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에서는 개구리나 호랑이나 똑같다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는 누가 뭐래도 풋볼이며, 슈퍼볼은 매년 상반기 미국 최대 규모의 축제라고 봐도 무방하다. 미국 내 TV 시청자만 1억 명에 육박하며 올해 30초 광고 가격만 무려 560만 달러였다고 하니, 미국인들에게 슈퍼볼은 뗄레야 뗄 수 없는 행사다. 하지만 태평양 건너 한국에서는 그 규모와 인기를 전혀 체감하지 못한다. 아직까지 한국인들은 풋볼 자체가 낯설고, 슈퍼볼은 지나가다 흘려듣는 에피소드 정도에 지나지 못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미국 외의 국가에서는 슈퍼볼이나 NFL 풋볼 경기를 TV 생중계로 즐기기 어렵다. 온라인으로 시청 가능한 NFL 패스를 한 시즌당 30만원에 구매해야만 슈퍼볼 시청이 가능하다. 유료 구독이 아니면 맛보기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엄청난 규모의 축제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강 건너 불 구경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 뿐만 아니라, 풋볼이 익숙치 않은 아시아 및 유럽 국가들의 사람들 모두 유사한 감정을 느끼고 있으리라.
그 느낌이 점점 현실로 와닿고 있다는 증거일까? 최근 <포브스>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10년 간 미국 4대 프로스포츠 (농구, 풋볼, 야구, 아이스하키) 구단들 중에서 풋볼 구단들의 가치 상승 폭이 평균적으로 가장 완만했다. 미국 프로농구 (NBA) 구단들의 평균 가치가 가장 급격하게 상승했고, 그 뒤를 미국 프로야구 (MLB), 북미 아이스하키 (NHL)이 잇고 있다. 엄청난 돈잔치가 벌어지는 캐쉬 카우 (Cash Cow) 리그가 왜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인가. 단서는 국제화된 시장에 있다.
국제화된 프로 리그와 그렇지 않은 리그는 구단 가치 상승의 동력 차이가 크다. 지난 2016년 NBA는 ESPN, 터너 케이블과의 전국 중계권 계약 갱신을 통해 구단별 평균 가치 상승에서 날개를 달았다. 중계 수입 증가가 구단의 매출 증가로 잡히기 때문이며, NFL보다 더 저렴한 리그패스 판매 및 215개 국가에서의 생중계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시청자를 확보해 왔다. 더구나 유튜브에서는 NBA 영상들을 마음껏 볼 수 있기 때문에, 여러 나라의 시청자들의 국가 장벽을 생각할 이유가 없다. 여러 국가에 시장 거점을 잡는 것이 왜 중요한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다양한 국가의 팬들을 확보한 덕분에 30개 팀 모두 구단 가치가 상승 중이다.
그만큼 상대적으로 국제화되지 않은 NFL 입장에서는 고민이 클 수 밖에 없다. 슈퍼볼의 인기는 여전하지만 풋볼이 국제화되지 않은 것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또, 미국 안에서도 신규 팬 유입이 쉽지 않아, 미국 안팎의 팬들을 끌어모으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풋볼도 요즘 팬층의 노령화가 슬슬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의 한 조사에 따르면, NFL을 TV로 시청하는 미국인의 평균 연령은 49세이다. 참고로 NBA 시청자의 평균 연령은 37세로 나타났다.
아이스 하키의 특성상 NHL이 4개의 리그 중에서 시장 규모가 가장 작지만, NHL은 이전부터 동유럽 쪽 인재 풀과 팬층을 확보할 수 있었다. 동유럽, 북유럽 국가들은 오래 전부터 아이스 하키와 친숙하며, 동계 올림픽을 통해 하키 리그가 세계 곳곳에서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NFL은 올림픽 종목도 아니라서 국제적으로 팬 확보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히스패닉 비중이 높아서 중남미에서 야구 인재가 계속 들어오는 MLB도 요즘 부쩍 아시아 마케팅을 신경쓴다. 이 또한 아시아 지역의 팬들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미국 외 지역에서 시장 형성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NFL은 내수 시장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자국 중심의 리그, 자국 팬들만을 위한 리그는 앞으로 더욱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이다. 국경을 허문 온라인 및 모바일 생중계 시장은 계속 커져만 가고 세계 곳곳에 팬들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커지는데, 국내에 치중한 리그 운영 및 마케팅을 끝까지 고수한다면 경쟁력은 시간이 갈수록 닳아나갈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