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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dcat혜진 Apr 03. 2021

세계와 세계, 2에서 3까지

| 대화: 오늘의 ‘너와 나’




재봉틀이 네 대, 그리고 바늘과 실이 가지런하게 정리된 탁자. 온갖 재질의 옷 감들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고, 한가운데 넓은 탁자는 가끔 바느질을 배우러 오는 수강생이 있을 때 사용한다고 했다. 반들반들한 옷감을 만지고 있으니 처음에 한국에서 입었던 원피스가 떠올랐다. 제인이 우아하게 내밀었던 그 손의 장갑까지. 따뜻한 냄새가 나는 혜숙의 작업실이 재희는 마음에 들었다.




“마음에 드는 게 있어?”

“네. 이거요.”

“옷 한 벌 해줄게. 어릴 때도 만들어서 보냈는데, 기억나?”

“네, 그때 사진 찍어서 보내 드리지 않았어요?”




사진 찍은 후에는 한 번도 입은 적이 없었다. 제인은 혜숙이 보내온 옷을 조심스럽게 꺼내서 재희에게 입히고는 예쁘게 사진을 찍었다. 재희가 삐뚤빼뚤하게 쓴 카드와 사진을 답장으로 보내면서 제인은 간단하게 고맙다는 말을 썼다. 하지만 그 후로 제인은 한 번도 그 옷을 꺼내지 주지 않았다. 재희가 점점 자라나 정말 그 옷을 입을 수 없는 정도가 되었을 때, 낡은 상자 그대로 서랍 한편에 있던걸 자신의 방으로 들고 와 옷장 안에 예쁘게 걸어두었다.


어릴 때 가장 환하던 시절의 기억을 걸어둔 채 한 번씩 옷장을 열어 그 시간을 만지작거리고는 했다. 돌아갈 수도 없지만, 돌아간다 하더라도 입을 수 없는 그 옷처럼 다시는 가질 수 없는 감정들이 아쉬웠다. 그 찰나의 순간만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을 이제 다시는 느낄 수 없다니. 아쉬울 뿐이다. 이렇게 많은 기억들이 선명한데.


 


“어릴 때는 금방 자라니까. 지금은 만들어 주면 오래 입을 수 있겠다”

“어떻게 만들어주셔도 꼭 입고 다닐게요.”

“좋아하는 색으로 여러 개 골라봐, 그럼.”




담백한 재질의 생활한복의 질감은 부드러웠다. 따뜻한 베이지 톤의 한 면을 만지작 거리다 꼭 모아 쥐어 보았다. 한 손에 잡히는 촉감이 너무 좋아서 웃음이 났다.





“원우도 어릴 때는 내가 많이 만들어줬는데.”

“원우는 어릴 때부터 가수가 꿈이었어요?”




바느질을 이미 시작한 혜숙이 바쁜 손과 달리 꿈꾸는 것 같은 눈으로 재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글쎄, 우리도 몰랐어. 어느 날 연습생이 되겠다고 해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난 좀 안심이 되더라고.”

“네, 그러실 것 같아요.”

“만약에 도중에 그만두더라도 또 다른 일 찾을 수도 있는 거니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되고. 난 원우가 하고 싶은 걸 했으면 좋겠어.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이 있어야 행복하니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꿈꾸는 소녀처럼 말하는 혜숙은 여전했다. 재희는 어릴 때도 함께 과자를 굽거나 간식을 만들어주던 혜숙의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쿠키는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 구워야 한다던 제인과 달랐다. 어린 자신의 주변을 맴돌며 늘 무언가를 끊임없이 챙겨주려던 혜숙의 모습이 처음에는 적응되지 않았지만, 재희는 그런 혜숙이 결국 좋아졌다.


제인이 자신을 그 가족의 곁에 두고 간 이유도 잊었을 정도로. 완벽하게 따스한 가족, 포근함으로 빈틈없이 채워진 가정. 제인이 그토록 깨트리고 싶어 했지만 결국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만 알게 된 그 모든 관계들. 재희는 이 자리에 없는 제인이 다행이라고 생각되었다. 현우와 혜숙은 절대로 제인이 원하고 바라는 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여전하시네요.”

“응?”

“여전히 미인이시라구요.”

“아이고, 무슨. 이제 다 늙었는데.”




뜬금없는 칭찬에도 혜숙은 기분이 좋은 얼굴을 여실히 드러냈다. 표정 하나에도 가식이 없는 사람, 마치 한 손에 잡히는 그대로 구겨지는 옷감 같은 느낌의 사람. 구김 하나도 숨길 수 없는 옷감, 따뜻함, 그 부들부들한 질감의 무언가가 느껴진다.




“재희가 원우보다 생일이 좀 늦지? 12월이지?”

“네. 원우는 7월이니까, 지났네요.”

“여름에 원우가 태어나서 언니가..., 고생을 좀 했었지. 여름이 시작될 때였는데, 원우가 태어나던 날은 정말 더웠거든.”

“그래서 추위를 많이 타나 봐요.”

“그런가 봐. 벌써부터 숙소에 가져갈 긴 옷 찾더라고. 아참! 내 정신 좀 봐. 너 오면 원우한테 문자 보내주기로 했었는데.”

“원우한테요?”



혜숙을 따라서 한 땀씩 천천히 바느질하던 재희는 손가락이 찔릴 뻔했다.




“응, 걔가 그래 보여도 너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다고.”  

“아, 그랬어요? 그런 내색은 않던데.”

“어릴 때부터 너 엄청 챙겼는데, 내색은 안 했지. 지금은 더 안 할걸? 제법 컸다고 얼마나 어른 흉내를 내는데.”

“하하하.”




손님, 이라고 ‘가족’ 밖으로 밀어냈다는 이야기는 하지 못한다. 재희는 그저 씁쓸한 웃음을 삼켰다. 오늘 원우는 저를 두고 돌아서며 ‘우리’라는 괄호 밖으로도 밀어냈다. 심술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아파서 어릴 때처럼 쉽게 잊힐 것 같지는 않았다. 아프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장난에도 쉽게 상처 받고 눈물을 글썽거리던 어린 시절의 원우는 이제 없는 모양이다.


쉽게 주었던 그 상처가 돌고 돌아 결국 지금의 자신에게 돌아오고 있는 것 같아서 재희는 바느질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제인은 잘 지내지? 연락을 해도 잘 받지 않더라.”

“네. 바빠서 그래요. 서운해 마세요.”

“서운해하지 않아. 제인은..., 늘 고양이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는 하고, 자신이 원할 때 오고 가는 그런 고양이 말이야.”

“어울리네요.”

“그래도 재희가 이제 이렇게 친구처럼 자라줘서 제인은 좋겠다. 나도 딸이 있으면 싶은데, 재희가 내 딸도 해 줄래?”




바느질이 거의 재봉틀 수준으로 빨랐다. 이미 저고리의 옷고름을 다 만들었다. 화사한 그 붉은색에 재희는 시선이 갔다. 언뜻 머리끈이나 리본 같아 보인다.




“무슨 말씀이에요, 저 이미 딸 아니었어요?”

“아, 하하하하. 그렇지, 맞아, 맞아.”

“저는 엄마가 두 분이라서 좋아요.”




바느질하던 손을 멈추고 혜숙은 잠시 열심히 바느질과 씨름 중인 재희를 바라보았다. 엄마가 둘이라서 좋다는 그 말이 고맙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뭔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타인의 가족이 되고 싶다 말하는 이 아이는 분명히 어릴 때에 비해 많이 변했다.




“어릴 때 보다..., 더 많이 밝아져서 좋구나.”

“저도 좋아요.”




하던 손을 멈추고 세게 찔릴 뻔하던 손가락 끝을 입술로 가져가는 재희를 보며 혜숙은 한번 더 웃어주었다.




-




당연한 박자와 당연한 몸놀림. 연습만 하면 충분히 기량을 발휘할 수 있고, 어떤 동작 다음에는 무슨 부분을 맞춰야 하는지. 이 곳에서 배우는 모든 것들이 답이 있어서 참 좋았다. 어딘가에 속하게 된다면 많은 시간 땀 흘리며 자신과 비슷한 아이들이 같이 연습하는 이 곳이 끝일 거라고 원우는 막연하게 생각했다.




“오늘 무슨 일 있어? 왜 이렇게 멍해?”

“컨디션이 안 좋아. 잠을 잘 못 자서.”




새벽녘, 재희를 일으키려고 잡아주었던 손은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았다. 미지근한 그 감각이 오히려 낯설어서 잠이 달아나버렸다. 한 동안 잠들지 못하다가 결국 동이 터버려서 하루 종일 몸상태가 별로다.


제 눈앞에서 손을 휘젓고 있는 개구쟁이 얼굴의 소년은 시호였다. 시호는 원우가 연습생을 시작하고 몇 개월 후에 합류했고, 자신과 동갑이지만 안무 실력이 뛰어나서 이제는 어지간한 연습생의 춤을 선생님 대신 봐주고 있다. 월말 연습곡 평가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자신이 속한 그룹의 아이들은 연습 속도가 더디다. 연습을 하면 할수록 늘어야 마땅하겠지만, 재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는 그런 부분에서 나타났다.




“그런데 어제 너 찾아왔던..., 그 친척 말이야.”

“응.”

“몇 살이야?”

“... 왜?”

“아니, 그냥. 궁금해서.”




시호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면서도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표정이다. 원우는 무엇하나 숨기지 못하는 그 솔직하고 간결한 감정들이 부러웠다.




“동갑이야. 우리랑.”

“친구네? 우와. 멀리서 왔다며?”

“미국에서 살아. 잠깐 한국 온 거야.”

“아..., 그래?”

“곧 다시 돌아갈 거야.”

“아.., 그렇구나.”




사실 재희의 일정을 모르고 있지만 자신도 모르게 곧 다시 돌아갈 거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시호가 금세 실망한 얼굴이다. 그런 모습을 보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왠지 작게나마 부리고 싶은 심술이었다. 저는 오랫동안 표현하지 못하는 그런 마음들을 처음 본 시호가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것이 못 마땅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원우는 아직도 다 자라지 못한 자신의 마음이 싫었다. 뻔뻔하지도 못하면서 한 편으로는 포기도 어려운 자신의 이런 우유부단함이 질렸다.


오늘따라 연습은 지루하게도 더뎠고, 쉬는 시간 틈틈이 혜숙에게서 온 문자를 보고 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부재중 전화를 확인했지만 재희의 연락은 없었다. 받을 확률이 낮다고 했지만, 연락처를 재희의 핸드폰에 입력하는 순간부터 이미 자신의 모든 순간은 재희를 위한 것이었다. 물론 재희가 그걸 알 리는 없었지만.




“숙소 안 가?”

“오늘은 집에 가 봐야 해서.”

“어제도 갔잖아. 그럼 네 침대 오늘 내가 써도 되냐?”

“내 침대에서 과자 먹지 마. 넌 집에 안 가? 이번 달에 한 번도 못 가지 않았어?”

“우리 집 너어무 멀잖아. 너처럼 서울 살면 모르겠지만, 주말에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시간 너무 많이 걸려. 그 시간에 그냥 연습하는 편이 낫지.”




재능을 가진 이가 노력까지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이기기 쉽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개구쟁이 짓을 많이 하기는 하지만 연습할 때는 누구보다 진지하게 하는 시호를 알기에 원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저 어깨를 가볍게 쳐주었다. 시호는 원우의 목에 팔을 걸며 ‘핫도그 같이 먹고 가’ 따위의 말을 재잘거린다.


연습실은 도시의 부도심 지역에 있었고, 숙소는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었다. 원우의 집은 또 다른 부도심에 자리한 아파트였는데, 버스나 지하철로 30여분 정도는 걸렸다. 그래도 다른 연습생들에 비하면 제법 가까워서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갔었지만, 이렇게 주말 내내 집으로 가는 일은 잘 없었다.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도 가깝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집에서도 다닐 수는 있었다. 하지만 원우는 숙소로 들어가는 편을 선택했다. 수많은 연습생들 사이에 섞여 있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안정적인 소속감, 많은 이들 중에 크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자신의 존재감을 스스로 느끼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현실이 삶을 더 간절하게 만들었고, 그런 순간들이 좋았다.




‘그런데 너 정말 가수가 하고 싶은 거야?’




가수가 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기타를 배울 때고, 건반을 배울 때도 그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에 대해 고민했을 뿐이다. 부모님의 부재는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의 친 부모님은 돌아가셨지만, 충분히 부모님의 역할을 해 주는 두 사람이 있으니까. 누구보다 성실히, 그리고 따뜻하게 자신을 보듬어주는 사람들.


어릴 때 사고 직후 상담을 받았었는데, 혼자 살아남은 그 순간의 자신을 용서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다만 삶을 계속 살아가는 것 자체가 죄인 것 마냥 숨 쉬는 모든 순간이 스스로에게 형벌을 내리는 것 같았다.


마음속 한 편에 자리한 작은 블랙홀 같은 것이 있었다. 감정, 생각, 기억까지도 모두 끌어당겨 그 속에 묻어버리고 싶어 하는 무언가. 그대로 드러낼 수도 있는 감정이나 생각들을 자꾸만 그 속에 가두고 기억마저 인색하게 쪼개서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될 때만 스스로에게 먹이를 던져주듯 했다. 할 수만 있다면 자기 자신을 버리고 싶었다.


그때, 재희가 나타났다. 그리고 제 작고 작은 온 세상을 부술 듯이 흔들었다. 그제야 원우는 자신이 그토록 원하고 지키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사실은 버리고 싶지 않았던 자신과 그런 자신을 꼭 잡고 어떻게든 지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아직 제 곁에 있는 것을 알았다.


블랙홀은 점점 작아졌지만, 아직도 제 속에 있다. 그리고 그런 것은 아랑곳 않는..., 제 세상보다 큰 ‘우주’가 지금 제 옆에 와 있다.




“여어!”




어떻게 알고 나타난 건지 버스정류장에 재희가 서 있었다. 연습실에서 출발 전 혜숙에게 남긴 문자 때문이겠지만, 원우는 순간 또 한 번 자신의 앞에 느닷없이 나타난 ‘커다란 우주’의 등장에 숨을 잠깐 멈추었다. 까딱 잘 못 했다가는 저 넓고 이해할 수도 없는 우주 어딘가에 버려질 것 같다.




“원래 숙소로 간다며? 그런데 왜 또 온 거야? 나 보러 온 거지? 그렇지, 그치?”

“뭐래. 가지고 갈거 있어서 온 거야. 곧 더 추워지니까.”

“좋은 말은 한마디도 안 해주네. 우리 놀다 들어가면 안 돼?”

“늦었어, 얼른 들어가. 엄마도 곧 오실 거야.”

“나 이제 근처 길은 다 알 것 같아.”

“거짓말, 네가 그렇게 똑똑해? 하루 만에 길을....”

“이제 너한테 버려져도 집 찾아갈 수 있어.”

“.......”



 

이해할 수 없는 우주는 자신의 블랙홀 따위 아랑곳 않는다. 어차피 모든 걸 알고 있고, 모든 것들이 거기에 있으니까.




“아, 이거 여전히 비밀이지?”

“미안....”

“응?”




아파트 단지로 향하는 길 가에 낙엽들이 아주 많이 쌓여있었다. 초겨울이 다가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늦은 저녁, 퇴근길의 사람들은 두 사람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자동차의 매연, 드문드문 있는 식당, 온갖 가게들이 섞여 있는 그저 그런 공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그저 그런 공간 안에 갇혀 있는 이 ‘작지만 큰 우주’에게 원우는 지금 사과를 했다.




“그때 사과하지 못한 것 같아. 어릴 때였지만, 내가 잘 못 한 거니까. 미안해.”

“갑자기..., 왜.”

“사과 안 하면 내가 못 견딜 것 같아서. 네가 계속 괴롭힐 거니까. “

“.......”

“너도 어려서 많이 무서웠을지도 모르는데. 그때는 정말 미안했어.”




빤히 자신을 보는 원우의 얼굴은 웃음도 슬픔도 어떤 것도 없었다. 한 걸음 더 다가가 원우의 눈동자를 읽어보는 재희다.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는 원우였다. 미안함이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그저 담아두었던 감정을 선물 주듯이 지금 재희에게 내밀고 있었다. 받으려면 받고 버리려면 버려, 와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원우의 눈동자를 읽은 재희는 알겠다고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사과 받을게. , 그럼  부탁 하나만 들어줘.”

“곤란한 부탁은....”

“혜숙 씨한테 선물 하나 하려고 하는데, 시간 될 때 같이 가줘.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잖아.”

“알았어....”




자동차의 매연, 드문드문 보이는 식당, 퇴근길의 사람들, 저마다 바쁜 가게들. 그저 그런 장소에 자연스럽게 섞여 걸어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은 조금 편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의 두 사람 모두 자신들의 상황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원우와 나란히 걷는 재희의 긴 머리가 혜숙이 만든 빨간 옷고름으로 묶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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