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속에서 세상만사를 오독오독 씹어본다
가끔 회사에서 혼자 밥 먹을 때가 있다. 다들 점심 약속이 있다고 나가서 혼자 남겨지거나, 아니면 그저 혼자서 점심을 먹고 싶어서 혼자 먹는다. 물론 오래 먹지도 않고, 진수성찬을 차려먹지도 않는다. 간단한 메뉴와 함께 먹는다.
또, 가끔 퇴근길에 혼자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본다. 보고 싶은 영화는 있는데 딱히 누구랑 같이 보자고 연락하기는 귀찮고, 영화 상영 시간 임박해서 누구를 부르기는 그렇고 해서 혼자 본다. 더구나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다른 사람도 보고 싶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어서 혼자 영화관에 간다.
혼밥, 혼술... 언제부턴가 혼자 하는 문화가 점점 퍼지고 있다. 1인 가구 500만 시대라서 그런 건지, 사람들이 모두 인간 관계에 지쳐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으나 1인 생활 문화가 사회적인 트렌드가 되었다는 것은 더 이상 부정하기 어려울 것 같다. 혼자 밥 먹고, 놀고, 즐기는 삶. 우리는 여기서 또 하나의 행복을 찾고 있으며 일상을 조립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우리가 혼밥, 혼술을 진짜 혼자서 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한다. 어쩌다 대학생들이 혼자 밥을 먹는 모습을 보면 으레 눈에 띄는 부분들이 있다. 늘 스마트폰으로 여행 정보를 찾아보는가 하면, 예능이나 드라마를 틀어놓고 밥을 먹는다. 또다른 시공간에서 '밥터디'를 찾은 셈이니, 따지고 보면 혼밥이 진짜로 혼자 밥 먹는 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몸과 마음 모두 혼자 있다고 하기에는, 또다른 메이트가 나의 공간에 스며들어와 머물러 있기 때문일 터다.
우리는 아직 고독함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다 못해 듣고 싶은 소리, 보고 싶은 영상이라도 옆에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 그 밥 먹는 시간에도 나를 위로해줄 무언가가 있으면 한다. 내 주변을 내려놓고 진짜로 생각에 잠기며 시간을 보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지만, 여전히 그 시간은 일말의 어색함, 그리고 두려움을 보여주니까.
잘난 척 같지만, 나의 혼밥은 그래서 남들과 다르다. 나는 혼자 밥 먹을 때에는 일부러라도 머릿 속을 나만의 생각으로 가득 채운다. 그렇게라도 나의 의식 흐름에 정신을 맡겨보려고 한다. 그렇게 찰나의 시간동안 뇌 여행을 갔다 오는 게, 나만의 작은 즐거움이다.
일상 속에서 슬쩍슬쩍 다녀오는 뇌 내 여행으로 담아본 이야기를 여기서 풀어보고자 한다. 의식의 흐름대로 내 멋대로 다니는 여정이니, 앞뒤가 안 맞을 것이고 모순의 광경도 제법 보일 것이다. 하지만 오해는 하지 마시라. 그렇게 해서 나만의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을 뿐이다.
세상사에 잡다하게 관심많은 한 남자가 이것저것 찔러보는 과일들, 조금씩 보여드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