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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dcat혜진 Jul 26. 2021

세계와 세계, 4에서 5까지

| 거짓: 대답할 수 없는 마음은

-




그때도, 늦가을이었다.


그 계절에 어느 날 갑자기 뜻밖의 장소에 나타나 자신을 놀라게 만들었던 소녀였다. 그리고 겨울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그날에 자신의 곁에서 사라졌다.


꿈이 되어 옆에 있어주면 좋겠다고…, 나의 꿈에는 네가 있으니 너의 꿈에 지금 내가 없다면 이제부터 현실의 우리가 함께 하자고 했었다.


반지를 주었던 그날, 소녀는 자신을 바래다주며 어느 때 보다 밝고 환하게 웃었고 저를 꼭 안아주며 인사를 했었다.




‘그냥…, 여기서 안녕해.’

‘그러기에는 네가 너무 꽉 안고 있잖아.’

‘그러게. 미안.’




한참 동안 그 장면을 몇 번이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소녀가 그때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뭔가를 알려주려고 했을까, 하고. 그리고 자신을 꼭 안아주며 했던 마지막 말이 ‘미안’이라는 걸 떠올렸다.


사라진 소녀의 생일에는 소녀가 그렇게 소원하던 눈이 왔다. 내리는 눈을 혼자 보던 그날,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번호인 줄 알면서도 한번 더 전화를 했었다.


수신인이 받지 못했던 그때의 마음은 여전히 발신인만 알고 있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르는 동안 소녀는 원우의 일상 속에 여전한 우주로, 매일의 과거로 있었다.


갑자기 소녀가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원우는 마음이 복잡했다. 소녀가 떠나갔을 때, 다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다시 만난다면 자신이 소녀를 먼저 찾을 거라고 막연하게 믿었다.


하지만 소녀는 자신의 예상에서 늘 빗나가는 인물이었고, 따지고 보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


그래서 원우도 소녀를 만나러 왔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자신도 지금 소녀를 피할 이유도 없으며, 만나지 못할 일도 없으니까.


바쁜 스케줄을 마치고 잠깐의 시간을 냈다. 곧 시작되는 콘서트 준비에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잠시 부모님을 뵈러 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정이었다. 서울에서 제법 시간이 걸리는 거리라서 하루 정도의 시간을 비웠다.


양해를 구하고 오기 직전까지도 원우는 망설였다. 이렇게 얼굴을 보고 만나는 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운전을 하면서도 몇 번이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그냥 돌아가자고 스스로를  설득했고, 그 설득은 실패했다.


도착한 집에 아무도 없는 것을 알고 마지막으로 돌이킬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원우는 마당에 서서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그대로 있었다.




“…, 왔어?”




몇 년 만에 만난 소녀에게 건네는 말이 고작…, 이런 말이었다. 하지만 그 두 마디를 하기 위해 기다린 시간들은 고작이 아니었다.


상상 속의 ‘소녀’가 아닌 눈앞에 있는 현실의 ‘그녀’에게 건네는 말이 자신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순간, 원우는 당장이라도 그녀의 앞으로 가서 꿈이 아님을 확인하고 싶었다.


손에 뭔가를 들고 선 그녀는 SNS에서 봤던 모습보다 훨씬 초췌해 보였다. 돌아오기 직전까지 있었던 일들을 대충은 알고 있기에 얼른 다가가 다정하게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앞섰지만 무엇인가가 자꾸만 망설이게 만들었다.




“…….”

“오랜만이네.”




다시 만난다면 그때의 소녀가 있을까, 생각했다. 역시 그때의 소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건 훌쩍 자라 버린 자신의 우주, 그리고 더 이상은 ‘과거’가 아닌 ‘지금’. 자신만큼 변해버린 ‘소녀’가 아닌, ‘그녀’.




“이번에는….”




다가가는 동안 ‘남자 친구’라는 단어와 SNS 속에 있던 매력적인 그 얼굴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자신의 망설임은 그 때문일까. 그럼에도 조금 더 다가가 현실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녀의 머리 위로 손을 올려 손끝에 걸리는 나뭇잎을 떼어주면서 현실임을 그제야 확인했다. 그리고 그 손을 더 뻗어 안아주고 싶은 마음을 겨우 주머니 속으로 감추었다.




“이번에는 네가 찾은 게 아니라, 내가 찾은 거야.”

“…….”




그때와 같이 여전히 비현실적이었다. 익숙한 풍경 속에 늦가을 햇빛을 받고 서 있는 갈색 머리카락과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동그란 눈동자는 그 때나 지금이나 믿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한걸음 더 가까워졌지만 재희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먼저 달려와 자신의 목에 팔을 두르며 안기던 ‘소녀’를 기대했지만, 그 순간은 이제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침묵의 시간을 사이에 두고, 재희는 눈도 깜박하지 않고 저를 보기만 한다. 갈색 눈동자는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지만, 또 너무 멀리 있다.


이제 원우는 지금의 시간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과거의 ‘소녀’가 아니라 현재의 ‘재희’를 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보고 싶었어.”




마음은 언제나 자신의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나와 버린다. 자신의 말에 흠칫 놀라며 고개를 숙이는 재희의 반응에 원우는 조금 슬픈 생각이 들었다.


그때 ‘소녀’의 마음도 이러했을까. 감정이 피어오를 때마다 서슴없이 표현하고 감추지 않았던 그 마음들을 늦었지만 이제라도 돌려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보니까, 어색해서 그러니? 우리 같이 밭에 다녀왔어. 이거 재희랑 같이 수확한 건데…. ”

“주세요. 너도 줘, 무겁겠다.”




겨울을 앞에 두고 해가 빠르게 지고 있었다. 어느새 문 밖으로 떠나는 계절이 있었고, 오래 기다렸던 만남은 따뜻한 집 안으로 들였다.


원우는 조금 전 속삭이듯 내뱉은 자신의 말이 그저 하얀 입김과 같이 흩어지는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꾹꾹 눌러 담아두기만 했던 모든 시간들이 이 순간만을 기다려 왔다는 것을 알게 되자 모른척하던 감정들이 천천히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현실이 된 꿈 앞에서 쏟아진 감정들은 다시 담을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원우였다.




-



 

“혹시 말이야. 새벽에 2층에서 재희가 돌아다녀도 놀라지 마.”

“네?”




설거지를 거들던 원우가 혜숙이 건네는 조용한 말에 되묻자, 입가로 손가락을 가져가며 거실에 있는 재희를 살폈다. 다행히도 현우와 목공방에서 만들었던 소품을 들고 이야기 중인지 주방에는 관심이 없는 눈치였다. 그러자 혜숙은 다시 그릇을 정리하며 조용히 말했다.


 


“미국에서는 어땠는지 모르겠는데, 여기 와서 딱 두 번 그랬어. 온 직후에 발견해서 내가 며칠은 지켜봤거든. 혹시 잠결에 계단에서 다치기라도 하면 안 되니까.”

“몽유병 같은 거예요?”

“응. 지금은 괜찮은 것 같아. 그저께 재희한테 말했더니 어릴 때 가끔 그랬다고 하는데, 다시 그러는 모양이야. 그럴 만도 하지.”

“복도까지 나와요?”

“첫날에는 2층 복도 끝에 서 있는데, 말을 걸어도 모르더라고. 그다음에는 방문 밖 복도에 앉아서 창 밖을 보고 있었고….”




원우는 재희가 무슨 마음으로 한국으로 다시 온 것일지 궁금했었다. 정확하게는 자신을 다시 만나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굳이 다시 돌아온 이유가 혹시라도 예전의 그 마음 때문인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혜숙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단순히 자신에 대한 감정 때문에 돌아온 것은 아닌 것 같았다.


…, 사실 자신에 대한 감정은 이제 아예 없을지도 모른다. 남은 건 자신의 감정뿐일지도….


무슨 이유건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 만나게 된 것은 다행이면서도, 돌아올 수밖에 없는 그 상황이 그녀에게는 너무나 큰 불행이라는 사실은 어찌할 수 없었다.


저녁만 먹고 돌아가려고 했는데, 마주한 시간을 유예하고 싶은 마음이 커져 버렸다. 재희는 일부러 둘이 있을만한 상황을 피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원우는 지금 그런 태도마저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눈 소식은 아직 없으니까, 아침 먹고 일찍 가.”

“그럼 새벽에 가야 할 것 같은데요?”

“새벽에 아침밥 하지 뭐.”

“그냥 알아서 자고 갈게요. 신경 쓰지 마세요.”

“어떻게 신경을 안 써? 네가 두 달 만에 온건 알아?”




혜숙의 타박에 원우는 입을 다물었다. 부모님의 만류는 자신의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좋은 핑계가 되었다.


거실에서 차를 마시고 과일을 먹는 동안 재희는 대화를 들으며 웃기도 하고, 현우와 혜숙의 대화에 끼어들기도 했다. 다만 원우와는 먼저 말을 섞지 않았다. 필요한 대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원우도 일부러 말을 걸지 않았다.


새벽에 출발해야 하는 원우를 위해 다과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끝났다. 거실의 작은 조명이 켜지고, 2층으로 먼저 올라간 재희를 따라서 원우도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오랜만에 찾은 자신의 방은 이사 왔을 때 꾸민 이후 전혀 변함이 없었다. 지붕의 각도에 맞게 살짝 낮은 천장과 아늑한 침대, 그리고 원목으로 된 책상과 책장, 작은 옷장과 서랍까지. 어릴 때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타와 여러 가지 물건들은 한 편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아, 맞다….”




샤워를 하고 걸칠 옷가지를 찾기 위해 서랍을 열던 원우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작은 상자였다. 이곳에 이사 오고   그때  개의 반지  하나는 자신의 방에,  하나의 반지는 그동안 주인이 없었던 재희의 방에 두었다.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버리지 못할 마음이라는  알고 있었고, 아마도 아주 자연스럽게 잊히기를 원했던 건가 싶다.


이렇게 문득 생각나면 여전히 가슴 한 편은 주체 못 할 감정으로 뒤덮여 두근거리는 주제에.


…, 재희는 그 반지를 봤을까.


그때, 작게 노크 소리가 들렸다.




“…, 자?”

“아니, 잠깐만.”




재희의 목소리에 원우는 긴 티셔츠 하나를 찾아 꺼내 입었다. 여전히 젖은 짧은 머리를 수건으로 두어 번 더 털어낸 뒤 문을 열기 전 빠르게 거울을 봤다. 그리고 셔츠의 소매를 내리고 문을 열었다.




“미안. 새벽에 가려면 빨리 자야 할 텐데.”

“괜찮아. 왜?”

“이거.”




눈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은 재희는 그저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원우는 내민 손 위에 있는 작은 상자를 빤히 보았다. 방금 전에 자신이 본 상자와 같았다.




“네 거 같아서. 내 방 서랍 안에 있더라.”

“…….”

“네 방에 갖다 놓으려다 주인 없는 방에 함부로 들어올 수는 없어서. 마침 네가 왔고, 그래서 돌려주는 편이….”




재희의 손에 있는 상자를 보고 있으니 이상하게 조금 화가 났다. 다문 입안의 아래위 어금니가 천천히 아주 세게 맞닿고 있었다.


갑자기 화가 나는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원우는 여기까지 온 재희의 마음이 자신과 다를 수 있다고, 어떤 마음이든 이해할 수 있다고 수천번 수만 번 생각했던 그 시간을…, 지금은 잊기로 했다.


재희는 이 반지의 의미를 알고 있다. 그리고 다시 돌려주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럴 때 빠르게 상황판단이 되는 건 너무 싫었지만,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것도 아니다. 그동안 생각했던 자신의 모습은 이런 상황에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자신은 전혀 담담하지 않고, 아무것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우주를 앞에 두고 어른이 되는 건 여전히 어렵다.




“그거 네 거야. 알잖아.”




방 문 밖으로 새어나가고 있는 어두운 불빛처럼 낮고 낮은 목소리가 겨우 대답했다.




“… 원우야, 난….”




더듬거리는 그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원우는 한 손으로 상자를 들고 있던 재희의 손을 순식간에 잡아챘다. 그때보다 더 가벼워져서 부서질 것 같은 얇은 손목이 쉽게 끌려 들어왔고, 그런 재희를 자신의 방 안으로 들이며 원우는 보란 듯이 제 등 뒤로 천천히 문을 닫았다.


이제 좁은 공간 안의 어두운 조명이 두 사람에게는 전부였다. 불안함을 문 밖에 두고 이곳에서는 어떤 마음을 꺼내 놓아도 괜찮다고 믿었으면 좋겠다.


얼떨결에 원우의 방 안으로 들어온 재희는 여전히 한 손을 붙잡힌 채 그대로 얼어 버린 듯 서 있었다. 그제야 자신과 시선을 마주하는 재희를 보던 원우는 천천히 잡고 있던 손을 놓아주었다.




“내가 너한테 줬을 때부터 그 반지는 네 거야. 그러니까 버리든 말든 알아서 해.”

“…, 알았어.”

“…, 진짜 버릴 거야?”




호기롭게 말했지만, 정말 버릴까, 그래서 정말 자신에 대한 감정 따위는 하나도 남지 않았다고 확인하게 될까 봐 걱정되었다. 묻고 난 다음에 곧 후회가 되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알아서 하라며.”

“…….”

“나갈게. 그럼…, 잘 자. “




재희는 원우의 되묻는 질문에 조금은 차가운 말투로 대답했지만, 긴장감을 감추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안절부절못하는 것이 보였다. 천천히 비켜 주려던 원우는 문득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아 다시 손잡이를 꼭 잡았다.


지금이 지나면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아니면 또 지금이 마지막인지 모르고 보내버리는 건 아닐까…. 원우는 재희를 그대로 보내줄 수 없었다.

 

나가려던 재희가 앞을 막아서는 원우 때문에 다시 머뭇거렸다. 시선은 다시 바닥을 향했다. 금방이라도 손을 뻗으면 서로를 안을 수 있는 거리였지만, 서로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이 흘렀다.


  


“보고 싶었어.”

“…….”

“아주 많이.”

“…….”

“넌 어땠어?”




헤어질 때, 철저하게 떠났던 그 모습이라도 이제는 상관없다. 많은 생각을 했었고, 몇 번이고 그 장면을 반복했지만, 이렇게 다시 보게 된 순간 그런 건 아무 의미가 없어졌다. 그때의 재희도 그리고 지금의 재희도 어쨌든 자신의 앞에 있으니까.


익숙한 마음들 사이에서 도무지 차분해지지 않는 감정들은 너무 세차게 들끓었다. 원우는 대답 없는 재희의 시선을 기다렸다.




“…, 비켜줘.”

“…….”

“제발…….”




시선을 마주하지 않은 채 새어 나온 말들은 기다린 대답이 아니었지만, 원우는 천천히 문에 기대고 있던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재희와 자신의 앞에 있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을 깨트렸다.


상자를 꼭 쥐고 있던 재희의 손을 천천히 잡은 채 그대로 당겨 안았다. 제 손을 뿌리치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온 우주는 무사히 다시 제 품으로 와 안겼다. 무엇하나 확실한 대답은 없었지만 원우는 지금 그저 제 몸에 닿는 따뜻한 온기와 드디어 시선을 마주한 재희로 충분했다.


그리고 어렴풋하지만 알게 되었다. 변함없는 건 자신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대답은 안 해도 되겠다. 이미 했으니까….”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얼굴로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는 재희였지만 이제 시선을 피하지는 않았다.




“난 여전히 겨울은 추워서 싫어.”

“…….”

“그래도 네 생일에는 눈이 오면 좋겠다고 매년마다 생각했어.”

“…….”

“그럼, 어느 겨울의 네 생일에는 같이 첫눈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몇 년 사이에 훌쩍 더 커버린 원우와 시선을 마주하려 고개를 살짝 들고 있던 재희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천천히 원우에게서 몸을 떼어냈다.




“아니야. 미안하지만, 난 이제….”

“대답 안 해도 된다고 했잖아.”




더듬거리며 대답하던 재희의 눈물이 떨어지기 전에 원우는 두 볼을 부드럽게 감싸 쥐며 그 눈물을 쓸어 주었다. 재희의 볼에 닿는 자신의 손이 차갑지는 않을까 걱정되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이제 너도…, 거짓말은 잘 못하네.”




두 눈을 꼭 감은 재희의 눈물이 멎을 때쯤, 더는 그 예쁜 입에서 거짓말은 나오지 않았다.


원우는 재희가 방으로 돌아가고 난 후에도 쉽사리 잠들지 못 한채 조금의 기척에도 몸을 일으켰다. 분명, 밤이 긴 계절이었지만 원우에게는 너무도 짧은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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