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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결국 되풀이된다

COVID-19 속에서 놓지 말아야 할 이성의 끈

지난 14세기에 흑사병으로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죽었을 때, 유럽 사회를 더욱 혼란으로 몰아넣은 것은 질병 때문에 발생한 공포였다. 유럽인들의 병이 돈 많은 유대인들이 꾸민 음모라는 헛소문이 퍼지면서, 유대인 때문에 유럽 사람들이 죽을 거라는 공포가 확산되면서, 때아닌 유대인 학살극이 벌어졌다. 당시 상업, 축산 등을 통해 돈을 벌었던 유대인에 대한 혐오가 흑사병이라는 재해와 만나서 잘못된 공포심 방출로 이어진 게다.


지난 1923년 9월 1일에 일어난 관동 대지진으로 일본에서 40만명이 죽거나 행방불명됐다. 이러한 재난 가운데, 조선인들이 각지에 불을 지르고 폭동을 일으키며 우물에 독을 풀고 다닌다는 헛소문이 퍼져 나갔다. 지진으로 일본 민심이 흉흉한 틈을 타서, 일본 경시청이 의도적으로 퍼뜨린 헛소문이었다. 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공포를 조선인에게 향하도록 조작한 셈이다.


이와 같은 조선인 폭동의 터무니없는 소문이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는 가운데 9월 2일 오후 6시 긴급 칙령으로 계엄령이 선포되었다. 이 같은 계엄령 아래에서 군대, 경찰을 중심으로 또한 조선인 폭동의 단속령에 의해 각지에서 조직된 자경단()에 의해 6천여 명의 조선인 및 일본인 사회주의자가 학살되었다. 당시 임시정부의 『독립신문』 특파원이 보고한 바에 의하면 6천명이 넘는 조선인이 피살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시체조차 찾지 못했다고 한다.


전국에 역병이 돌면 민심은 흉흉해진다. 그리고 민심이 흉흉할 때 사이비 종교가 기승을 부리고, 별의별 헛소문이 퍼져 나가는 것은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현상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성의 끈을 반쯤 놓은 채, 질병에 대한 공포가 확산된다. 그러다가 공포가 어떤 증오로 변하여, 공포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할 대상을 찾게 되고 더 많은 사회적 혼란이 야기된다. 


지금도 그 현상이 그대로 나타나려 한다. 미국이 한국을 여행 경계 지역으로 설정하고, 국내 확진자 수가 늘어난다는 이유로 정부와 질병관리본부가 비난을 당하고 있다. 단지 COVID-19의 발병지가 우한이라는 이유로 중국인 혐오까지 발생한다. 게다가 때로는 COVID-19와 관련된 잘못된 정보까지도 나돌면서,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한다. 또, 비극의 역사가 반복될 수도 있는 순간이 아닐까.


이성을 찾을 때다. 공포가 뒤틀리는 것을 막고, 순리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다행이라면, 한국의 COVID-19 대처는 이성적이라고 볼 수 있겠다. 어제자 TIME 매거진에 한국의 COVID-19 확진 관련 특집 칼럼이 실렸는데, 그 중 마지막 부분이 아래와 같다.


A major reason for the rapid surge in confirmed coronavirus cases is the relative openness and transparency of South Korean society. “The number of cases in South Korea seems high at least in part because the country has high diagnostic capability, a free press and a democratically accountable system. Very few countries in the region have all those,” said Andray Abrahamian, visiting scholar at George Mason University Korea.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이렇게 급증한 이유는 한국 사회의 상대적인 개방성과 투명성 때문이다. 한국 조지메이슨대학 방문학자 안드레이 아브라히만 교수 왈, "한국 내에서 확진자가 많아 보이는 이유는 최소한 한국의 높은 진단 능력, 언론 자유, 민주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 때문이다. 이 지역에 그 모든 것을 갖춘 나라는 거의 없다.">


이 지역이 어디겠나. 중국, 일본, 북한, 러시아 등지를 일컫는다. 현재까지의 확진자 수만 보면 한국이 엄청나게 위험한 국가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질병관리본부 주관 하에, 의심자들을 전수에 가까운 수준으로 검사해 왔고, 검진 결과를 실시간으로 공개 중이다. 투명하게 질병 대처를 한 덕분에, 확진 경과를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다. 다른 국가들은 검사 키트가 모자라서 제대로 검사조차 하지 못하고 있거나 의도적으로 정부에서 검사를 미룬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정부는 이성적이다.


국민들도 당연히 이성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게다. 독감에 비해 치사율 자체가 낮을 뿐더러, 개인 방역에만 집중해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우리가 늘 경계해야 할 것은 질병의 전염이 아니라, 잘못된 공포의 전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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