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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관중은 없다?!

오프라인 스포츠 경기와 공연의 미래

코로나의 창궐로 여러 산업이 피해를 보았지만, 스포츠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피해가 막심하다.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은 제한적으로 조업 재개가 가능하기라도 하지만, 스포츠 경기나 콘서트처럼 오프라인 공간 내 대규모 인원 운집을 필요로 하는 비즈니스는 재개 가능성조차 거론되지 않고 있다. 현 상황에서의 사업 재개가 어렵다는 것은, 근본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질병이 서식하는 환경을 고칠 수 없다면 Value Chain 자체를 바꿔야 하지 않겠는가.


모든 경기는 온라인 쌍방향 중계?! 


관중이 모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기를 재개하는 상책은 온라인 생중계다. 무관중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경기를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생중계하면서 전세계 모든 스포츠 팬을 관중으로 만들면 된다. 그러나 무관중 라이브 스트리밍은 카메라로 현장을 비추는 기존의 생중계와 차별화가 되지 못한다. 그 이상의 온라인 중계 개념이 도입되어야, 비즈니스 생태계를 바꿀 수 있으리라. 


미래의 축구 경기를 상상해 보자. 관중석에 의자 대신 컴퓨터와 연결된 대형 모니터가 비치되어 있고 무빙 카메라나 드론이 돌아다니며 실시간으로 중계 화면 각도를 바꾼다. 관중이 들어선 모습은 컴퓨터 CG로 대체한다. 모니터 화면 귀퉁이, 경기장 내 대형 전광판에만 배너 광고가 순차적으로 나오면 되니, 방송 중간에 나오는 15초, 30초 광고 영상에 목을 멜 필요가 없다. 아니면, 전반전 이후 하프타임 쉬는 시간에 뮤지컬 형태의 광고를 보여줘도 되겠다. 


골을 넣거나 멋진 플레이가 나올 때의 관중 반응이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전해지고, 소형 전광판에 이모티콘과 댓글이 펼쳐진다. AI 기술로 구현된 관중 함성이 경기장 내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로 터져 나온다. 경기를 보는 사람들은 PC나 노트북, 스마트폰으로 경기를 보면서 실시간으로 반응을 남기고, 선수들에게 직접 모니터로 말을 걸 수도 있다. 한 발 더 나아간다면, 디바이스가 아닌 나의 책상이나 카페 탁자 위에 구현된 VR 영상으로 경기를 감상할 수도 있겠다. 


이런 스포츠 관람이 상용화될 날이 머지 않았다


이미 스포츠 구장에서 오프라인으로만 수익을 올리는 시대는 지났다. 오프라인 광고는 온라인이나 모바일에 비해 유입률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관중들의 관심조차 끌기 어렵다. 광고주가 아닌 이상, 축구장의 LED 광고를 일일이 신경쓸 수는 없다. 온라인, 혹은 VR 환경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한 까닭이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뭔가에 집중할 때, 갈수록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환경에서 집중하는 경향이 짙다는 부분 또한 온라인 위주 비즈니스의 필요성을 방증한다. 


아직 스포츠 경기에 실시간 소통 방송의 개념은 도입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쌍방향 소통 중계 개념이 본격적으로 도입되지 않을까.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서울 월드컵 경기장같은 대형 축구장이 게임 속 공간과 비슷해질 지도 모르겠다. 가상 현실과 같은 현실, 현실과 같은 가상 현실이 먼 얘기가 아니다.


무관중 라이브는 필수?!


MBC의 <놀면 뭐하니?>가 최근에 특별한 방송분을 냈다. 코로나 때문에 각종 콘서트 및 공연이 무산되자, 세종문화회관 무대에서 무관중 라이브 공연은 여는 방구석 콘서트를 개최한 것이다. 공연 영상은 방송은 물론 유투브 버전을 통해서도 공개되었다. 사실상 가수들은 방송을 보는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콘서트를 연 셈이다. 어쩌면 이번 방송은 공연 문화에 새로운 길을 제시하지 않았나 싶다.


현실을 돌아보면, 크게 흥행하는 공연도 있지만 흥행에 실패하는 공연도 많다. 흥행이 안 되는 공연 입장에서 대규모 공간 섭외, 특수 효과를 위한 고가 장비 임대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아무리 흥행이 되는 공연이라도 한번에 최대로 동원하는 관객 수는 제한되어 있다. 그래서 객단가가 제대로 맞춰지지 않으면, 흥행을 이끌고도 적자가 나는 경우도 발생한다. 후원하는 업체 입장에서도 광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보니, 공연 비즈니스를 지속하기도 쉽지 않다. 스포츠 경기와 비슷한 이치다.

 


그렇다면 대안 역시 스포츠 경기와 유사해진다. <놀면 뭐하니?>의 방구석 콘서트를 조금만 개조하면 전세계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실시간 라이브 공연이 만들어진다. 기본 관람료를 결제하되, 트위치처럼 온라인, 모바일로 접속한 관객들이 공연 만족도에 따라 실시간으로 돈을 줄 수 있다. 공연에 쓰는 특수 효과는 무대 위에서 쓸 수도 있지만, 깜짝 아이템 형태로 지급해서 관객 마음대로 더하거나 뺄 수 있을 것이다. 공연의 레퍼토리는 당연히 관객의 실시간 피드백에 따라 변경 가능하다.


기껏 힘들게 입장료 결제해놓고 코로나와 같은 질병 창궐 때문에 공연이 취소가 된다면, 이보다 더 허탈한 경우도 없다. 공연을 하는 가수 입장에서는 공연 준비를 위해 투자한 돈이 한순간에 회수 불가능한 매몰 비용이 된다. 지금처럼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길이 막힌 상황에서 기존보다 업그레이드된 온라인 무관중 공연은 분명한 대안이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랜선을 타고 퍼지지는 않으니까.


시공간 파괴가 살 길


최근에 레고로 건물 하나를 만들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EPL) 대표 명문 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 구장 올드 트래포드다. 문득 이 경기장을 완성하면서 든 생각이 있다. 선수들의 축구 경기, 혹은 콜드 플레이의 콘서트 현장 영상만 따서, VR로 레고 블록 경기장 내 축구 경기를 구현한다면 어떨까. 내가 만든 임의의 공간에 내가 원하는 현실을 끌어다쓰는, 그야말로 시공간을 마음대로 드나드는 격이다.


이미 비즈니스 생태계는 그런 방향으로 흘러간다. 오프라인 공간에 바글바글 모이는 이벤트는 지금의 코로나와 같은 판데믹으로 인한 취소 위험에 매번 노출될 수밖에 없다.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시공간 경계를 파괴하고 관중의 모임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Value Chain은 피할 수 없는 책략이 됐다. 물론 인프라 구축에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결국은 가야만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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