설의 경계 어디쯤에서...

-현실과 상상 어디쯤에서...

20130429





 삶은 영원하지 않고,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에요. 
 망설임이 길어질수록 여행은 멀어져 버려요. 

-이용한 「잠시만 어깨를 빌려줘」 중




 여행을 동경하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새로운 곳에 대한 동경, 알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한 기대, 낯선 곳에서 겪을 미지의 일들이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내게만큼은 당혹스러움이 아닌 즐거움으로 다가올 거라는 확신에 찬 열망…. 그런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가지 것들이 뭉쳐져서 이미 출발 전 계획에서부터 들뜨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그려진다.


 하지만 막상 떠나려고 마음을 먹었을 때는 아주 많은 시간적 여유와 경제적 넉넉함부터 따지게 되는 것도 결국은 여행이라서, 이번 달 통장 잔고와 내가 쓸 수 있는 휴일의 날짜 그리고 막연한 두려움으로 점철되어 서랍에서 꺼냈던 여권을 다시 놓아버리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나 또한 그런 적이 몇 번이나 있었으니까.


 그리고 대리만족처럼 자주 가는 인터넷 서점에서 자꾸 사들이는 책들이 여행 관련 서적이나, 여행 에세이들이 되어 버린다. 월마다 주기적으로 쌓여가던 책들은 남미, 동남아, 유럽, 펭귄이 산다는 남부 아프리카까지 나를 이끌어서 여기저기 갈 수 없는 내 몸뚱이 대신 내 마음과 열망을 이리저리 보내버린다.


 오늘은 낯선 여행자들이 가득한 동남아의 게스트 하우스도 가보고, 내일은 터키에서 케밥을 사 먹고, 또 그 다음날은 유럽을 여행하는…, 실제로는 말도 안 되는 코스를 책장을 넘기며 보다가, 어느 날은 울컥해서 세계 지도 어디 쯤 여기는 언젠가 꼭 가보겠다고 표시 하는 사람이 과연 나뿐일까…. 아니겠지? 이미 내가 아는 사람만 해도 두 명 쯤은 되니까….


 출근 하는 길에 너무 날씨가 좋아서 지금 타고 있는 이 버스로 어디로든 그냥 가버리고 싶다고 이야기 한 적이 한 번쯤은 있을지도 모른다. 눈을 감고 숨을 쉬며, 여기는 어제 내가 있던 곳이 아니기를 빌어 본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자고 일어나면 낯선 곳에서 웃으며 눈을 뜨고 있기를 바래본 적이 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 묻는다. 그 모든 내일을 위해서 당장 어딘가로 출발 할 수 있습니까?


 그런 용기가 없는 것도 나고, 나만 그런 것도 아니라며 위로한 채 다시 현실로 돌아와 버린다. 그런 날은 여행 에세이 따위 읽고 싶지 않다. 


 그래도 나는 또 지도 어딘가를 살피고, 여행 관련 책들을 읽으며, 주말에는 친한 이의 옆구리를 찌르면서 말하고 있겠지. ‘4년 후에는 같이 남미를 여행 하고 있을 거야.’ 라고 말이다. 여권에 찍혀 있는 스탬프가 더더욱 많이 늘어나고, 어딘가에 다녀온 발자취를 사진이나 글로 기록하고 기억 하게 되는 일이 더 많아지도록 끊임없이 되새기겠지.


 아직 난 세상이라는 한 권의 책 중에 겨우 몇 페이지만 봤을 뿐이라고….




“가능성에 대한 숭배는 항상 뭔가 더 나은 것이 미래에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 일종의 탐욕이다. 하지만 가능성의 마법은 미래에 마법을 거는 대가로 현재에 대한 환멸을 요구한다.” 

-마이클 폴리, <행복할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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